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적인’ 몸무게 58kg와 “나는 특별할 것 없는데…”라고 말하는, 키 170cm가 넘는 23세의 해외 유학파 미인. 얼마 전 열린 2018 미스코리아 진 김수민에 대해 한 줄로 요약하면 이렇다.

 

2018 미스코리아 대회 진행을 맡은 박수홍과 심사위원장 김성령, 유라(왼쪽부터) 사진=MBC 뮤직 방송화면

 

“특별할 것 없다”는 겸손한 언사 뒤에는 대중의 욕망과 부러움의 대상이 되는 수많은 요소가 숨어있다. 한국 여성의 평균 키는 160cm 근방이며, 그 평균 키임에도 몸무게는 미스코리아 진과 비슷한 이들도 많다. 해외 유학파보다 당연히 토종 국내파의 수가 더 많을 것이다.

“나는 특별할 것 없다”고 아무리 강조해도 미스코리아 진은 대회 전부터 특별했고, 앞으로는 더 특별한 기회들을 가지게 될 것이다.

2018 미스코리아 대회가 4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렸다. 1957년 1회부터 한 해도 빠짐없이 진행됐다. 2000년대 초반까지 열린 안티 미스코리아 대회도 있었고, 지난해부터는 여성에 대한 획일적인 아름다움 강요에 반발한 ‘탈코르셋’ 트렌드 및 성희롱에 대한 적극적인 대처인 ‘미투 운동’이 등장했다.

그럼에도 미스코리아 대회는 굳건하다. 대회의 전성기이던 1980~1990년대와 달리 수영복 심사는 비키니로 바뀌며 더 과감해졌고, ‘우아함’을 판단한다는 드레스 심사도 여전하다. 

 

사진=MBC 뮤직

 

당연히 곱지 않은 시선이 많다. 이에 대해 대회 주최측은 “미스코리아는 외모만을 보는 대회가 아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참가자들 대상의 면접에서는 최근 가장 큰 사회적 이슈였던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것을 비롯해 각종 시사 상식을 날카롭게 묻는 질문이 등장했을 뿐 아니라, ‘탈코르셋’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도 있었다는 것이다. 

‘탈코르셋’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대회라고 평가받는 미스코리아 대회에서 이 같은 질문이 나왔다는 사실은 이색적이다. 또 미스코리아 진의 173cm, 58kg이라는 신체조건은 이른바 ‘젓가락 각선미’를 가진 모델 체형과는 다소 거리가 먼 ‘건강미’를 염두에 뒀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몇 가지 ‘트렌드’에 맞춘 노력들로 2018 미스코리아 대회가 여성의 외모를 줄세우거나 획일적인 아름다움을 강요하지 않는다고 봐 주기는 힘들다. 미스코리아 진은 몸무게가 인간적이어도 ‘특별히’ 아름답고, 이 대회를 본 이들은 ‘이런 외모야말로 진정한 아름다움’이라고 정의하게 되기 때문이다. 

사실 ‘미스코리아’ 대회로서는 국내 인지도 1위의 대회라는 사실 때문에 열릴 때마다 이런 말을 듣는 것이 억울할 수도 있다. 잘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미스코리아 외에도 또다른 미인대회들이 많다. 유명 모델들을 배출한 미스 인터콘티넨탈을 비롯해 한 예능 프로그램에 등장해 화제가 된 적도 있는 중년 미인대회, ‘미시족’ 미인대회, 각종 향토 특산물 미인대회 등 수많은 미인대회가 열리고 있다. 

미스코리아는 물론이고, 이름 없는 대회라 해도 미인대회의 무대는 수많은 협찬사들에게 여전히타겟에 특화된 광고 집중노출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당장 대회를 앞두고 MBC 뮤직을 통해 미스코리아들의 합숙생활을 조명한 리얼리티쇼 ‘2018 미스코리아 더 비기닝’도 방영됐고, 참가자들의 헤어메이크업부터 단체 의상에 이르기까지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리얼리티 쇼 '미스코리아 더 비기닝'의 한 장면. 사진=MBC 뮤직 방송화면

 

또 미스코리아 대회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던 대중이라 해도, 누군가가 ‘미스코리아 대회 입상자’라고 하면 ‘그럼 어떤 외모의 여성일까’ 하고 관심을 갖는 게 사실이다. 이렇게 많은 이해관계가 얽힌 상황인 만큼 미스코리아 대회가 당장 연기처럼 사라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심사위원장을 맡은 배우 김성령의 말처럼 “앞으로도 영원히 미스코리아 대회가 계속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탈코르셋’에 대한 질문을 던지거나 ‘현실적인’ 몸무게의 미스코리아 진을 뽑았다고 가볍게 넘어갈 것이 아니다. 

지난 7일에는 다음 카페 ‘불편한 용기’가 주최한 3차 불법 촬영 편파수사 규탄 시위가 주최측 추산 6만, 경찰 추산 1만 9000명이 모인 가운데 열렸다. 온라인 페미니스트들의 거리 시위 중 최대 규모라고 평가받고 있다. 온라인에 이어 오프라인에서도 힘을 얻은 페미니스트들과 ‘미투’와 ‘탈코르셋’이 범람하는 시대의 대중이 인정할 만한 미스코리아의 선발 기준이 무엇인지, 광고주의 눈치까지 뛰어넘어 생각해 보는 노력이 없다면 ‘영원히’ 미의 제전이란 이름으로 계속되긴 힘들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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