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에 이어서...

최민식에게 ‘천문: 하늘에 묻는다’는 남다른 작품으로 남는다. 한석규와의 만남은 물론 색다른 사극에서 장영실이란 캐릭터를 연기할 수 있다는 것. 그는 관객에게 자신의 연기, ‘천문’의 이야기를 더 많이 보여주고 싶었다. 욕심이 큰만큼 최민식의 연기 열정은 ‘천문’에 고스란히 녹아들었다.

”마음 같아선 ‘천문’의 러닝타임을 길게 해서 중간에 인터미션도 넣고 싶을 정도였어요. 그만큼 장영실의 입체적인 면을 다양하게, 많이 보여드리고 싶었죠. 세종과 장영실의 관계는 살리에르, 모차르트와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세종도 솔직히 천재 장영실에 질투 났을 거라고 봐요. 그래서 ‘천문’에서 장영실이 세종에게 목소리도 높이고, 세종은 장영실의 선 넘는 행동에도 그를 감싸주죠. 장영실은 비정치적인 인간이죠. 오로지 자기 연구에 집중하고 세종 곁에서 오래 있고 싶어하죠. 어떻게 보면 아티스트라고 해야할까요?“

”‘천문’은 저한테 뜻깊은 작품이었어요. 석규와 ‘쉬리’ 이후 20년 만에 만났고 신구 선생님도 오랜만에 작품을 같이 하게 됐죠.. 여기에 김홍파, 오광록 동갑내기 친구들과 호흡할 수 있어서 정말 좋았어요. 이런 작품을 만나는 건 오래 연기해도 쉽지 않아요. 여러 배우들의 열정을 보면서 저도 그 열정을 잃지 않아야한다고 생각했죠. 그러기 위해선 술을 좀 줄여야하는데...(웃음)“

최민식이 어느새 30년 배우 인생을 보내면서 충무로 큰 선배 중 하나가 됐다. 그도 현장에서 자신의 선배가 줄어든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최민식은 여전히 초심을 잃지 않았다. 나이가 들수록 연기에 대한 열정, 배우라는 직업에 대한 책임감은 더욱 커졌다. ‘천문’에서 신구를 만난 최민식은 그에게서 많은 걸 배웠다.

”저의 연기 인생도 어느새 30년이 훌쩍 넘어버렸네요. 어이쿠 신구 선생님도 계시는데 제가 이런 말을 해도 될지 모르겠네요.(웃음) 석규의 습관 중 하나가 신구 선생님부터 (전)여빈이까지 나이불문하고 배우들에게 어떻게 배우 됐냐고 물어보는 거예요. 석규가 신구 선생님께 그 말을 하고 많이 혼났죠. 선생님께 제가 ‘저희는 앞으로 지는 해입니다’라고 하니 버럭하셨어요. ‘뭐 지는 해? 니들은 이제 꽃망울이 맺혀서 꽃이 필 시기야’라고 하시면서요. 그 말씀이 맞았어요. ‘천문’ 촬영을 끝내고 선생님 연극 ‘앙리 할아버지와 나’를 봤는데 2시간 동안 완벽하게 연기하시는 걸 보며 ‘닥치고 열심히 하자. 까불지 말자’고 다짐하게 됐죠.“

”요즘 들어 연기에 더 욕심이 생기고 있어요. 예전에는 ‘나이 들면 누구 시아버지 역할만 하겠지’하는 생각이 있었는데 막상 나이들어보니 코미디, 멜로 등 다양한 장르에 도전하고 싶어지더라고요. 만약 저와 석규가 ‘덤앤더머’ 같은 영화를 찍으면 재미있지 않겠어요? 누가 그런 작품을 저희한테 부탁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이번에 ‘천문’ 시사회를 하면서 많은 감독님들이 오셨는데 석규와 제가 ‘우리 데려가세요’라고 홍보를 많이 했어요. 아직 저희는 관객분들에게 보여드릴 게 많아요. 색다른 캐릭터를 만나고 싶고 좀 더 폭넓게 연기하고 싶죠. 흥망성쇠를 떠나서 이것저것 해보자는 마음이에요.“

연말 한국영화 BIG 3 ‘시동’ ‘백두산’ 그리고 ‘천문’이 모두 개봉했다. 박스오피스에서는 한국영화들의 집안싸움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최민식은 전쟁터에 뛰어들었다는 걸 실감하면서도 ‘천문’뿐만 아니라 ‘시동’ ‘백두산’ 모두 잘 되길 바랐다. 한국영화 100년을 맞이해 그가 바란 건 모든 한국영화가 잘 되는것이었기 때문이다. 이 뜻깊은 한 해를 보내면서 최민식은 내년에도 자신의 새로운 모습을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연말에 한국영화 세 작품이 어떻게 하다보니 맞붙게 됐네요. 저희는 사극이고 ‘백두산’은 재난 블록버스터, ‘시동’은 감동있는 코미디라고 알고 있는데 겉으로만 봐도 장르가 다 달라요. 그래서 관객분들의 선택 폭도 넓어졌죠. ‘천문’도 보시고 ‘백두산’ ‘시동’도 다 보셨으면 좋겠어요. ‘백두산’은 친구와, ‘시동’은 연인과, ‘천문’은 부모님과 함께 보면 더 좋지 않을까 싶네요.“

”만약 제가 세종, 장영실처럼 하늘에 무언가 하나를 묻는다면 ‘신구 선생님만큼 연기할 수 있을까요?’라고 하고 싶어요. 저는 이번 작품을 하면서 신구 선생님에게 많이 배웠어요. 아직 저는 연기로 택도 없다는 걸 깨달았죠. 제 몸이 허락하고 육신으로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이 되는한 배우라는 직업에 정년이 없으니 열심히 하고 싶어요. 정말 전 행복한 놈이에요. 불만? 그런 거 다 생각말자! 머리 박고 열심히 하자!(웃음)“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저작권자 © 싱글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