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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②] '히트맨' 정준호 "천덕규 역할? 아버지로서 선택"

①에 이어서...

‘두사부일체’와 ‘히트맨’을 볼 때 그에게 가장 달라진 점을 뭘까. 아마도 가족의 존재를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이제는 작품을 선택할 때 가족들, 특히 아이들을 고려하게 된다고 한다. 지금도 그렇지만 나중에 커서 아이들이 자신의 연기를 보게 될 테니 말이다. 천덕규는 가족이 없이 국가와 결혼했다고 말하는 인물이다. 오랜시간 혼자 지냈던 그가 이제는 가족의 소중함을 너무나도 잘 알기에 인물을 더욱 깊이있게 이해할 수 있지 않았을까.

“천덕규 역할에 대해 아버지로서 선택한 부분도 없지 않죠. 애를 키우다보니 애들하고 같이 볼 수 있는 영화가 필요해요. 어쩔 수 없이 애들하고 보기에 낯뜨거운 것들도 하지만 애들한테 추억될만한, 재밌게 볼 수 있는 영화를 하고 싶었어요. 사실 이 영화 결정하는데 여러 생각을 했지만 자식들, 가족들 생각도 많았어요. 그래서 사실 앞부분만 보여주고 싶기도 했고요. (웃음) 근데 이제 작품 선택할 때 애들한테 귀감이 될 만한 것도 있었으면 좋겠다 싶더라고요.”

“암살 요원이라는 배경이 정상적 집안에서 자란 친구들이 아니라 사회에서 격리된 외롭운 친구들을 국가가 이용했다고 볼 수 있어요. 그렇다보니 준이나 천덕규나 철이나 암살요원 캐릭터들은 외로움과 절박함 속에서 어쩔 수 없이 운명의 배에 타게 돼 동질감이 있죠. 계급 위치는 다르지만 암살 요원을 거치며 삶과 죽음을 오가며 살았기에 덕규도 명분 있게 망가지는 것이 가능했다고 봐요. 그렇게 해야 살아남을 수 있기에 강하게 대했고 정을 주고 애정을 준 에이스가 만화가가 되겠다는 말을 했을 때의 실망감이 망가지는 명분이 된거죠. 천덕규도 조주연같지만 전체적으로 영화를 끌고가는 중심축으로서 암살 요원들의 아픔을 가진 국장 역할로 매력이 있다고 생각해요.”

“또 그는 다른 인생을 생각할 틈이 없었던 것 같아요. 제 주변에도 특수 요원 출신으로 다녀온 분들이 많은데 국가에 서운함이 많다더라고요. 끝까지 국가에게서 보호받을 줄 알았는데 버려졌다는 느낌. 천덕규의 행동, 상관과의 문제를 보면서 공감이 됐어요. 주변 경험으로 보니 국가와 결혼했다는 말이 진짜 이런 요원들은 그런 말을 할 수 있겠구나 싶더라고요. 목숨 바쳐서 하니까. 하지만 국정원 소재로 영화를 하면 국민들이 국정원에 대해 궁금해하는 것 같아요. 국정원은 드러나지 않게 일을 하다 보니 잘 표현이 안되는 부분이 많은 것 같아요. 그래서 ‘히트맨’을 통해 ‘국정원이 저런 역할을 하는구나’ 많이 아시지 않을까 싶어요.”

정준호의 필모를 보면 1991년 단역으로의 시작이 처음이다. 이후 지금까지 30년 가까운 시간을 연기 인생으로 보내고 있다. 그가 이렇게 롱런할 수 있는 비결은 뭘까. 매일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 운동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철저한 자기관리와 인간관계를 무엇보다 중시하는 그의 성격 때문은 아닐까.

“운동을 매일 하는데 많이 먹으면서 하는 스타일이에요. 매일 6시에 일어나서 운동하고 수영하고 사우나하고 하루를 시작해요. 가끔 촬영 때문에 제외하는 경우를 빼고는. 그런 루틴을 보고 와이프가 제일 놀랬죠. 배우는 늦게 일어나고 그런 생활하는 줄 알았다더라고요. 근데 2, 3시에 들어와도 눈떠서 6시에 나가는 걸 보더니 인정했어요. 제가 혼자 객지 생활한 지 30년이 넘었고 그래서 항상 긴장하면서 자요. 집에 아무도 없다는 생각에 술을 먹거나 스케줄 때문에 잠깐 자고 나갈 때도 늘 눈을 뜨면 6시 10분전이에요. 운동도 매일 하고. 그러다보니 와이프도 인정을 했죠.”

