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지씨와 그의 사촌여동생 최씨가 공모해 김선희(가명)를 살해한 것일까. 한국판 O.J 심슨 사건이 될 것인가. 2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홀리스터에서 참혹하게 살해된 동양인 여성사건을 다뤘다.

크리스마스를 앞둔 2017년 12월. 홀리스터의 한 협곡에서 동양인 여성의 시신이 암매장된 채 발견됐다. 여성은 둔기에 의한 뇌손상으로 사망했다. 얼굴과 머리 부위를 집중 공격 당했고 목과 팔, 가슴에도 상처가 남겨져 있었다.

시신의 주인공은 99년 한국에서 이주한 당시 49살의 김선희씨였다. 김씨를 새벽부터 밤 늦게까지 코인세탁소를 운영하던 부지런하고 밝은 성격의 소유자였다 그는 남편과 보안이 철저한 고급 주택가에서 살고 있었다. 당시 수사관들은 김씨의 집을 찾았고, 그곳에서는 남편 지씨와 한국에서 여행 온 이종사촌 최민주가 함께 나왔다고 기억했다.

수상하게 여긴 경찰이 수색영장을 들고 김씨 집을 들이닥쳤을 당시 최씨는 주방 바닥을 표백제로 닦고 있었다. 그리고 집에 깔려있던 보라색 카펫이 최씨가 바닥을 닦고 있던 부엌에만 없어져 있었다. 그곳에서는 혈흔이 발견됐다. 집 앞마당과 뒷마당에는 무언가가 태운 흔적이 있었고, 수색견은 지씨 부부의 99년식 포드차량 트렁크에 반응했다. 그곳 역시 표백제 가루가 발견됐다.

지씨와 최씨는 살인 및 시신유기죄로 기소됐다. 하지만 15개월 지난 지금 사건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결정적인 증거가 없어 지씨와 최씨의 변호인들은 무죄라고 주장하는 중이다.

김씨 시신 유기장소를 자백한 지씨는 아내가 퇴근 후 집에 왔을 때 자신에게 상의도 없이 최민주가 집에 와있는 걸 알고 화를 내는 순간 최씨가 야구방망이를 들고와 아내의 머리를 내려쳤다고 증언했다. 자신은 놀라 말리지도 못했고 보복을 당할까 두려워 여행가방에 아내의 시신을 담았으며 최씨와 함께 유기 장소를 둘러봤을 뿐이라고 결백을 주장했다. 유기 역시 최씨가 홀로 시신을 묻고 처리하고 왔다고 말했다.

정황증거는 넘쳐나지만 야구방망이를 비롯한 확실한 증거가 발견되지 않은 상황이라 향우 재판이 어떤 방향으로 흐를 지는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다. 한국에 있는 최씨 어머니는 제작진에게 조카 지씨가 “아내를 죽이고 싶다”는 끔찍한 말을 했다고 폭로했다. 또 선희씨는 이혼상담사에게 “내가 죽으면 그건 남편이 죽인 것”이라고 말한 것도 드러났다.

김씨의 지인들은 지씨가 선희씨를 위협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본격적인 갈등이 시작된 건 2017년 봄이었다. 그해 4월 최씨가 아버지와 함께 지씨 자택을 방문해 한달 동안이나 지냈다. 지씨와 각별하게 친했던 최씨는 김씨에게 “네가 시어머니가 없어서 시집살이를 안 해봤구나. 내가 시켜주겠다” “네 주제에 렉서스를 타고 다니냐”면서 자동 키를 빼앗는 등 비상식적인 시비를 걸어와 멱살잡이 다툼이 벌어졌고 신고를 받은 경찰이 두 차례나 출동했다. 그 이후 남편이 방문을 걸어잠근 채 1~2시간씩 한국에 있는 최씨와 다정한 전화통화를 나눴다고 김씨는 지인들에게 하소연했다. 수상한 관계였다.

지씨의 수상한 행적은 한 둘이 아니었다. 현지 사정에 낯선 이방인인 최씨가 차고 우산꽂이에 있던 야구방망이를 찾아냈다는 점, 심야에 홀리스터 외곽지역에 홀로 시신을 유기했다는 점, 아내가 죽은 상황에서 시신수습을 일사천리로 진행한 점, 김씨가 살해된 이후 딸들과 주변사람들에게 “한국에 갔다”고 거짓말을 한 점 그리고 코인세탁소를 최씨와 함께 1주일가량 정상적으로 운영하면서 크리스마스 파티까지 동반 참석한 점 등이 그렇다.

제작진은 부부관계가 악화될 대로 악화된 지씨와 김씨가 그렇다면 왜 이혼하지 않았을까에 주목했다. 캘리포니아 법에서는 이혼하면 법적으로 재산을 50%씩 나눠야 하는데 유언장이 없으면 살아있는 배우자가 다 받는다. 두 사람은 재력가였다. 거주하고 있는 부촌 저택 외에 6억원의 집을 월세를 주고 있었다. 가게 몇 군데와 코인 세탁소도 이들 소유였다. 한 세입자는 김선희씨가 유산을 받아서 집을 사는데 역할을 했다고 언급했다.

현지 담당수사관은 지씨와 최씨가 연인 또는 내밀한 관계라고 봤다. 성적으로 매우 가까운 사이임을 증명하는 증거가 있다고도 했다. 이수정 교수는 "지씨가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낸 것 같은데 사건의 시발점은 두 여성의 다툼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두 사람이 공범관계라는 뜻이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2017년 2월부터 8월까지 지씨가 한국에 있는 최씨의 오빠와 아버지 등 가족에게 총 2억원을 송금했다. 최씨 오빠는 자신의 주택을 지씨에게 팔고 계약금조로 돈을 받았다고 했는데 거래 신고 내역은 없었다. 회계사는 부동산 거래 목적이라고 주장하려면 입증자료를 확실히 제시할 수 있었을 텐데 주택 매매용 돈인 것 같진 않다고 추측했다. 2억원의 명목을 묻는 제작진에게 최민주씨의 오빠는 “이야기할 것이 없다”며 화를 냈다.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O.J 심슨 사건처럼 지씨와 최씨가 무죄를 받을 가능성도 있을까. 정황증거는 많은데 야구 방망이 등 살해에 쓰인 확실한 증거가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미국에서는 직접 증거가 없으면 무죄가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했다. 그러나 또다른 미국법 전문가는 정황증거가 반드시 증거로 쓰이지 않는 건 아니다. 또 지씨가 가격하는 걸 목격했다는 거라 직접적인 증거로도 활용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음주면 사건 발생 15개월 만에 예비심리 재판이 열린다. 이 사건을 정식 재판에 회부할지, 아니면 무죄로 풀려날지가 결정된다. 미국법 전문가들은 최씨에게 모든 범행을 떠넘긴 지씨가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다고 했다. 캘리포니아 법에서는 살인 공모만으로도 1급 살인죄를 받을 수 있다는 것. 그저 살인을 목격하고 방임한 것만으로 25년 징역형을 받고, 그 행위가 경제적인 이익을 얻고자 했을 때는 가중처벌로 사형이 선고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사진=SBS '그것이 알고싶다' 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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