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자기 유재석, 아기 자기 조세호가 공감을 무기로 매주 화요일밤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요란한 게임이나 자극적인 벌칙도 없고, ‘여행뽐뿌’를 자극하는 근사한 해외 관광지도 등장하지 않는다. 단지 일상에서 무심코 지나쳤을 법한 우리 이웃 이야기를 전하는 tvN ‘유 퀴즈 온더 블럭’에 연일 호평이 쏟아지지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연출 김민석/이하 ‘유 퀴즈’)은 지난해 8월 첫 방송을 시작으로 매주 ‘사람 여행’을 떠나고 있다. 눈길을 끄는 지점은 국민MC 유재석, 조세호의 ‘쓰임새’다. 웃음을 만드는 ‘예능꾼’인 두 사람은 이런 타이틀에서 한발짝 물러나 사람들의 일상을 관찰하고 이들의 이야기를 경청한다.

이런 지점은 문해학교를 방문한 한글날 방송에서 잘 드러난다. 고된 세월을 살아온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인생 스토리를 풀어내는 과정에서 굳이 매끈하게 서사를 전달하기 위한 노력이나, 과장된 리액션을 더하지 않았다. 다만 화면에 비쳐진 유재석과 조세호의 붉어진 눈가가 이들의 이야기에 얼마나 공감하고 있는지를 여실히 체감하게 했다.

박묘순 할머니, 서태종 할아버지 부부와 퀴즈를 풀 때는 ‘계산없는 선의’가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모두가 한 마음으로 노부부가 상금을 받아가기를 희망하는 가운데 큰 자기와 작은 자기의 ‘대놓고 조작방송’이 웃음과 동시에 뭉클한 감동을 선사했다. 연예인들의 MSG 토크가 난무하는 토크쇼에서라면 좀처럼 느낄 수 없는 ‘날 것 방송’의 묘미가 동시간대 쟁쟁한 경쟁작들 사이에서도 매주 ‘유 퀴즈’의 뜨거운 화제성을 이끌어가는 원동력이 되고 있는 것.

시민들 역시 이런 유재석, 조세호에게 호의적으로 다가온다. 웃겨야 한다는 부담감을 내려놓고 자기 이야기를 하는데 크게 거리낌이 없다. 때문에 직업과 일에 대한 세대간의 가치관 차이를 고민하는 부장님(경기도 판교편), 소수의 목소리를 내는 방송을 만들고 싶다는 대학생(회기동편), 아직은 철 없는 아들을 바라는 엄마-가정에 도움이 되고 싶은 아들(신당동편), 부모님에게 늘 잘 지내는 모습만 보여드리고 싶다는 유학생(독서당로편), 아들의 희귀병을 늦게 알아차린 게 인생의 ‘흉년’이라는 부모님(풍기편) 등 다양한 이야기들가 매주 안방에 찾아온다.

물 흐르듯 매끄러워 보이지만 단순히 이야기를 큐레이션 형식으로 늘어놓는 건 아니다. ‘유 퀴즈’는 매회 그 회차를 관통하는 키워드를 통해 시민들에게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평범하지만 결코 단조롭지 않은 일상, 그리고 안녕했던 오늘과 주변을 다시금 되돌아보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 적재적소에 삽입되는 삽입곡은 시청자들의 큰 관심사 중 하나로 떠올랐다. 또 센스있는 자막 처리는 짤을 생성해내며 애청자들의 재미를 만들어내고 있다.

‘유 퀴즈’를 연출하는 김민석 PD는 “MC들도 시민이 주인공이라고 생각을 하고 녹화를 하고, 그게 편집까지 이어진다. 현장에서 제가 연출자로서 연출하는 부분이 없다. 오히려 유재석, 조세호씨가 누구를 만나서 무슨 이야기를 끌어갈 것인가 연출한다고 생각하고 있다”라며 소통의 힘을 강조했다. 또 유재석이라는 친근한 예능인이 ‘유 퀴즈’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현장에서 만나는 시민들이 100이면 100, 유재석씨를 반가워해 주신다. 그래서 더 편하게 이야기를 나눠주시는 거 같다”라고 밝혔다.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망붕 재석’ 등을 생성해 낸 편집의 주안점에 대해서는 “유재석씨가 연애담 등을 들을 때 좋아서 특유의 망붕 표정이 나온다. 광대가 승천하고 잇몸이 마르는데 편집하다 보니 재미가 있어서 그런 점을 더 살리려고 하는 편이다. 조세호씨는 엉뚱한 질문들을 갑자기 많이 한다. 이때 리얼하게 나오는 시민들의 반응을 엮어서 편집을 한다”라고 설명했다.

또 큰 자기와 아기 자기의 케미에 대해 “조세호씨가 감성이 풍부해서 울컥할 때가 많다. 근데 유재석씨도 한글날 방송을 보면 눈가가 촉촉해지는 때가 있다. ‘유 퀴즈’가 사람여행을 하는 프로그램인데 두 분 다 ‘저기 저 사람은 어디에 사는 누구인지, 어딜 가고 있는지’ 호기심이 많아서 소통이 더 잘되는 거 같다. 스튜디오 안에서 연예인만 만나는게 아니라 무슨 이야기가 나올지 모르는 시민들과 만나 자신을 내려놓고 이야기를 나누는 유재석씨의 소통 방법을 보면서 조세호씨도 내공이 쌓여가는게 PD들 입장에서는 보이고 있는 거 같다”라고 전했다.

한편 따뜻한 감동, 유쾌한 웃음을 선사하는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은 매주 화요일밤 11시 방송된다.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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