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그대 이름은 장미'(감독 조석현)는 자식 때문에 꿈을 포기한 대한민국 엄마들의 이야기를 대변한다. 때문에 젊은 관객에게는 부모를 생각하게 하고 부모 관객에게는 자식을 생각하게 하는 장면이 눈물샘을 건드린다. 뭉클하고 감동을 선사하는 작품이다.

'그대 이름은 장미' 스틸 / 리틀빅픽처스 제공

 

영화는 1970년대 홍장미(유호정)의 20대 시절부터 시작된다. '그대 이름은 장미'의 시대 배경은 197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다.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와 영화 '써니'에서 보인 197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의 추억이 담긴 영상과 음악을 선보여 최근 충무로에 불고 있는 '레트로 열풍'을 이어간다. 초반부터 추억을 소환한다. 추억을 소환하는 70년대를 재현한 장면들은 재미까지 소환하며 몰입도를 높인다. 타임머신을 타고 70년대로 돌아간 듯 레트로 감성을 제대로 살려냈다.  

오디션 프로그램들에서 재생산되며 많은 이들에게 회자되는 명곡, 가수 민해경의 ‘그대 모습은 장미’를 재해석한 곡이 흘러나오는데 배우 하연수(어린 홍장미)의 특유의 보이스와 매력으로 시선을 잡아끈다. 80년대 전국을 강타한 이 곡이 동명의 영화 '그대 이름은 장미'에 특별히 사용됐다. 극중 어린 순철 역의 배우 최우식이 자신과 함께 가수 꿈을 이루고자 했던 어린 장미 역 하연수에게 바치는 곡이 바로 ‘그대 이름은 장미’다.  

'그대 이름은 장미' 스틸 / 리틀빅픽처스 제공

홍장미(유호정)는 지금은 목소리 큰 현아(채수빈) 엄마지만 왕년에는 아이돌 가수가 될 뻔했던 화려한 과거의 소유자다. 곧 성인이 되는 하나뿐인 딸 현아와 단둘이 살아가는 싱글맘이다. 그는 미싱공장 직원, 밤무대 가수, 녹즙기 판매원에서 금융상품 영업퀸까지 늘 씩씩하고 당당하게 열심히 살아왔다. 그런데 갑자기 20년 전 헤어졌던 첫사랑 명환(박성웅)의 등장으로 위풍당당 싱글맘 라이프에 제동이 걸린다. 

딸에게는 잔소리 1등, 딸을 위해서는 오지랖 1등, 대한민국 평범한 엄마 홍장미가 우연한 교통사고로 과거의 연인 명환(박성웅)을 만나며 평온했던 일상이 꼬여가는 것. 설상가상으로 그녀의 대단했던 과거까지 들통 날 위기에 처한다. 여기에 20년 남사친 순철(오정세)까지 끼어들어 과거의 강제 소환을 막으려 애쓴다. 평범한 엄마 홍장미의 믿기 힘든 반전 과거가 조금씩 드러난다. 

딸을 홀로 키우는 홍장미 모습이 바로 모성애 강한 우리네 어머니들을 연상시키며 가슴 한 구석을 간질거리게 만든다. 극 후반에는 끝내 눈에 눈물을 고이게 한다. 

'그대 이름은 장미' 스틸 / 리틀빅픽처스 제공

▲PICK 1. 하연수, 70년대 추억 소환하는 매력적인 캐릭터

특히 어린 홍장미를 연기한 하연수의 매력이 돋보인다. 가수로 데뷔할 뻔한 꿈 많은 소녀 역할이기에 카페나 클럽 등에서 노래를 열창하는 장면이 스크린을 압도한다. 하연수는 꿈 많은 소녀 시절의 장미부터 혼자 현아를 키우는 20대 싱글맘 장미 모습까지 '열일'하는 캐릭터를 연기했다. 하연수는 극중 가수를 꿈꾸는 장미가 무대와 연습실에서 부르는 두 곡 ‘너만의 장미’와 ‘그대 이름은 장미’로 그동안 숨겨왔던 가창력과 매력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PICK 2. 유호정, 깊은 울림 선사하는 모성애 
90년대 홍장미 역을 맡은 유호정은 극에서 '눈물'을 담당한다. 내공 있는 모성 연기에는 진정성이 담겨있다. '써니' 이후 7년 만의 스크린 복귀작 '그대 이름은 장미'를 선택한 그는 할 말은 하고 사는 생활력 강한 엄마부터 여전히 옛 연인을 설레게 하는 매력적인 중년, 깊은 울림을 던지는 모정 연기까지 자연스럽게 표현했다.

'그대 이름은 장미' 스틸 / 리틀빅픽처스 제공

▲PICK 3. 오정세, 내공 있는 코믹 연기 
하연수가 이 작품에서 영화적인 '매력'을, 유호정이 '감동'을 담당했다면 오정세는 '웃음'을 도맡았다. 오정세는 천재적 재능을 가진 싱어송라이터로 70년대 명곡들을 남길 뻔했던 그룹 ‘장미와 철이’ 리더 최순철 역을 열연했다. 홍장미를 20년간 짝사랑해온 순정파인 순철은 장미와 그녀의 딸 현아의 보호자를 자처한다. 오정세는 순철 역을 그의 전매특허, 개성 있는 코미디 연기로 관객 웃음보를 건드린다. 묵묵한 짝사랑 연기에는 묵직한 진심까지 스며있어 관객을 즐겁게 했다가 시큰하게 했다가, 들었다 놨다 한다.  

'그대 이름은 장미'를 보러 극장에 갈 때는 손수건을 지참하는 게 좋다. 꿈이었던 '가수 데뷔'를 눈앞에 두고 딸 현아를 임신하게 돼 그 꿈을 포기하고 홀로 자식을 키우는 엄마 홍장미. 또 그녀가 1997년 겪게 되는 IMF까지, 힘들지만 열심히 살아온 대한민국 어머니를 생각하게 하는 장면들은 극장을 나설 때 엄마에게 전화하고 싶은 욕구를 자극한다. 러닝타임 126분. 12세 관람가. 16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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