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라이온 킹’으로 이어지는 외화의 강세로 주춤했던 한국영화가 여름 성수기 극장가에 부활의 신호탄을 쏜다.

올 여름시즌 절대 강자로 기대를 모아온 한국영화 ‘BIG 4' 언론시사가 모두 마쳤다. 이미 개봉한 ‘나랏말싸미’를 시작으로 31일 나란히 개봉하는 ‘사자’와 ‘엑시트’, 오는 8월 7일 뚜껑을 여는 ‘봉오동 전투’는 각기 다른 장르와 스타일로 관객과 만나게 된다. 에디터들이 관람한 네 영화의 강점과 약점을 짚어봤다.

 

◆ 나랏말싸미(7월24일 개봉, 110분, 전체관람가)

‘빅4’ 가운데 가장 먼저 개봉한 ‘나랏말싸미’(감독 조철현)는 한글을 만든 세종과 불굴의 신념으로 함께한 사람들, 역사가 담지 못한 한글창제의 숨겨진 이야기를 그렸다. 29일까지 누적관객수 81만9930명을 모았다. 기대에는 다소 못미치는 성적이다.

▶Good- 한글창제 과정을 소재로 상상력을 더해 새로운 사실을 접하는 재미, 묵직한 울림과 여운으로 감동을 안겨준다. 메시지, 연출, 연기, 촬영에 있어 웰메이드 사극으로 꼽힐 만하다. 세종과 소헌왕후 역 송강호-고 전미선 배우의 여운 짙은 호흡과 이단아 신미 스님 역 박해일의 역연, 명대사 열전이라 칭할 만큼 주옥같은 대사, 어른들의 유머가 감상의 재미를 더한다. 일본의 무역보복정책으로 혼란스러운 현실에서 외세와 내부 기득권자들에 맞서 민족의 자주성을 지키고자 모든 것을 걸었던 인물들이 더욱 유의미하게 다가온다.

▶Weak- 오락적 재미와 극적 갈등이 떨어짐으로써 '밋밋하다'는 느낌을 줄 법도 하다. 개봉 전후로 불교영화, 역사왜곡, 고증부실 공격을 받으며 구설수에 시달리는 중이기도 하다. 사족을 붙이자면 영화적 상상력에 대한 수용, 극영화와 다큐멘터리의 구분은 관객이나 평단이 갖춰야할 ‘수준’이기도 하다.

 

◆ 사자(7월31일 개봉, 129분, 15세 관람가)

사진='사자' 포스터, 스틸컷

‘청년경찰’ 감독의 신작 ‘사자’는 격투기 챔피언 용후(박서준)가 구마 사제 안신부(안성기)를 만나 세상을 혼란에 빠뜨린 강력한 악(惡)에 맞서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30일 한국영화 예매율 1위에 오르며 흥행 예고를 했으며 박서준, 안성기, 우도환 등 배우들의 케미가 예비 관객들의 기대를 높이고 있다.

▶Good- ‘사자’는 ‘구마 유니버스’를 꿈꾸는 오컬트 영화다. 단순히 오컬트 장르만 있는 게 아니라 액션, 유머 등 다양한 장르들이 혼합돼 있다. 무엇보다 박서준, 안성기의 케미가 빛을 발한다. 두 사람은 마치 ‘투캅스’ ‘셜록홈즈’ 등 콤비 영화들과 다를 것 없이 찰떡 호흡을 자랑한다. 세대차를 뛰어넘는 이들의 호흡은 유머가 발산될 때 힘을 발휘한다. 영화가 처음부터 끝까지 진지하지 않은 이유는 박서준, 안성기의 유머가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안성기의 ‘아재개그’는 소소한 웃음을 자아내며 이를 받아치는 박서준의 무표정도 눈길을 끈다. 관객들이 이들의 연기 호흡에 큰 기대를 걸어도 될 것이다.

