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 '기생충'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몇 개의 트로피를 품을지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는 중이다.

올해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9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LA 할리우드 돌비극장에서 열린다. '기생충'은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각본·편집·미술·국제영화상(옛 외국어영화상)까지 6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지난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부터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 등 수상 행진을 이어온 '기생충'이 오스카 수상에도 성공하면 유럽과 북미에서 최고 권위상을 모두 휩쓸게 된다.

한국영화는 1962년 신상옥 감독의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출품을 시작으로 꾸준히 아카데미상에 도전했지만 후보에 지명된 것은 '기생충'이 처음이다. 한국영화 최초로 후보에 올라 단박에 수상에 성공하면 101년 한국영화 역사도 다시 쓰게 된다.

현재 국내외 영화 관계자들에 따르면 국제영화상(옛 외국어영화상) 수상은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는 분위기다. 작품상과 감독상 수상 가능성도 점쳐진다. 작품상에는 총 9편이 후보에 올랐지만 '기생충'과 '1917'의 대결로 압축되는 모양새다. '1917'은 작품상뿐만 아니라 감독·각본·미술·촬영·분장·음악·음향 편집·음향믹싱·시각효과상 등 10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최근 국내 언론시사로 공개된 '1917'은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전쟁터 한복판을 가로질러야 했던 두 병사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1인칭 시점으로 전개돼 전장의 참상을 체험하게 한다. 시사 이후에는 역대 전쟁영화 가운데 최고라는 평가가 나왔다.

'1917'은 미국영화인 데다 할리우드가 좋아하는 전쟁영화이고,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세운 제작사 앰블린 파트너스가 제작했다. 여기에 아카데미 전초전 격인 미국제작자조합(PGA) 작품상과 감독조합(DGA) 감독상을 받아 여러모로 수상에 유리한 위치에 있다. 하지만 '기생충' 역시 외국어 영화로는 처음으로 미국배우조합(SAG)상 최고상을 받았고 작가조합(WGA)상, 편집자협회(ACE)상, 미술감독조합(ADG)상을 휩쓸었다.

외국어 영화로는 역대 11번째로 작품상 후보에 오른 '기생충'이 수상에 성공하면 아카데미 역사상 외국어 영화가 작품상을 타는 첫 사례가 된다. 영국 가디언, LA타임스 등은 '기생충' 수상을 점치는 기사를 실었다. 감독상 역시 봉 감독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는 '1917'의 샘 멘데스다. 마틴 스코세이지('아이리시맨'), 토드 필립스('조커'), 쿠엔틴 타란티노('원스 어폰 어 타임…인 할리우드) 등 거장들도 함께 후보에 올랐다.

외신들은 봉 감독이 감독상을 받으면 '1917'이 작품상을 타고, 반대로 샘 멘데스가 감독상을 받으면 '기생충'이 작품상을 받을 것으로 관측했다. 봉 감독이 감독상을 받는다면 아시아계 감독으로는 대만 출신 이안 감독 이후 두 번째다. 이안은 할리우드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2006), '라이프 오브 파이'(2013)로 두 차례 수상했다.

'기생충'은 각본상 수상작으로도 유력하게 점쳐진다. 미국 작가조합 각본상을 받은 데 이어 영국 아카데미상 시상에서도 외국어영화상과 함께 각본상을 탔다. 경쟁작은 '나이브스 아웃' '결혼이야기' '1917' '원스 어폰 어 타임…인 할리우드'다. 이 가운데 노아 바움백 감독의 '결혼 이야기'가 유력한 경쟁작으로 꼽힌다. 다만 '결혼 이야기'가 개인적인 이야기라면, '기생충'은 빈부격차와 계급갈등 같은 보편적인 주제를 다뤄 더 큰 공감대를 얻을 가능성도 있다.

'기생충' 시나리오를 쓴 봉 감독과 한진원 작가가 각본상을 받으면 2003년 '그녀에게' 스페인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 이후 외국어 영화로는 17년 만의 수상이다. 아시아 영화로는 처음이다.

'기생충' 이하준 미술감독과 조원우 세트 디자이너는 미술상 후보로 올랐다. 미국 미술감독조합(ADG)상을 받았다는 점이 수상 전망을 밝게 한다. 둘은 부잣집 가족과 가난한 가족이 사는 집을 세트를 통해 대조적으로 만들어 주제 의식을 상징적으로 드러냈다. 편집상 후보에 오른 양진모 편집 감독은 외국어 영화로는 처음으로 미국 편집자 협회상을 받았다. '포드 v 페라리' '아이리시맨' '조조 래빗' '조커'가 편집상을 놓고 경쟁한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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