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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펭귄 하이웨이' 이시다 히로야스 감독의 작가론 "모든 어른은 어린이였다"

아직 ‘너의 이름은.’ ‘목소리의 형태’의 울림을 간직한 이들에게 기쁜 소식이 하나 날아들었다. 이번 가을, 다시 한 번 우리들 가슴에 깊게 남을 재패니메이션 ‘펭귄 하이웨이’(10월18일 개봉)가 찾아온다. 이미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관객들의 호평을 받은 바, 관객들의 가슴에 또 어떤 발자국을 남길지 시선이 쏠리고 있다.

 

영화 ‘펭귄 하이웨이’는 어른이 되기까지 3888일 남은 11살 소년 아오야마가 동네에 갑자기 나타난 펭귄을 마주치게 되면서 평생 잊지 못할 모험을 떠나는 판타지 어드벤쳐를 담는다. 훈훈한 스토리, 따스한 비주얼, 심장을 울리는 OST까지 관객들의 취향을 저격할 요소가 곳곳에 담겨 쌀쌀한 가을날 카디건 같은 감성을 전한다.

개봉을 일주일 앞둔 11일, ‘펭귄 하이웨이’의 이시다 히로야스 감독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덥수룩한 수염이 그의 어른스러움을 표현하는 듯 했지만, 인터뷰 내내 쉼 없이 짓는 미소에서 내면의 소년감성을 정확히 느낄 수 있었다.

 

Q. ‘펭귄 하이웨이’는 감독의 첫 장편 애니메이션이다. 처음의 설렘과 함께, 한국 관객들에게도 선보인다는 사실이 꽤 남다를 것 같다.

A. ‘펭귄 하이웨이’를 만들 때는 한국에서 개봉하리라곤 상상도 못했다. 일본과 한국은 정서적으로 비슷한 국가라고 늘 생각해왔다. 아마 함께 공감해주시지 않을까 한다. 물론 개인적으론 첫 장편 애니이다보니 아쉬운 부분이 많다. 다루는 규모가 커지고, 혼자 힘으로 할 수 없는 지점에선 많은 이들의 힘을 빌렸다. 그 일련의 과정이 즐거웠다. 개봉을 앞둔 지금은 즐거웠던 만큼 조마조마하고 긴장이 된다. 숙제 검사 받는 느낌이다.(웃음)

 

Q. 2014년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SICAF 2014)에서 TV & 커미션드부문에서 선보였던 단편 ‘태양 소년과 이슬 소녀’를 기억하는 영화 팬들도 있다. ‘펭귄 하이웨이는’ 당시 작품과 유사하면서도 성장한 느낌이다.

A. 기억해주셔서 감사하다.(웃음) 짧은 이야기를 다루는 단편은 모든 장면에서 감독인 내 스스로가 만족할 때에 비로소 선보인다. 하지만 장편에선 그러지 못하는 부분이 분명 있다. 지금 ‘펭귄 하이웨이’를 봤을 때도 아쉬움이 드는 컷들이 많다. 그러나 장편영화에서 더 중요한 건 다양한 서사, 복합적 테마를 어떻게 설득력 있게 관객들에게 전달하느냐인 것 같다. 여러 실들로 하나의 천을 엮어가는 과정과 비슷하다. 이를 거치면서 연출가로서 큰 그림을 봐야한다는 걸 깨닫게 됐다. 여러모로 많은 것을 배운 영화다.

  

Q. 그렇다면 이 작품으로 엮어내고자 했던 메시지는 무엇인가.

A. 한 문장으로만 말하자면 “관객들이 소년 아오야마를 응원하기”를 바랐다. 소년은 동네 작은 냇가를, 갑자기 찾아온 펭귄을, 좋아하는 누나의 가슴을, 자신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연정을 궁금해 하고 끊임없이 알고자 노력한다. 어느 순간 어른들은 알고자 하는 걸 멈추는 것 같다. 아오야마를 통해 ‘나도 예전엔 저랬는데...’라는 생각을 품고, 소년의 궁금증을 응원해줬으면 했다. 앎에 대한 탐구는 사람을 변화시킨다고 생각한다. 관객들도 ‘앎의 기쁨’을 느끼길 바란다.

 

Q. 문득 ‘앎의 기쁨’을 잃어가는 게 어른은 아닐까 생각하게 됐다. 그 기쁨을 관객들에게 전해주고 싶다는 감독의 말이 왠지 ‘이 세상 모든 어른 관객을 어린이로 만들고 싶다’는 것처럼 느껴진다.(웃음)

A. 처음 작품을 만들기로 할 때는 그런 ‘어른의 아이화 계획’은 염두에 두지 않았다.(웃음) 그런데 어쩌면 무의식 중에 그런 의도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사실 인간의 호기심이 나쁜 쪽으로 작용하는 경우도 많다. 역사적으로도, 또 영화에서 그려지는 모습도 그랬다. 물론 이것도 하나의 사실이지만, 나는 호기심이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꿀 수도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결국 아오야마가 마을을 구하는 것처럼 말이다.

  

Q. 그 훈훈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있어 원작의 완성도도 분명 영향이 있었을 거다. 모리미 도미히코라는 명작가의 작품을 선택한 이유가 있을까.

A. 돌아보면 어린아이의 시기에만 느낄 수 있는 게 있다. 나는 그 느낌을 만들고 싶었다. 막연히 생각만 하고 있다가 ‘펭귄 하이웨이’ 원작을 만났다. 아이 답지 않은 아이의 눈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데, 그게 어른 독자인 내게 참 멋지게 와닿았다. 소년 아오야마의 행동과 마음이 누구보다 진지하고 무척 순수해보였다. 아마 아이이기에 담을 수 있는 순수함은 아니었을까. 영화에서도 그 감정이 느껴졌으면 한다.

 

Q. ‘펭귄 하이웨이’는 최근 폐막한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한국관객들의 호평을 받았다. 한국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인 이 영화만의 강점은 무엇일까.

A. 한국 사람과 일본 사람이 거의 비슷한 비주얼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한몫하지 않을까 싶다. 아오야마의 첫사랑으로 등장하는 ‘누나’의 긴 생머리, 흰 피부가 한국과 일본의 공통적인 첫사랑 이미지라고 하더라. 아무래도 메시지에 이입하기 위해선 캐릭터에 공감하는 게 중요한데, 친숙한 비주얼이 많이 도움 되는 것 같다. 심지어 펭귄도 흰 피부에 검은 머리를 가지고 있지 않는가.(웃음) 농담이다.

  

Q. 이번 ‘펭귄 하이웨이’를 통해 한국 관객들에게도 눈도장을 확실히 찍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제 막 첫 발을 내딛은 연출가로서 앞으로 어떤 목표를 가지고 있는가.

A. 아직 확실히 정해 놓지는 않았다. 막연하게는 계속 신나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 다른 나라 배경의 작품도 만들고 싶고, 다른 소재와 다른 분위기의 이야기도 다뤄보고 싶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건 어른보다는 아이들의 세계를 계속 그려나갈 것 같다.

 

사진 지선미(라운드 테이블)

에디터 신동혁  ziziyazizi@slist.kr

<저작권자 © 싱글리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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