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엄마가 죽었다. 아니 어쩌면 어제였을지도 모른다”

간결하고 건조하지만 강렬한 언어로 점철된 알베르 까뮈의 소설 ‘이방인’. 1942년 발표 이후 현재까지도 그 해석을 두고 치열하게 논의되는 이 문제작이 연극 무대에 오른다. 지난해 초연 당시에도 전석 매진을 기록했던 ‘이방인’은 오는 21일을 시작으로 한달간 산울림 소극장에서 관객들을 만난다.
 

겨울 밤 눈발이 켜켜이 쌓여가듯 화자 뫼르소의 세계로 관객을 안내하는 배우로는 초연에 이어 전박찬이 이름을 올리게 됐다. 공연을 앞두고 연습이 한창인 산울림 소극장에서 전박찬을 만났다.

연극 ‘이방인’은 원작의 골자를 크게 해치지 않는다. 물론 극으로 각색되는 과정에서 원작의 인물이나 정황들에 다소 변동이 있지만 소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때문에 화자 뫼르소의 대사량은 연극의 7~80%를 차지할 정도로 압도적이다.

“대사량이 많아서 걱정이 되지는 않았는데 뫼르소를 연기하는 게 겁이 났어요. 이 인물을 해낼 수 있을까 싶었죠. 독백이 많은 다른 작품을 경험해본 적이 있어서 외우는 건 스킬이 생긴 거 같아요. 러닝머신을 뛰면서 대본을 앞에 올려두고 외워요. 그렇게 30분 뛰면 다섯줄은 확실히 외워지더라고요”
 

인물의 독백으로 채워지다 보니 자칫 기존의 연극 화법에 익숙해진 이들에게는 ‘이방인’이 지루하게 다가올 수도 있다. 하지만 독백과 독백 사이, 그리고 뫼르소라는 인물의 심리가 변해가는 과정, 뫼르소라는 개인과 사회라는 세계의 충돌을 눈여겨봐야 한다. 그러나 ‘시연’하는 배우 입장에서는 적잖은 고민이 뒤따랐다.

“초연 때는 어떤 장면에서 이 무대 두바퀴 반을 뛰었어요. 뭐든 해야하니까 뛰어다녔던 거 같아요. 이번 공연에는 정확하게 이 소극장 무대의 3/4만 써요. 움직임이 상당히 줄어든 거죠. 무대를 많이 사용해야 한다는 게 배우의 고정관념인 거 같아요. 이번에는 부러 뭘 더 하지 않으려고 했어요. 충실하게 까뮈의 언어를 견디려고 노력했죠”

두 번째 뫼르소 연기가 전박찬에게 주는 느낌은 어땠을까. 전박찬은 초연을 떠올리며 “해내는 게 굉장히 바빴어요”라고 회자했다. 이어 스스로를 ‘노련하지 못한 배우’라고 말하며 “뭔가를 해내려고 열과 성을 다할 때가 있는데 이 작품이 그랬어요”라고 털어놨다.
 

“문학적인 작품이죠. 그래서 지루할 수도 있고. 공연하는 배우들 입장에서는 박수소리를 듣고 관객들의 반응을 느끼거든요. 박수가 묵직했어요. 그냥 ‘고생했어’라는 박수는 아니었던 거 같아요. 관객분들이 정확히 ‘이방인’이라는 작품 속에서, 이 언어 안에서 어떤 걸 발견 하셨는지 알길은 없지만 굉장히 감사했어요. 초연때는 너무 치열했는데 그때의 노고를 관객분들이 알아주신 거 같아요. 이번 공연은…초연과 똑같이 할 수 없잖아요. 대사를 추가한 부분도 있고, 분명 그때와는 달라요”

신진작가들의 작품이 꾸준히 나오고 있음에도 왜 관객들은 1942년의 문학을 소비할까. 배우 입장에서 생각하는 이유를 물었다.

“제 입장에서 소설을 각색해서 한 공연은 이번이 처음이었어요. 집에서 쉴 때 소설을 가끔 읽는데 연극에서 이 인물을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관객들도 마찬가지인 거 같아요. 어떤 연극은 봐도 하나도 모르겠다 싶을 때가 있고, 어떤 연극은 전하는 바가 너무 명확한데도 집에 돌아가서 생각이 안 나는 경우도 있어요. 내가 읽었던 소설을 무대에서 본다는 것, 자기가 상상했던 인물을 무대에서 배우가 연기해주는 건 흥미로운 일인 거 같아요. 고전 자체는 힘이 있으니까요. 까뮈는 비교적 오래되지 않은 작품이지만 100년, 200년 전에 쓰여진 작품도 여전히 남아 있잖아요”

②에 이어집니다.

사진=싱글리스트DB, 라운드테이블(지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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