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연과 정우성의 첫만남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의 서막에 불과했다. 탄탄한 스토리,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의 향연, 긴장감 가득한 사건들이 한데 어우러져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범죄 스릴러의 정수를 보여준다.

# 1PICK: 전도연 X 정우성, 두말할 것 없는 특급 조합

충무로 대표 배우들이 총출동하는 영화들은 무언가를 다 보여주기 전에 이야기가 끝나기도 한다. 각자 가지고 있는 개성을 2시간 안에 다 보여주기도 벅찰 수도 있다. 하지만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그 어려운 일을 해낸다.

오랜만에 센캐로 나타난 전도연, ‘호구’의 정석을 보여주는 정우성, 평범한 사람 그 자체 배성우, 쟁쟁한 배우들 틈에서 빛을 발하는 신현빈과 정가람 등 배우들은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소화하며 짐승처럼 관객들에게 달려든다. 이들은 캐릭터의 매력을 방출함과 동시에 짝을 이루는 배우들과의 케미까지 터뜨린다. 주조연 모두 어느 하나 버릴 것 없는 캐릭터를 보여주는 게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의 가장 큰 매력이다.

# 2PICK: 스릴러의 참맛, 역시 스토리가 중요!

모든 것은 돈가방과 함께 시작됐다. 여러 갈래로 나눠진 이야기가 하나로 만날 때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더욱 힘을 발휘한다. 캐릭터 각자의 이야기가 어떻게 한 사건으로 만날지 영화를 볼수록 궁금함을 자극하며, 보는 이들을 더욱 몰입하게 만든다. 인간의 본성을 관통하는 대사와 행동부터 촘촘하게 짜여진 스토리 라인이 스릴러의 참맛을 느끼게 해준다.

이 영화는 올해 로테르담국제영화제 심사위원상을 받았다. 상을 받았다고 다 좋은 작품은 아니지만, 김용훈 감독은 첫 장편영화 연출작에서 자신의 실력을 가감없이 보여줬다. 특히 그가 쓴 각본이 인상적이다. 자칫 다른 길로 새나갈 수 있는 여러 이야기를 퍼즐 조각처럼 딱 들어맞게 완성해내는 능력은 가히 놀라울 정도다.

# 3PICK: 속고 속이는 인간의 본성, 지푸라기보다 못한 사람들

영화 제목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에서 지푸라기는 돈을 의미한다. 돈이 어떻게든 살아보려는 원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캐릭터들은 돈가방을 손에 넣기 위해, 때로는 무릎을 꿇기도, 때로는 개가 되기도 한다. 그들이 처한 상황은 나약한 인간의 본성을 드러내는 캐릭터들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전달한다.

돈 앞에 계급이 없고, 우정과 사랑, 신뢰도 없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계속 캐릭터들의 배신이 이어진다. 이쯤 되면 신뢰할 만한 캐릭터도 나올 법하다고 생각하는 건 금물이다. 영화 내내 지옥철을 탄 것처럼 답답한 인간의 날 것들이 무자비하게 쏟아진다. 그것이 오히려 가려웠던 곳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느낌마저 들게 한다. 그만큼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쫀쫀하면서도 보고 나면 찝찝한 구석 없는 스릴러로서의 제 역할을 다한다. 러닝타임 1시간 48분, 청소년 관람불가, 2월 12일 개봉.

사진=‘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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