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훈이 나오면 장르가 바뀐다. 대사 한마디 없이 그저 눈빛 하나만으로 시청자들을 압도한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박훈을 삼성동 알코브호텔에서 만났다. 제작발표회 당시 “차형석 기준에서는 유진우(현빈)가 악역이다.'저 사람이 나쁜 연기를 하고 있고, 나는 착한 연기를 하고 있다'라고 생각하고 연기 중이다”라고 발언했던 것처럼 처음엔 마냥 무섭기만 하던 차형석의 존재감은 극이 진행될 수록 측은함마저 들었다.

인간 차형석의 죽음은 단 2회만에 찾아왔다. 이후 회상신을 제외하면 게임캐릭터(NPC) 차형석을 연기할 때는 대사가 없었다. 의상도 인간 차형석의 죽음 당시의 모습 그대로 극이 진행됐다.

“의상이 같은 디자인으로 여러 벌이 준비됐어요. 의상팀이 너무 고생했는데 한 벌이라고 하면 서운할까봐 걱정이에요. 스무벌 가까이 될 정도로 의상이 많았어요. 상처가 날 때마다 (스토리 진행상) 연결이 되야 하니까 일일이 손을 봐야 했죠. 보시는 분들 눈에는 한 벌 같겠지만, 수많은 스태프들의 노력이 들어가 있어요”

스마트렌즈를 끼고 AR 게임을 하는 1인칭 시점으로 전개되는 장면들이 많다 보니 기존 드라마 촬영과 기술적으로 다른 부분들도 많았다. 헬멧에 액션캠을 장착해 게임을 하는 장면은 다 별도로 착용을 했다고. ‘실험적’이라는 표현이 아깝지 않은 이 드라마에 박훈은 자신을 특별출연쯤으로 생각하고 뛰어들었다.

“작품에 대한 정보가 크게 없어서 사실 특별출연인 줄 알았어요. 거기다 초반에 죽는다고 하니까 그러려니 했죠. 근데 살아나더라고요? 대본을 읽고 나서야 ‘되게 큰 역할이구나’ 싶었어요. 알고 갔더라면 굉장히 부담스러웠을 거 같아요. 오히려 몰라서 마음에 여유가 있었죠”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은 매번 새로운 장르의 지평을 열어가는 송재정 작가의 작품이라는 점, 그리고 현빈의 제대 후 첫 드라마로 주목을 받았다. 박훈은 함께 촬영하는 분량이 압도적으로 많았던 현빈에 대해 “태생적인 비율이 다르더라고요”라고 말했다.

“남다른, 특별한, 준수한 외모와 비율을 가지고 있는 친구에요. 같은 춤을 춰도 태가 나는 사람이 있잖아요. 압도적인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았어요. 심지어 굉장히 유연하고 잘 해요. 동생이지만 배우로서 배워야 하는 거 같아요”

반면 다른 배우들과는 함께 호흡하는 분량이 제한적이었다. 하지만 박훈은 “현빈씨가 배려심이 좋고 케미를 워낙 잘 만들어내는, 상대성이 좋은 배우이기 때문에 오히려 현장에서 다른 배우들과 더 교류하려고 노력하고 시간을 많이 가졌어요”라고 그의 배려를 전했다.

“촬영장에서 나이도 딱 중간이어서 현장에서 왔다 갔다 하면서 교류를 하려고 노력을 했어요.

신은 많이 붙지 않았지만 스페인에서 첫 촬영을 함께 시작했어요. 마지막에 현빈씨, 신혜씨 촬영하는 걸 가서 보고 싶더라고요. 마무리를 같이 하는 느낌? 워낙 좋은 친구들이라서요. 찬열씨랑도 스페인에서 만났어요. 한국에서 촬영할 때는 한 번 정도 본 것 같아요. 대신 채팅방에서 열심히 이야기를 했죠. 엑소 콘서트도 다녀왔어요. 찬열군은 세주만큼 순수하고 바른 친구에요. 이번에 처음 봤는데 연기를 그렇게 잘하는 줄 몰랐어요. 놀라운 게 많은 친구인 거 같아요”

②에 이어집니다.

사진=싱글리스트DB(라운드테이블 지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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