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에 이어서...

다큐멘터리 ‘옹알스’는 배우 차인표, 전혜림 감독의 공동연출로 대한민국 넌버벌 코미디팀 옹알스팀의 라스베이거스 도전기를 다뤘다. 신인감독들의 연출, 제작비 부족, 멤버들과 제작진의 의견충돌 등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옹알스’는 결국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차인표, 전혜림 감독은 ‘옹알스’를 통해 희로애락을 모두 느꼈다며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털어놨다.

# 기존 다큐멘터리와 다르게 연출자들의 감정이 ‘옹알스’에 그대로 드러나던데?

차인표 - ”실제로는 옹알스팀에게 잔소리를 많이 했어요(웃음) ‘내 다큐멘터리를 찍어주는 사람도 없는데 내가 여러분을 찍고 있지 않냐. 빨리 라스베이거스 도전하라’고 말하기도 했죠. 사실 말이 안 되는 이야기였죠. 멤버들 모두 자기 삶이 있으니까 그저 묵묵히 기다리면 알아서 될 것을 제가 조바심을 낸 거죠. 옹알스 멤버들에게 감사한 건 80회차 이상 촬영으로 진행됐는데 ‘바쁜데요’ ‘싫은데요’라고 한 적이 단 한번도 없었어요.“

전혜림 - ”촬영할 때는 라스베이거스 도전을 하도 안 해서 못 되게 말한 적도 많았어요. 그때는 왜 옹알스 멤버들이 꿈을 펼치지 않고 주저하는지 안타까웠죠. 다시 생각해보니 저의 섣부른 판단이었어요. 옹알스 멤버들의 삶을 공감하고 이해했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죠. 지금은 제가 옹알스 멤버들의 덕을 정말 많이 보고 있어서 감사할 뿐이에요.“

# ‘옹알스’를 찍으면서 옹알스 멤버들과의 관계가 가장 중요했을 것 같다. 연출자로서 본 옹알스 멤버들은 어땠나.

차인표 - ”다큐를 찍기 전에도 옹알스 멤버들과 그렇게 친하지 않았어요. 그래도 선입견을 있었죠. 이들이 주류에서 밀려난 코미디언이고 자신들의 공연을 위해 밤마다 불판을 닦으며 돈을 벌고 있다는 걸 알았죠. 그래서 무모한 도전이라도 다 해낼 줄 알았어요. 막상 촬영을 진행하고 보니 멤버들 모두 삶에 지쳐있더라고요. 누구는 가장이 됐고 아내, 자식을 지켜야할 의무가 생겼죠. 그래서 어떤 도전을 함부로 할 수 없는 상황이었어요. 멤버가 7명이라서 누군가 한명이라도 사고를 치면 ‘옹알스’ 다큐는 세상에 나가지 못하게 되지만 다들 착하고 순둥이들이여서 그런 걱정을 할 필요는 없었죠.“

# ‘옹알스’로 다큐멘터리 연출 데뷔를 했다. 다음 작품도 다큐멘터리일까? 앞으로 어떤 영화를 찍고 싶은가.

차인표 - ”감독도 계속 해보고 싶지만 지금은 다른 신인감독들 작품을 제작하고 싶어요. 영화를 찍으면서 좋았던 건 젊은 사람들과 더불어 일할 수 있다는 것이었어요. 제 나이가 되면 방송국 대기실에 앉아만 있어도 선생님 대접받고 그러지만 그럴수록 젊은 분들과 소통할 기회가 적어지죠. 영화 현장은 다르더라고요. 여러 세대 사람들이 협업하고 상의하고 설득하고 또 설득당하고. 이런 에너지를 느끼고 나니 영화를 계속 하고 시다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만든 TKC픽처스는 직원이 한명 뿐이에요. 아무 지원도 없고요. 더 노력해야죠.(웃음)“

전혜림 - ”차 감독님이 다큐멘터리 찍자고 제안하시면 다시 한번 다큐멘터리 연출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은 있어요. 지금은 극영화 연출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현재 슬래셔 무비를 준비 중이에요. 1년에 한 작품씩 꾸준히 영화를 찍는 감독이 되고 싶어요.“

# ‘옹알스’ 같은 작은 영화를 관객들이 어떻게 봤으면 좋겠나?

차인표 - ”도전이라는 건 경제적인 상황에 따라 할지 말지 정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일단 시작하고 부딪혀보면서 도전을 성공으로 바꿔가는 것이죠. 관객분들도 옹알스 멤버들의 도전기를 보면서 인생에 힘을 얻길 바라요. ‘옹알스’를 비롯해 세상에는 작은 영화들이 정말 많아요. 전 감독도 장편영화를 만들었지만 극장에 걸지 못했죠. 저희 영화가 전주영화제 초청작으로 결정됐을 때 다른 영화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 커졌어요. 저희들보다 훨씬 더 어려운 여견에서 영화를 만드는 분들이 계시니까요. 영화계는 한 번 구조적으로 조정이 필요한 것 같아요.“

전혜림 - ”이 영화가 포기하지 말고 도전하라는 메시지를 던지지만 관객분들에게 도전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고 도전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모든 사람의 일상에 조금이나마 힘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죠. ‘옹알스’를 계기로 옹알스팀의 열렬한 팬이 됐어요. 누구보다 응원하고 옹알스 멤버들이 잘 됐으면 좋겠어요. 이제는 연출자가 아닌 팬으로서 옹알스팀을 바라보고 싶어요.“

사진=리틀빅픽처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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