“제가 발이 넓으니 각종 민원을 받아요. 대부분 뭔가 부탁하시는데 거절할 때 시간이 두 배 이상 소비돼요. 거절하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을 상대방이 오해하지 않게 육하원칙에 의해 잘 설명드려야 상대가 서운하지 않고 이해할 수 있으니까요. 거절을 짧게 하면 오해의 소지가 너무 많죠. 그동안 쌓아둔 것들이 오해로 이어지고. 인간관계는 상대방 얘기를 잘 들어줘야만 친해질 수 있는 것 같아요. 연기도 듣는 리액션 연기가 제일 힘들듯이 사람 관계도 들어줘야 상대방을 알 수 있고 들어줄 때 에너지를 쏟아서 관계해야 해요. 부부 사이도 살면서 싸울 수도 있지만 푸는 건 상대방 얘기를 들어주는 것이 중요하죠. 그래야 서로 이해하고 용서하게 되니까. 듣는 역할을 잘 해야 좋은 친구도 사람도 만들 수 있어요.”

정준호는 수십 년간 연기 생활을 성공적으로 이어가고 있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사업과 홍보대사 등 각종 활동을 마다하지 않는 마당발이다. 거기에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들까지 얻으며 남부러울 것 없이, 더 이상 바랄게 없어보인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도 아직 남은 욕심이 있다.

“배우들은 나뿐 아니라 다들 연출욕심이 있어요. 연기라는 큰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린다고 보면 많은 요소가 들어가서 그림이 완성이 되는데, 사실 그림이 되고 싶지 그 그림 속 한 요소가 되고 싶지는 않잖아요. 특히 영화는 감독예술이고 내 생각과 영혼, 이상이 영화 속에 고스란히 남으니까. 그래서 저도 한 십 년 전부터 늘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고, 제가 잘하는 쪽 얘기를 하려고 생각하고 있어요. 시나리오도 큰 틀에서 7, 8개 써두고 직접 제작사에서 서너번 연출의뢰도 받았어요. 그중 하나가 충청도 조폭이야기인데 시나리오 보고 너무 재밌더라고요. 그래서 이걸 연출을 해볼까, 주인공을 해볼까 고민 엄청했어요. 제가 충청도 사람이니 알잖아요.”

“근데 연출은 앞으로도 기회가 되면 내가 잘할 수 있는 얘기, 어릴 때부터 자라오면서 이쪽만큼은 나만큼 못 따라간다 하는 것들을 하고 싶어요. 그래서 능글맞은 충청도식 코미디에 남자들의 의리도 있는 것도 해보면 어떨까 싶어요. 너무 ‘두사부일체’인가?(웃음) 이번에 감독님이랑 농담 삼아 ‘히트맨2’를 하자고 얘기도 했는데, 혹시 나오게 되면 천덕규가 결혼해서 충청도 여자를 만나는 스토리는 어떨까 생각도 드네요. 충청도 남자의 매력에 빠지면 헤어날 수 없잖아요.”

이날 만난 배우 정준호는 ‘히트맨’의 장르적 특성처럼 유쾌하고 진중한 모습을 함께 가진 사람이었다. 설날 가족들과 함께 영화를 보시라는 솔직한 홍보와 더불어 영화배우로서, 관객으로서 한국영화 발전에 대한 고민도 함께 드러냈다. 그의 이런 모습이 영화를 보는 관객들에게 더욱 진솔하게 다가갈 수 있는 이유는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어쨌든 프로 세계는 경쟁력있는 작품과 경쟁해서 냉정한 심판을 받아야죠. 그런 부분이 부담도 되고. 근데 우리 잘되자고 남의 것 망하길 바라는 것도 이상하고, 반대도 정상적이지 않고. 서로가 다 손해보지 않는 선에서 끝냈으면 하지만 내심 욕심은 우리가 1등 나머지가 2, 3등 했으면 좋겠어요. 너무 망하지 않는 작품들이 나와야 한국영화가 발전되니까."

"근데 한국영화에 대해 상업적인 코드로 봤을 때 코믹액션이 많은 퍼센트를 차지해요. 투자자들도 좋아하고 연령층 상관없이 좋아하다 보니. 또 유독 설 연휴, 추석, 연말 시즌에 이런 상업영화들이 몰리는 경향이 있어 과열경쟁은 아닌가, 그래서 서로 제살깎는 경쟁은 피하는게 좋지 않나하는 바람은 있죠. 어쨋든 다른 건 몰라도 설 연휴엔 ‘히트맨’ 만한 영화가 없습니다. 온 가족이 모여 부담 없이 웃으면서 즐기면서 볼 수 있는 영화, 그래서 ‘히트맨’ 먼저 보시고 다른 걸 보시기를 바랍니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장민수 기자  kways123@sli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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