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자들’로 한국 사회의 이면을 통쾌하게 꼬집었던 우민호 감독이 ‘마약왕’의 저조한 흥행 스코어를 뒤로하고 ‘남산의 부장들’로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1월 22일 개봉하는 ‘남산의 부장들’은 권력을 손에 쥔 이들의 심리 게임으로 보는 이들을 긴장하게 만들며 숨소리만으로도 스크린을 장악한다. 그 안엔 누군가를 향한 목소리가 담겼다.

# 1PICK: 이병헌 X 이성민 X 곽도원 X 이희준 X 김소진, 숨소리마저 압도

‘남산의 부장들’은 겉으로 치열한 정치드라마가 아니다. 수많은 인물들이 등장하는 다른 정치드라마와 다르게 ‘남산의 부장들’은 적은 숫자의 인원으로 질 높은 작품을 만들어냈다. 그 중심엔 이병헌, 이성민, 곽도원, 이희준, 김소진이 있다. 이들은 대사는 물론 눈빛, 표정 하나하나 섬세하게 표현하며 긴장감을 흐르게 만든다.

겉모습은 화려하고 위엄있어보이는 이병헌은 불안한 표정, 떨리는 손으로 김규평이란 인물이 처한 상황을 고스란히 관객에게 전달한다. 영화를 보기 전까지 박통 역의 이성민 분량이 적을 줄 알았지만, 그는 이병헌 다음으로 많은 부분을 차지했다. 이성민은 캐릭터상 이병헌, 곽도원, 이희준, 김소진의 감정을 변화시킨다. 중책을 맡은 만큼 이성민은 ‘공작’에서 보여준 권력자의 힘을 다시 한번 드러낸다. 곽도원과 김소진의 케미도 눈부시며 이희준은 이병헌과 날선 대립으로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해준다.

# 2PICK: 로케이션-세트 촬영, 1979년으로 돌아가다

1979년 박정희 전 대통령이 사망하기 전 40일간의 이야기를 다룬 만큼 ‘남산의 부장들’은 그 시대를 보여주기 위해 로케이션 촬영을 시도했다. 미국 워싱턴, 프랑스 파리 등을 거치며 전세계적으로 이슈됐던 ‘코리아 게이트’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특히 링컨기념관에서 곽도원과 이병헌이 대화하는 장면은 민주주의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만든다.

청와대, 중앙정보부 세트가 다른 영화들과 차이를 보이는 건 모두 외로운 공간처럼 느껴진다는 것이다. 박통(이성민)이든 김규평(이병헌)이든 자신들의 사무실은 고독함이 느껴질 정도로 차갑다. 세트 주변의 물건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다. 이런 세트를 통해 권력의 정상에서 내려오는 인물들의 최후를 관객들에게 전달한다.

# 3PICK: 박정희 전 대통령 X 김재규 이야기? 그 뒤엔 전두환이 있다

이 영화는 52만부 이상 판매를 기록한 김충식 작가의 논픽션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다. 영화이기 때문에 영화적인 부분이 들어가있지만 이 이야기가 박정희 전 대통령과 김재규의 관계를 말한다는 걸 모르지 않을 수 없다. 왜 김재규 아니 김규평이 박통에게 총을 겨눌 수밖에 없었는지 ‘남산의 부장들’은 심도있게 다룬다.

10.26 사건 이후 50여일만에 신군부가 대한민국을 접수했다. 영화는 독재 정권을 끝내고 싶었던 한 인물의 결단이 제대로 마무리되지 않고 또 다른 독재 정권으로 이어진 사실에 안타까워한다. 특히 전두환을 캐릭터화한 전두혁이란 인물이 이 영화의 중심으로 등장하지 않지만, 관객들은 그의 존재를 더 크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러닝타임 1시간 54분, 15세 관람가, 1월 22일 개봉.

사진=‘남산의 부장들’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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