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간 노예생활을 한 남자의 인생이 망가졌다.

사진=SBS '그것이 알고싶다' 캡처

1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사회 곳곳에 곪아있는 장애인 노동 착취 문제에 대해 짚어봤다. 한 남자가 화가 난 채 여자의 만류를 뿌리치고 가게로 들어갔다. 남자는 칼을 들고 있었다. 경찰이 출동했고 그를 자극시키지 않으려 했다. 그는 얼마 후 칼을 내려놓고 경찰과 함께 동행했다. 대체 무슨 사연이 있는 걸까.

제작진이 이 남자를 알게 된 건 한 달전이었다. 그는 서울 지하철 역사, 한강 주변에서 노숙하고 있었다. 제작진은 남자의 조카를 만났다. 근처에 집이 있지만 남자가 거리를 떠돈다는 것. 낚시꾼들이 모여있는 곳을 특히 좋아했다는 남자. 한강 근처에서 발견된 남자는 상처를 입고 왼쪽 다리를 심하게 절었다. 다리가 불편한지 부축을 받고서야 계단을 겨우 올라갔다.

온종일 다리 세 개를 건넜던 그는 이순철(가명)씨였다. 그는 하루종일 답답하다며 “그 사람들 생각이 난다”고 말한 뒤 눈물을 흘렸다. 그 사람들의 정체가 궁금해진다. 그는 제작진에게 “조카 집으로 도망왔다. 그 사람들 벌 받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순철씨는 2018년 초여름 포항에서 탈출해 서울로 올라왔다. 현재 조카가 순철씨를 도와주고 있었다.

사진=SBS '그것이 알고싶다' 캡처

조카는 가끔 소식만 듣던 순철씨가 엄청난 일을 겪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삼촌을 이렇게 만든건 부산에 사는 여성 윤씨라고 했다. 윤씨 밑에서 노예같은 삶을 살다가 2년전 순철씨가 탈출한 것. 원양어선에서 일했던 순철씨는 13년동안 바다에서 보냈다. 순철씨는 13년 동안 번 돈을 윤씨 가족에게 빼앗겼다고 주장했다. 13년간 5억6000만원을 상납한 것이었다.

순철씨는 “좀 느리다. 지폐는 구별할 줄 안다”고 했다. 그는 서울로 올라온 뒤 지적장애 3급을 판정받았다. 아이큐는 62, 사회성연령은 4세였다. 장애인지 모르고 선원 생활을 한 그에게 충격적인 일이 발생했다. 암에 걸린 줄도 모르고 윤씨가 보험금까지 가져간 것이었다. 윤씨에게 순철씨는 어떤 존재였을까. 조카가 분노하는 건 윤씨 가족이었다. 순철씨 돈으로 윤씨 가족이 호화로운 삶을 살았다는 것이었다.

며칠 뒤, 제작진과 만나기로 했던 순철씨 집에 119구급대원이 왔다. 몇시간 전 순철씨가 신경정신안정제를 먹은 것으로 보였다. 몸과 마음이 한없이 무너진 그는 못다한 말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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