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전주국제영화제 코리아 시네마스케이프 단편 4개의 작품은 저마다의 개성을 가지고 있다. 사랑과 이별, 부모와 자식, 남성과 여성, 돈과 인간관계 등을 통해 관객들이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들로 구성됐다.

# ‘리바운드’

수진(김소이)은 연락이 안 되는 남자친구(차영남)가 못마땅하다. 마침내 연락이 닿은 그는 자꾸 속상한 말들만 한다. 결국에는 수진이 참다못해 돌이킬 수 없는 말을 하게 되고 그녀의 마음은 점점 더 혼란스러워진다. 이 영화는 한 여자의 연애담을 담으며 사랑 앞에서 좌절하고 다시 과거의 사랑을 찾는 모습을 통해 시시각각 변하는 감정을 세밀하게 다뤘다.

배우, 가수, 감독 등 자신의 영역을 넓혀가는 김소이가 이번에 첫 제작자, 각본가로 나선 작품이다. 90년대 셀프카메라를 생각나게 하는 영상이 남녀의 연애다툼을 더욱 사실적으로 그린다. 또한 짧은 러닝타임에도 김소이의 다양한 감정 연기가 눈길을 사로잡는 작품이다.

# ‘미주꺼 햄버거’

미주(김에스더)는 아이돌 콘서트에 가고 싶다. 하지만 엄마는 미주의 마음을 알아채지 못한다. 결국 엄마와 싸우게 된 미주는 엄마 몰래 인형탈 아르바이트를 하지만 그곳에서 엄마의 몰랐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미주꺼 햄버거’는 부모와 자식간의 사랑을 다룬다. 사춘기 때 누구나 한번쯤 부모와 다퉈봤을 것이다. 별것도 아닌 걸로 싸우지만 그 갈등을 풀지 못하면 성인이 돼서도 마음 속에 남아있는다.

이 영화는 자식을 끔찍하게 생각하는 부모의 마음을 자식이 직접 확인함으로써 서로가 이해하면 화목한 가정을 꾸릴 수 있다는 걸 말해준다. 부모와 자식간의 관계 이야기라는 보편성을 띠어 관객들이 쉽게 공감할 수 있게 만들어졌다.

# '고추'

1988년 서울올림픽이 한창일 당시 한 산부인과에 삼신할머니가 등장한다. 그는 병실 문에 붉은 고추를 걸어놓고는 여러 영혼들에게 열쇠를 하나씩 나눠준다. 영혼들은 저마다 매운맛의 정도가 다른 고추를 한입씩 베어먹고는 병실 안으로 들어간다. 그런데 한 영혼이 고추가 너무 맵다며 먹기를 거부하고, 정체모를 소녀 귀신이 대신 병실 안으로 들어가겠다고 나서는 순간 그의 미래가 펼쳐진다. 이 영화는 남아사상을 강조했던 시대를 지나 80년대말 남녀아이 누구든 낳아서 잘 키워보자는 캠페인을 통해 우리나라의 성 고정관념을 꼬집는다.

지금까지도 남아선호사상의 잔재는 남아있으며 남자는 ‘남자 역할’을, 여자는 ‘여자 역할’을 해야한다는 의식이 강하게 존재한다. 젠더 의식이 많이 바뀐 현재에서 전세대 모두에게 변화하는 성 개념에 대한 인식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다.

# ‘샤또 몬떼’

40대 중반의 무명배우 병현(차인표)은 곧 새 작품에 들어가는 유명 영화감독 홍 감독의 집들이에 초대된다. 홍 감독이 와인 애호가라는 사실을 알고는 있지만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않은 병현은 동생 정현(류수영)에게 최소 10만원이 넘는 최고급 와인 한 병을 사다 달라는 부탁을 한다. 영화는 정현이 ´샤또 몬테´라는 와인을 한 병 준비해오지만 얼마짜리냐는 형의 추궁에 도무지 대답하지 않아 차안에서 서로 말싸움을 벌이는 내용을 담으며 웃음을 유발한다.

‘빅픽처패밀리’를 통해 인연을 맺은 차인표와 류수영은 영화에서 실제같은 말싸움을 통해 명품 배우 클래스를 입증한다. 이번 작품을 만든 정혜림 감독은 차인표와 함께 또 다른 전주영화제 초청작 ‘옹알스’를 공동연출했다. 와인 가격 때문에 티격태격하는 모습에서 사람을 상대하는데 돈으로 평가하는 문제를 유쾌하게 꼬집으며 코미디뿐만 아니라 깊은 메시지까지 던진다.

# ‘코리아 시네마스케이프 단편’ 상영일정이 궁금하다면?

5월 7일 오후 4시 30분 CGV전주고사 6관(GV)

사진=전주국제영화제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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