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국영화는 ‘기생충’, 단 한 단어로 설명된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31일 제40회 청룡영화상 후보 발표에서 11개 부문(총 12개 후보)에 이름을 올려 이번 시상식 최다 부문 후보작이 됐다. 작품상,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 남우조연상, 여우조연상, 감독상 등 주요 부문에 모두 ‘기생충’이 포함돼 영화가 가진 파워를 입증했다. 무엇보다 ‘기생충’은 국내를 넘어 전세계 최고의 영화 시상식까지 바라보게 됐다.

사진=싱글리스트DB

올해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으며 한국영화 100년사에 새로운 한 획을 그었던 ‘기생충’은 국내에서 10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작품성은 물론 흥행도 거머쥐었다. 또한 10월 11일 미국 뉴욕, LA에서 선개봉한 후 2주차부터 미국 전역으로 확대 개봉해 할리우드까지 접수하고 있다.

‘기생충’은 칸영화제, 토론토국제영화제, 뉴욕국제영화제 등 해외 유수 영화제에 초청받았을 뿐만 아니라 27일 있었던 ‘2019 거버너스 어워드’에 봉준호 감독과 박소담이 참석해 그 영향력을 입증했다. 미국 아카데미가 주관하고 주최하는 ‘거버너스 어워드’는 일종의 ‘공로상’ 개념 시상식이다. 이곳에 봉준호 감독과 박소담이 초대받았다는 것만으로도 ‘기생충’의 위대함을 실감케 한다.

사진='기생충' 포스터, AFP=연합뉴스(거버너스 어워드 참석한 봉준호 감독)

두 사람이 거버너스 어워드에 간 것은 우연이 아니다. ‘기생충’ 미국 개봉 이후 뉴욕타임스, 버라이어티, 인디와이어 등 현지 언론들은 호평을 쏟아내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봉준호 감독이 ‘기생충’으로 세기의 감독이 됐다”며 올해의 영화로 ‘기생충’을 꼽았다. 인디와이어는 “올해 오스카에서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로마’가 작품상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기생충’은 ‘로마’보다 더 가능성이 있어보인다”고 전했다.

‘기생충’의 한국영화 첫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오스카) 후보 지명은 거의 확실시 되고 있다. 11월부터 비평가 시상식이 시작되고 12월 초엔 골든 글로브 후보 발표가 실시된다. 이미 ‘기생충’의 북미 배급을 담당한 네온은 ‘기생충’ 오스카 컨텐더로 보고 있다. 거버너스 어워드 참석도 일종의 홍보 효과가 될 수 있다.

AP=연합뉴스(토론토국제영화제 참석한 최우식, 봉준호 감독, 송강호)

오스카 국제영화상(전 외국어영화상)은 각 나라에서 한 작품씩을 출품해 아카데미 회원의 투표로 결정된다. 한국은 ‘기생충’을 출품했다. 현재 ‘기생충’의 강력한 경쟁자는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페인 앤 글로리’(스페인), 래쥬 리 감독의 ‘레미제라블’(프랑스)다. 현재 상황에서 ‘기생충’을 후보에서 밀어낼 경쟁자는 없다. ‘기생충’이 무난하게 국제영화상 후보에 오를 것으로 예상될 수밖에 없다.

또한 ‘기생충’이 작품상 후보까지 노릴 수 있다. 올해 ‘로마’가 아닌 피터 패럴리 감독의 ‘그린 북’이 작품상을 거머쥐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아카데미가 여전히 할리우드 밖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말도 나왔다. 봉준호 감독이 “오스카는 로컬 시상식”이라고 말한 것도 보이지 않는 벽이 있기 때문이다.

사진=인디와이어 인스타그램 캡처('기생충'이 '로마'보다 오스카 가능성이 높은 이유)

하지만 이번엔 다를 수 있다. 아카데미는 최근 몇 년간 인종, 성별, 나이, 국적에 상관없이 고르게 회원들을 뽑고 있다. 인디와이어 역시 이 점이 ‘기생충’에게 유리할 수 있다고 했다. 40~50대 이상의 백인 남성 회원 비율이 여전히 높지만 아카데미가 변화를 추구하고 있는 건 확실하다. 그만큼 외국어 영화에 대한 생각도 열리지 않을까 싶다.

‘로마’만 봐도 외국어 영화지만 감독상, 촬영상, 외국어영화상 등을 받았다. 남우주연상과 외국어영화상을 동시에 받은 로베르토 베니니의 ‘인생은 아름다워’, 무성영화이면서 할리우드 배우들이 출연하지만 프랑스 영화인 ‘아티스트’도 있다. ‘기생충’은 현재 이들보다 더 유리한 상황에서 오스카 레이스를 펼치게 된다.

EPA, AP=연합뉴스(칸영화제에서 '기생충')

무성영화인 ‘아티스트’를 제외하고 오스카 역사상 단 한번도 외국어영화가 작품상을 받은 적이 없었다. 한국영화 ‘기생충’이 조금의 가능성도 없을까? 일단 한국영화 최초로 오스카 국제영화상 후보에 오르는 게 먼저겠지만 지금 분위기만 보면 ‘기생충’이 일을 내지 말라는 법은 없어보인다.

올해 오스카에서 지난해 칸 황금종려상을 받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어느 가족’이 외국어영화상을 받지 못했다. 변수는 존재하고 예측은 늘 할 수 있다. 다만 세계 모든 영화인들이 ‘기생충’을 지켜보고 있다는 건 확실하다. 내년 1월 2일(현지시각) ‘기생충’이 한국영화 최초로 오스카 후보에 오를지 결과가 나온다. 그때까지 ‘기생충’이 할리우드 내에서 어떤 영향력을 펼칠지 주목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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