대부분의 드라마는 주인공 커플의 해피엔딩을 향해 달려간다. 때문에 주인공의, 주인공에 의한, 주인공을 위한 서사가 만들어진다. 하지만 이런 ‘주인공 위주’의 드라마 속에서 남다른 매력을 십분 발휘하고 있는 서브남들이 있다. ‘동백꽃 필 무렵’ 김지석, ‘어쩌다 발견한 하루’ 이재욱, ‘조선로코-녹두전’ 강태오가 그 주인공. 물론 세 사람의 작품 속 결은 완전히 다르다. 그러나 한 가지 공통분모를 찾는다면 완성형 로맨스의 주연과는 또다른 매력과 서사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점이다.

 

◆ ‘동백꽃 필 무렵’ 김지석

김지석이 ‘동백꽃 필 무렵’ 강종렬 역을 맡아 처음으로 부성애를 그리며 시청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사실 동백(공효진) 시선에서 보자면 종렬(김지석)은 지독하게 상처만 남긴 첫사랑이자, 필구(김강훈)의 생부라는 명분을 내세워 일상을 뒤흔드는 불편한 손님.

하지만 이런 종렬에게도 반론의 명분은 있다. 비록 동백을 끝까지 지켜주지 못한 못난 첫사랑이지만, 하루도 살붙이고 살아본 적 없는 필구에 대한 부성애가 남다르다. 때문에 48만원이 없어서 전지훈련을 못가는 아들을 보며 속이 쓰리고, 유복하지 못한 환경에 너무 빨리 커버린 필구를 보며 마음이 무너져 내린다.

‘천만종렬’ 혼외자 소리를 들을까봐 억울하게 머리를 쥐어 박히는 아들 앞에 당당히 나서서 큰소리를 쳐주지는 못하지만, 종렬은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아버지로서의 책임을 하려고 발버둥치고 있다. 어설픈 호의 때문에 빈축을 사지만 적어도 악의는 없는 종렬이 마냥 미울 수만은 없는 이유다.

 

◆ ‘어쩌다 발견한 하루’ 이재욱

이재욱이 ‘검블유’ 4차원 매력남 설배우에서, 입만 열었다 하면 망언을 쏟아내는 ‘어쩌다 발견한 하루’ 백경으로 돌아왔다. ‘어하루’ 백경은 여주인공인 은단오(김혜윤)에게 단단히 미운털이 박힌 캐릭터.

하지만 뒤늦게 자신이 만화 속 캐릭터라는 것을 자각하고, 은단오에 대한 마음이 깊어진 백경은 그야말로 ‘짠내 가득’한 외사랑의 주인공이 됐다. 설정값 때문인지 마음의 소리가 올곧게 입 밖으로 나오는 경우가 손에 꼽히지만 자기만의 방식으로 은단오를 향해 직진하고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여기에 어쩔 수없이 모진 성격일 수밖에 없는 백경의 배경도 캐릭터의 정당성에 한몫을 하고 있다. 백경은 철저히 계산적인 부친 때문에 마음에도 없이 은단오와의 연애를 강요당해 왔다. 그러나 회차를 거듭할수록 투박하지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데 거침없는 배경이 애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 ‘녹두전’ 강태오

만찢남 외모로 훈훈한 캐릭터를 주로 도맡아 오던 강태오가 ‘녹두전’을 통해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 강태오는 극 초반 동주(김소현)의 과거 정혼자인 율무로 분해 키다리아저씨같은 다정함으로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녹두(장동윤)가 과부로 신분을 숨긴 남자라는 걸 알면서부터는 이런 율무의 태도가 180도 달라졌다. 인내심으로 동주의 마음이 돌아서길 기다리던 율무는 어디에도 없었다. 여기에 광해(정준호)를 끌어내리기 위해 반정을 도모하는 능양군이 그의 실체로 밝혀지며 안방에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그저 착하기만 한 율무의 매력도 반전 정체와 함께 포텐을 터트렸다. 이제 더 이상 먼 발치에서 ‘바라보기’를 끝낸 율무가 녹두와 동주의 러브라인에 어떤 변곡점을 가져올지 이목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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