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상했어 먹지마"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남에게 주지 않으려 최화정이 뱉는 말이다. 짐짓 얄밉게 그려지던 모습들도 '밥블레스유'에서는 "웃기고 있네"라는 노련한 멘트로 넘어간다. 전문가의 세련된 솜씨도, 무릎을 탁 치는 명쾌한 해결책도 없다. 그럼에도 올리브 예능 프로그램 '밥블레스유'는 산뜻한 웃음으로 예능계에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송은이, 최화정, 이영자, 김숙 이들은 '푸드테라픽'이라는 처방전을 내민다. 고민이 있는 사람에게 '이럴 때 먹으면 좋은 음식'을 추천하는 것이다. 고객 대응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전화 상담원에게는 인스턴트가 아니라 집밥의 맛을 담은 소고기뭇국을 먹으라고 하고, 층간소음에 고통받는 사연자에게는 냄새가 온 동네로 번지는 바비큐를 추천한다.
'밥블레스유'의 먹방은 단순히 음식을 맛있게 먹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좋은 식사 한 끼는 여행을 다녀온 것과 같다는 신념 아래 지친 몸과 마음을 음식으로 치유하자는 힐링을 담고 있다. 그렇다고 심각한 상황까지 예쁘게 포장하진 않는다. 하루 14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회사원에게는 음식 추천 대신 "고발해야 한다"며 함께 목소리를 높인다.
이들이 사연에 공감하고 걱정하고 기뻐하고 분노하는 동안 시청자들은 내 얘기를 들어주는 듯한 편안함을 느낀다. 여기에 특히 호응하는 것은 여성 시청자들이다.
"브라자 풀고 같이 먹어요"
몸을 꽉 조이는 '브라자'를 풀고 싶은 여성들은 '밥블레스유'에서 남다른 활로를 본다. 이 프로그램에는 '여성 서사'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코노미스트지가 매년 OECD 회원국을 대상으로 조사하는 유리천장 지수에서 한국은 늘 낙제점이다. 글로벌 회계컨설팅 업체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의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성별 간 평균 임금격차는 37%로 OECD 평균인 16%의 두 배가 넘는다.
방송계도 예외는 아니었다. 지난 십여 년간 여성 예능인들은 브라운관에서 남성을 보조하는 역으로 출연했다. 최근에는 여성 출연자가 한 명도 없는 방송까지 속출하며 여성 방송인들은 점차 갈 곳을 잃게 됐다. 송은이와 김숙이 '비밀보장'이라는 팟캐스트와 '비보TV'라는 유튜브 채널을 오픈해 자체 콘텐츠를 제작하기 시작한 것도 TV에서 일자리를 잃은 탓이었다. 이들의 현실은 대한민국 대다수 여성이 처한 위기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언니들 또 드신답니다"
송은이와 이영자가 각각 '김생민의 영수증'과 '전지적 참견 시점'으로 다시 빛을 봤을 때 누구보다 이들을 응원한 것은, 그래서 여성이었다. 그러나 두 프로그램은 각각 김생민의 성추행 논란과 일베 논란으로 큰 얼룩을 입었다.
간신히 돌아온 기회가 엎어졌을 때, 이들이 이렇게까지 금방 돌아올 것이라 예상한 이는 없었다. 하지만 산전에 수전에 공중전까지 다 겪은 '언니'들은 보란듯이 '부라자'를 풀자며 호쾌하게 웃었다. 불투명한 미래 앞에서 방황하는 여성들이 이들에게 보내는 연대가 남다른 이유다.
언니들의 이야기는 내 이야기였다. 여성들은 경력이 단절되지 않은, 업계에서 오래 몸 담은 베테랑 여성의 모습을 최화정, 이영자, 송은이, 김숙을 통해 꿈꾼다. 집에서 맥주 한 캔과 함께 TV를 켜는 이 여성들은 언니들의 먹방이 계속되길 바란다. 여성의 적은 여자라는 틀에서 벗어나 여성을 돕는 여성을 보고 싶어 한다.
사진=올리브 '밥블레스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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