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영화의 산실’로 불려온 한국영화아카데미(KAFA)가 이현주 감독의 동성 동료 성폭행 사건과 관련해 조직적 은폐 시도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연합뉴스

KAFA를 설립한 영화진흥위원회는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 피해자의 주장을 조사한 결과, 사건을 처음 인지한 KAFA 책임교수 A씨가 피해자 보호조치를 취하지 않고, 사건을 은폐하려 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20일 밝혔다.

영진위에 따르면 A씨는 피해자에게 여러 차례 고소 취하를 요구하며 부적절한 언사를 했으며 재판이 시작되자 이 감독 측 증인으로 출석해 피해자에게 불리하게 활용될 수 있는 증언도 했다.

KAFA 원장 B씨는 성폭행 사건과 고소 사실을 알고도 상급기관인 영진위에 알리지 않고 피해자 보호조치도 하지 않았다. 이 감독의 졸업작품을 아카데미 차원에서 지원·홍보하는 바람에 피해자의 고통이 가중됐다. 이 감독은 재판이 진행 중이던 지난해 영화 '연애담'으로 청룡영화상 신인감독상을 받았다.

행정직 직원들 역시 이 감독에게 재판에 쓰일 사실확인서를 작성해주고 나서 보고하지 않는 등 보고체계가 전혀 작동하지 않은 결과 사건이 장기간 은폐됐다. 영진위가 사건을 보고받지 못한 것은 물론, 관련자들 역시 재판 경과에는 관심을 두지 않은 탓에 판결 선고가 난 사실도 몰랐다고 영진위는 설명했다.

영진위는 조사결과를 감사팀에 통보하고 관련자들을 인사위원회에 회부에 징계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

한편 지난 2015년 4월, 지인들과 술자리가 끝난 뒤 만취한 피해자를 인근 모텔로 데리고 가 잠든 피해자를 상대로 유사성행위를 한 혐의로 기소됐다. 대법원은 지난해 12월 준유사강간 혐의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성폭력 교육 40시간 이수 명령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지난 2월 피해자에 의해 사건이 알려진 뒤 이 감독은 "합의된 성관계"였다는 입장을 발표했으나 변명과 은폐라는 비난여론이 쇄도하자 사과와 함께 영화계 은퇴를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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