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리에 종영한 SBS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 속에서 열혈고교생 유찬 역으로 시청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안효섭(23). 앞서 ‘아버지가 이상해’ ‘가화만사성’ 등을 통해 내공을 다져온 안효섭은 이번 작품으로 청춘스타의 가능성을 입증해냈다.

 

드라마를 마치고 서울 강남 논현동의 카페에서 만난 안효섭은 “유찬이를 조금 더 잘 표현했으면 좋았을 텐데”라는 아쉬움을 드러내면서도 “소년에서 남자로 변해가는 과정이 멋있었다”며 캐릭터에 대한 만족감을 동시에 표현했다. 아쉬움과 만족감, 두 감정 사이에서 고민하며 성장을 꿈꾸는 그에게서 ‘차세대 명배우’의 향기가 느껴졌다.

“조정선수라는 설정에 어울리는 외형을 갖추지 못한 것 같아서 아쉬워요. 어느 정도 근육도 있고 덩치도 있어야 했는데, 너무 마르게 나온 것 같아요. 촬영에 힘을 쏟다 보니 아무리 많이 먹어도 살이 빠지더라고요. 시청자분들의 몰입을 깨지는 않았을까 걱정이 많이 들었죠. 하지만 그 외 연기적인 부분에서는 집중을 해서 표현했습니다. 그러면서 감정적 측면에선 유찬이에게 많이 몰입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안효섭은 전작 ‘아버지가 이상해’에서 축구 코치 박철수 역을 맡은 데 이어, 이번엔 조정선수를 맡아 눈길을 끌었다. 운동선수로 2연속 호연을 이어가자 팬들은 ‘운동선수 전문 배우’라며 호평을 보내고 있다.

“운동선수는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가장 많이 고민했던 것 같아요. 자세히 알지는 못하지만, 이미지를 그려봤을 때는 명랑하고 쾌활한 마인드와 행동 자체가 큼직큼직하다는 게 가장 먼저 떠오르더라고요. 저도 유찬이를 연기할 때 최대한 그렇게 보이고 싶다는 생각으로 임했어요. 제 평소 모습과는 꽤 다른 부분이 많았는데, 그런 연기를 하다보니 저도 자연스레 밝은 사람이 되더군요.”

 

운동선수라는 설정에 더해 19세 고등학생이라는 나이 설정도 안효섭의 상큼함을 돋보이게 만들었다. 10대 시절의 습관이 아직 몸에 배어 있을 20대 중반의 나이이기에 어렵지 않게 연기하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했지만, 그는 촬영 당시를 회상하며 “쉽지만은 않았다”고 술회했다.

“사실 많이 어려웠어요.(웃음) 이제 20대 중반 밖에 되지 않았지만, 몇 년 간 사회생활을 하면서 조금씩 순수함을 잃어갔던 것 같아요. 난 이제 더 이상 19살 때만큼 순수하지 않은데, 풋풋하고 깨끗한 고3을 연기한다는 게 집중하기 쉽지 않더라고요.”

더구나 ‘첫사랑’이라는 풋풋함을 꺼내 보이는 캐릭터였기에 안효섭의 고민은 짙어질 수밖에 없었다. “최대한 첫사랑의 기억과 감정을 꺼내보려 했다”는 그에게 실제 첫사랑은 어땠었는지를 조심스레 물었다.

“첫사랑 감정을 꺼내는 건 어렵지 않았어요. 저도 첫사랑에 실패했던 기억이 있거든요.(웃음) 물론 지금은 그때 상처가 치유가 됐어요. 저는 고백도 못하고 끝났는데, 우서리(신혜선)에게 담담히 고백하는 찬이의 모습이 참 대견하고 멋지더라고요. 그 대목에서는 찬이가 제일 어른스럽지 않았나 싶어요. 감정에 솔직하면서도 남들이 상처 받지 않게 표현하는 것까지. 남자로서 멋진 친구라고 생각해요.”

 

극 중 유찬은 “Don't think feel”을 입에 달고 산다. 그의 긍정기운을 북돋아주는 주문과도 같은 대사다. 물론 ‘뇌 청순’ 캐릭터라는 설정 때문에 발음은 버터향이 아닌 된장냄새가 나지만 말이다. 이에 유찬이 아닌 안효섭의 실제 좌우명은 무엇인지 문득 궁금해졌다.

“좌우명이라고 할 것까지는 아니지만 늘 생각하는 말은 있어요. ‘누군가를 함부로 판단하지 말자’ 예요. 경험도 환경도 자신만의 기준도 다 다르잖아요. 각자의 기준대로 존중받아야 하지 않을까요. 그래서 누군가를 두고, 또 어떤 캐릭터든지를 두고 함부로 왈가왈부 하지 말자고 생각하곤 해요.”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는 ‘막장’드라마가 판치는 요 근래 보기 드문 ‘착한 드라마’였다. 악역 하나 없이 인물들의 선한 모습에 집중하며 해피엔딩을 그려내 훈훈함을 심었다. 시청자들에게 힐링을 선사한 따뜻한 드라마로 남았다.

“어떻게 보면 비극적일 수 있는 일도 예쁘게 풀어나가는 이야기 자체가 너무 마음에 들었어요. 그런 대본을 연기할 수 있는 것 자체가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이렇게 예쁘고 마음이 따뜻해지는 드라마를 또 할 수 있을까’ 생각이 들 정도예요. 아마 꽤 오랫동안 제 마음 한 구석에 오래 남아있을 것 같은 작품입니다.”

 

지난 2015년 데뷔한 안효섭은 쉼 없이 지난 3년을 달려왔다. 짧다면 짧은, 혹은 길다면 긴 기간 동안 열일해온 그의 마음 속엔 감사함과 혼란스러움이 공존하고 있었다. 앞으로는 그 혼란스러움을 잡아가며 배우로 행보를 계속해서 이어갈 예정이다.

“작품을 꾸준히 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 참 감사해요. 제가 잘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매 순간 최선을 다하고는 있어요. 지금까지는 직진만 한 것 같아요. 유찬이를 연기하면서 느꼈던 건 옆을 둘러보는 여유가 있어야 진짜 행복한 삶이 아닐까하는 거예요. 이 깨달음을 안고 앞으로도 꾸준히 연기하면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드릴 계획입니다. 제 모습을 계속 지켜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사진 김수(라운드 테이블)

 

저작권자 © 싱글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