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3일 개봉한 영화 ‘82년생 김지영’이 지난 주말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조커’ ‘말레피센트 2’가 10월 박스오피스를 장악했지만 ‘82년생 김지영’이 한국영화 구세주로 등판한 것. 영화가 흥행하고 있지만 여전히 논란은 계속 되고 있다. 아니 개봉 전보단 논란이 많이 식었다고 하는 게 맞을 것이다.

‘82년생 김지영’은 누적 판매 100만부를 돌파한 조남주 작가의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 영화다. 소설과 결은 비슷하지만 엔딩, 그리고 공유가 연기한 지영(정유미)의 남편 대현 캐릭터는 다르다. 김도영 감독이 전 세대가 볼 수 있게 ‘82년생 김지영’을 연출한 의도를 엿볼 수 있었다.

소설이 등장하고 영화가 개봉하기 전까지 논란이 됐던 건 ‘페미니즘’이다. 82년생 김지영의 삶이 여성 전체가 받는 차별, 억압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게 논란의 중심에 섰다. 남성의 차별, 억압을 다룬 ‘90년생 김지훈’이란 소설이 온라인에 공개되기까지 하면서 온라인상 남녀 대립은 극에 달했다.

정유미, 공유의 캐스팅 소식이 들려오자 개봉 전부터 평점 테러가 시작됐다. 영화를 보지 않고 평점 테러를 한 것은 남녀 대립을 부추기는 꼴이 됐다. 하지만 막상 영화가 개봉되자 100만 돌파는 물론 박스오피스 1위를 달리며 관객들의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영화가 그 자체로 사람들 입에 오르고내리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영화 외적으로 거친 말들이 오가는 사회적인 이슈를 만들어내는 건 그렇게 바람직한 일이라고 할 수 없다. 만약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방향으로의 논쟁이 아니라면 말이다.

‘82년생 김지영’을 보면 지영은 명절 때 시댁에서 음식을 만들고 가족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모습, 육아에 지친 삶, ‘맘충’이라는 이야기까지 듣는 현실 등을 보여준다. 지영의 상황만 봤을 때는 과거와 현재를 살아가는 여성의 모습과 크게 다를 게 없다. 다만 이게 결혼하지 않은 젊은 여성에게까지 해당되는지는 의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남성이든 여성이든 대립각을 세울 필요는 없다.

영화는 엄마의 삶을 중점적으로 이야기한다. 영화에 등장하는 지영의 엄마든 대현의 엄마든 힘들게 자식 키우고 자신의 꿈을 포기하면서까지 가족을 위해 헌신했다. 이는 우리의 엄마와 크게 다르지 않다. 바로 이 점이 여성의 현실을 잘 표현했다고 말할 수 있는 부분이다. 물론 대현을 통해 남성, 아빠도 얼마나 힘든 삶을 살아가는지 보여준다. 가족을 먹여살리기 위해 하루종일 일하고 힘든 몸을 이끌고 아내와 자식을 바라봐주는 대현의 모습에서 ‘82년생 김지영’은 여성만을 위한 영화가 아님을 말한다.

온라인상에서 논쟁을 펼치는 댓글들을 보면 수박 겉햝기식이다. 남성들은 “저런 여성이 어디있어? ”페미 영화 아님?“ ”믿고 거른다“ ”남자들이 더 차별받는 시대다“ 등의 댓글을 남겼다. 여성들은 ”남자들은 이 영화를 봐야한다“ ”한국에서 여성으로 살기 힘들다“ ”한남들이 문제다“ 등 목소리를 높였다. 극단적인 댓글을 보면 이렇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댓글들은 영화를 이야기하지 않는다. 여성이 받는 차별을 지영 혼자 다 겪는 건 영화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어떤 영화를 봐도 주인공은 별의별 일을 다 겪는다. 누구는 화장실 몰카를 당할 수도 있고 어떤 여성은 시댁 살림의 고통을 겪을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공감되는 부분이 없을 수 없다.

”영화를 보고 판단하세요“ ”남녀 갈등 조장 하지 마세요“ ”남녀 서로 이해하고 도와주면 됩니다“ 등의 댓글이 ‘82년생 김지영’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논쟁은 필요하지만 무분별한 비방은 사람을 상대로 하든 작품을 상대로 하든 옳지 못한 행동이 아닐까. 언론과 대중도 마찬가지다. 굳이 논란을 조장할 필요는 없다. 영화가 좋으면 관객들의 인식은 바뀌기 마련이다.

‘82년생 김지영’은 이 모든 논란을 이겨낼 힘을 가졌다. 충분히 작품성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정유미와 공유는 인터뷰에서 ”논란이 더는 안 생겼으면 좋겠다“고 했다. 알탕영화, 페미 영화, 이런 게 중요한 게 아니다. 여성 영화가 많이 나오면 좋고 남성 영화도 관객들 마음에 들면 그걸로 된 것이다. 현 시대에서 남녀의 갈등은 피할 수 없는 일이지만 올바른 방향으로 논쟁이 이어지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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