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린 2004-2005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리버풀은 AC밀란을 만났다. 전반에만 0-3으로 끌려간 리버풀은 후반 3-3 동점을 만들고 승부차기 끝에 AC밀란을 꺾으며 ‘빅이어’를 들어올렸다. 축구팬들에게 ‘이스탄불의 기적’으로 회자되는 이 명경기가 14년 뒤 리버풀의 홈구장 안필드에서 재현됐다. 리버풀에겐 기적이, 바르셀로나에겐 악몽이 일어났다.

AFP=연합뉴스

8일(한국시간) 오전 4시 영국 리버풀 안필드에서 2018-2019 UEFA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 리버풀과 바르셀로나의 경기가 열렸다. 1차전 캄프 누에서 바르셀로나는 2골을 넣으며 ‘축구 신(神)’의 면모를 보인 리오넬 메시의 활약으로 리버풀에 3-0 대승을 거뒀다. 리버풀이 바르셀로나를 이기고 결승에 진출하려면 4골차 승리가 필요했다. 경기를 앞두고 축구팬 대부분이 바르셀로나의 결승행을 점쳤다.

하지만 리버풀은 기적을 써내려갔다. 모하메드 살라, 호베르투 피르미누, 나비 케이타 등 주요 선수들이 부상으로 출전할 수 없는 상황에서 위르겐 클롭 감독은 마네-오리기-샤키리 공격라인을 내놓았다. 전반 7분 오리기가 이른 시간에 선제골을 넣으며 예상과 다른 경기가 진행됐다. 후반 9분과 11분에 왼쪽 수비수 로버트슨의 부상으로 교체출전한 바이날둠이 연속골을 넣으며 순식간에 합계스코어 3-3을 만들었다. 그리고 후반 34분 터진 오리기의 4번째 골까지. 리버풀은 ‘이스탄불의 기적’에 이어 ‘안필드의 기적’을 완성했다.

리버풀은 지난 시즌 결승 진출에 이어 두 시즌 연속 결승 무대를 밟게 됐다. 토트넘-아약스 경기 승자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홈구장에서 빅이어를 두고 결전을 벌인다. 리버풀의 홈구장 안필드는 원정팀의 무덤이었다. 올시즌 단 한번도 리버풀은 홈에서 지지 않았다. 이번 경기에서 메시를 비롯해 수아레스, 쿠티뉴 등 스타 선수들이 모두 침묵했다. 경기장은 온통 리버풀 팬들의 뜨거운 열기와 함성으로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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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셀로나는 두 시즌 연속 치욕적인 패배를 당했다. 지난 시즌 8강에서 AS로마에게 1차전 4-1 승리를 거뒀음에도 2차전 원정에서 3-0으로 졌다. 3골차 승리에도 원정에서 진 경험이 있어 이번 리버풀전은 다를 것으로 보였으나 바르셀로나는 또 과거의 실패를 반복했다. 바르셀로나는 지난 몇시즌동안 챔피언스리그 탈락할 때 원정(유벤투스, 파리생제르맹,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서 골을 기록하지 못했다. 이번에도 원정 무득점으로 4강에서 탈락했다.

리버풀과 바르셀로나의 차이는 무엇이었을까? 리버풀은 현재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2위(승점 94점)를 기록하고 있다. 1위는 맨체스터 시티(승점 95점)다. 마지막 라운드를 남겨놓고 끝까지 우승 경쟁을 치열하게 하고 있다. 반면 바르셀로나는 일찌감치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우승을 확정짓고 로테이션을 가동해 베스트11의 체력 비축에 성공했다. 하지만 챔피언스리그에서 좋은 결과를 내놓지 못했다.

이날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한 살라는 “NEVER GIVE UP” 문구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왔다. 리버풀 선수들은 투지와 열정으로 끝까지 승리에 대한 열망을 보여줬다. 경기가 끝난 뒤 고참 제임스 밀너는 울음을 터뜨렸고 2골을 넣은 바이날둠 역시 무릎을 꿇으며 승리했다는 기쁜 마음에 취했다. 그들의 열정이 승부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였다. 리버풀이 과연 결승에서도 기쁨의 눈물을 흘릴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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