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이란 단어는 존경하고 우러러보는 대상을 가리키기도 하지만 우상화라는 안 좋은 의미로 사용되기도 한다. 올해 베를린국제영화제 파노라마 섹션에 초청돼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극찬을 받은 ‘우상’은 이루고자 하는 꿈을 가진 사람들이 어떤 방식으로 파멸의 길에 다다르는지를 한석규, 설경구, 천우희의 모습을 통해 고스란히 전달한다.

# 1PICK: 한석규X설경구X천우희, 3인3色 명연기 퍼레이드 

‘우상’은 이수진 감독이 던지는 메시지만큼 강렬한 연기가 2시간 동안 눈을 사로잡는다. 한석규는 구명회 역을 맡아 감정을 폭발하지 않고도 한 인간이 얼마나 잔인하고 욕망으로 가득한지를 보여준다. 섬세한 표정연기와 감정을 읽게 해주는 눈빛, 캐릭터에 딱 맞는 목소리톤까지 괜히 연기신(神)이 아니라는 걸 입증했다.

설경구 역시 존재감을 뽐낸다. 영화의 주인공이 설경구가 맡은 유중식이라고 생각할 만큼 설경구는 지나쳐 등장하는 장면이라도 분위기를 압도한다. 영화 시작부터 끝까지 유중식의 감정은 고조돼 있다. 아들을 잃은 슬픔, 우상을 지켜야 했던 마음을 초췌한 얼굴에 담아 전달했다. 천우희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미스터리한 인물 련화를 연기한 그는 ‘한공주’ ‘써니’에서의 강렬함은 업그레이드됐고 더욱 농익은 연기로 시선을 강탈한다.

# 2PICK: 얽히고설킨 세 인물 사이의 긴장감, 스릴러 묘미 극대화

구명회, 유중식, 최련화. 세 인물의 보이지 않는 기싸움이 치열하다. 특히 감정을 폭발하는 유중식과 감정을 숨기는 구명회의 대립은 보는 이의 몰입도를 높인다. 많은 스릴러 영화처럼 액션이 가득하지 않는 것도 특징이다. 사건이 벌어졌지만 관객의 눈을 통해 그 과정을 확인할 수 없다. 관객이 보는 건 그 후의 일들이다.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관객들의 궁금증을 자아내면서도 긴장감을 높여 스릴러 영화의 묘미를 극대화한다. 특히 후반부로 갈수록 모든 걸 쏟아붓지 않고 초반부터 공든 탑을 쌓듯 영화의 스릴을 끌어올린다. 반전의 반전, 후반부에서도 결말을 예측할 수 없는 스토리가 보는 이를 ‘우상’ 속으로 빨려들게 한다.

# 3PICK: 이수진 감독이 던지는 돌직구 메시지

‘한공주’를 통해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에 대한 문제점을 고발하며 관객들에게 충격을 안겼던 이수진 감독이 ‘우상’에서는 한국 사회에서 벌어지는 사건, 사고들의 원인을 찾아갔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는 말처럼 영화 속 주요인물들을 우상 또는 이상을 차지하기 위해 수많은 노력을 기울이지만 손에 쥐지 못하며 무너져 내린다. 그 과정은 성공과 실패의 반복이 아닌, 실패의 연속이어서 신선함을 준다.

‘우상’ 속에서는 조선족, 정신지체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라 불리는 인물들과 관련된 이야기들이 나온다. 그들이 이상과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면서도 자신이 보고 듣는 것만 믿어 문제의 판을 키우는 풍토를 간접적으로 시원하게 저격한다.

‘우상’은 아들의 사고로 정치 인생 최악의 위기를 맞게 된 남자 구명회(한석규)와 목숨 같은 아들이 죽고 진실을 쫓는 아버지 중식(설경구), 그리고 사건 당일 비밀을 간직한 채 사라진 여자 련화(천우희)까지, 그들이 맹목적으로 지키고 싶어했던 참혹한 진실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한석규, 설경구, 천우희가 선보이는 절정의 연기와 끝을 알 수 없게 만드는 긴장감 높은 스토리가 관객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것이다. 러닝타임 2시간 24분, 15세 관람가, 3월 20일 개봉.

사진=‘우상’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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