▶Weak- 주인공 용후를 격투기 챔피언으로 설정했지만 왜 그렇게 설정됐는지의 대한 여부가 영화 속에 크게 드러나지 않는다. 단순히 액션을 하는 것만으로 캐릭터의 직업을 설정했다고는 설명이 부족하다. 여기에 용후가 악령들을 물리칠 힘을 가지는 이유도 고개를 갸웃거리게 한다. 예고편에 등장했던 아빠의 존재가 용후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것도 영화를 보면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

 

◆ 엑시트(7월31일 개봉, 103분, 12세 관람가)

사진='엑시트' 포스터, 스틸컷.

31일 개봉하는 '엑시트'(감독 이상근)는 한국영화계에서 드문 편인 재난탈출 액션기다. 조정석 임윤아의 출연으로 화제가 됐고, 시사회 이후 호평받으며 여름 극장가의 기대주로 손꼽히는 중이다. 상승하는 기대만큼 스코어도 고공행진을 이어갈지 이목이 쏠린다.

▶Good- ‘엑시트’의 강점은 뭐니뭐니해도 재미다. ‘BIG4' 중 진지하지 않은 영화는 ’엑시트‘가 유일하다. 여기에 승부를 던진 듯 유독가스에 뒤덮인 건물 숲을 탈출하는 용남 역 조정석과 의주 역 임윤아는 신들린 듯한 코믹연기로 러닝타임 내내 웃음을 빵빵 터뜨린다. 시원한 ‘현실 액션’ 역시 계절과 잘 어울린다. 산악동아리 출신인 용남과 의주는 건물도 잘 타고, 육상선수 못지않게 잘 뛰기까지 한다. 늘 봐왔던 블록버스터의 화려한 액션과 달리 주변 소품을 활용해 재난에 대처하는 이들의 모습은 다소 짠하지만 그래서 더 신선하게 다가온다.

▶Weak- 오락적 재미에 치중했기 때문에 시선이 단편적이고 깊이가 얕다는 느낌이 들 수 있다. 재난에 처한 두 주인공은 단지 그 상황을 헤쳐나갈 뿐 유독가스를 살포한 용의자의 범행 동기와 아수라장이 된 도시에서 벌어지는 처참한 사상은 그림처럼 밋밋하다. 오로지 주인공에 집중하는 영화인 점은 위크포인트로 역할할 수 있다.

 

◆ 봉오동 전투(8월7일 개봉, 135분, 15세 관람가)

사진='봉오동 전투' 포스터, 스틸컷
‘봉오동 전투’(감독 원신연)는 99년 전 봉오동에서 일본군에 맞서 승리를 거둔 독립군의 이야기를 그린다. 유해진, 류준열, 조우진 등이 출연한 이 영화가 일본 수출 규제에 대한 한국 국민들의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진행되는 상황 속에서 관심받고 있다. 그 당시 독립운동가들의 항일운동을 관객들이 눈으로 확인할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Good-  이 영화는 평범한 사람이 영웅이 될 수 있다는 걸 말해 신선한 독립군의 모습을 보여준다. 팔도 각지에서 독립운동을 위해 올라온 사람들은 군인이 아니었고 자기 일상이 있었던 사람들이었다. 이들이 봉오동으로 향하는 여정을 통해 대단한 사람들만 나라를 지키는 게 아니라 국민이 조국을 수호한다는 걸 말해준다. 이 스토리가 영화를 보는 이들의 공감대를 자극하며 현재 일본 제품 불매운동을 펼치는 상황과 맞물릴 것이다.

▶Weak- 독립군 전투 블록버스터지만 액션에 한방이 없는 건 아쉽다. 봉오동으로 향하는 황해철(유해진), 이장하(류준열) 등은 일본군을 봉오동으로 몰아넣기 위해 유인 작전을 펼친다. 하지만 드라마틱한 장면이 부족해 긴장감과 몰입도가 높아지지 않는다. 전투 장면에서 오는 감동보다는 황해철, 이장하 등 캐릭터들의 대화에서 오는 뭉클함이 더 크다. 스케일 큰 전투 액션의 화려함을 기대한다면 조금은 아쉬운 영화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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