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대법원 3부가 일명 ‘약촌오거리 살인사건’의 진범 김모씨(37세)가 상고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사진=연합뉴스,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최모씨(오른쪽)와 박준영 변호사(왼쪽))

익산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갈인강도 사건은 범행과 무관한 사람이 잘못된 수사와 재판으로 인해 억울한 누명을 쓰고 10년이나 옥살이를 했다.

사건은 2000년 8월 10일 새벽 2시경 전북 익산시 영등동 약촌오거리 부근에서 택시 운전기사 유모씨(42세)가 자신의 택시 운전석에서 흉기에 찔린 채 발견되며 시작됐다.

유씨는 곧바로 병원에 이송 됐지만 숨을 거뒀고, 경찰은 현장의 최초 목격자인 최모씨(현재 32세∙당시 16세)를 범인으로 검거했다. 최씨는 무죄를 주장했지만, 경찰은 최씨가 택시 앞을 지나다 유씨와 시비가 붙어 격분한 나머지 오토바이 공구함에 있던 흉기를 그를 살해했다고 발표했다.

최씨는 옷과 신발, 어디에서도 혈흔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검찰은 경찰의 수사 결과를 받아들여 강도살인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1심 재판부는 정황증거와 진술만으로 최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고, 2심에서 마저 징역 10년이 선고되자 최씨는 대법원 상고를 포기했다.

하지만 2003년 3월 약촌오거리 살인사건의 진범이 따로 있다는 첩보를 접한 경찰이 김씨를 붙잡으며 상황은 반환점을 맞이했다. 진범 김씨는 수사 초기 자신의 범행을 자백하며 최씨의 억울함을 벗겨지는 듯 싶었다.

그러나 최씨기 이미 사건의 범인으로 검거돼 복역 중이라는 이유 등으로 경찰의 구속영장 청구가 검찰에서 기각되자, 김씨는 진술을 번복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검찰은 구체적인 물증이 부족하고 사건 관련자의 진술이 바뀐 점 등을 이유로 불기소처분을 내리면서 진범 김씨는 재판조차 받지 않고 혐의를 벗게 됐다.

최씨는 2010년 만기출소했고, 2013년 경찰의 강압으로 허위자백을 했다며 재심을 청구했다. 3년의 재판기간을 거쳐 법원은 2016년 “최씨가 불법 체포∙감금 등 가혹행위를 당했다”며 무죄를 인정했다.

최씨의 무죄 판결이 나오자마자 경찰은 김씨를 다시 체포했다. 김씨는 또다시 범행을 부인했지만, 검찰은 그를 구속기소 했다.

1·2심은 "김씨의 기존 자백과 증인들의 진술이 일관되게 일치하므로 피고인이 범행을 위해 흉기를 미리 준비하고 피해자를 살해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대법원도 하급심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이 사건은 18년 만에 진범을 단죄한 것으로 마무리됐다.
 

(사진=영화 '재심' 포스터)

무려 18년에 거친 이 사건은 지난해 2월 영화 ‘재심’의 모티브가 되기도 했다. 최씨를 변호한 박준영 변호사는 “뒤늦게나마 진실이 밝혀지고 단죄가 이뤄져 다행”이라며 “진범이 따로 있는 현장에서 목격자인 15살 소년을 범인으로 만들고 이 소년이 복역 중인 상황에서 진범을 풀어준 당사자들은 아직 진심 어린 사과를 하지 않고 있다”고 속죄를 요구했다.

또 “이 사건은 당시 군산경찰서 황상만 반장이 없었다면 재심조차 힘들었을 것”이라며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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