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 불충분으로 풀려난 대전 은행강도 사건 용의자들은 경찰의 고문과 강요에 의한 허위자백이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이 주장에 반박했다. 

7일 오후 방송된 SBS 탐사보도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는 지난 2001년 발생한 대전 은행강도 사건 미스터리를 다뤘다. 

18년째 미제로 남아 있는 대전 은행강도 사건 당시 훔친 권총을 발사해 은행 직원 한 명이 사망했다. 범인들은 3억원이 든 가방을 들고 장소를 빠져나갔다.

세 남자가 용의자로 체포됐고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범인들은 풀려났다. 제작진이 18년 전 체포됐던 용의자에게 범행 사실을 묻자 "고문에 의한 허위 자백"이라고 말했다. 용의자는 "저희가 대상이 된 게 돈을 많이 쓰고 다녀서"인 것 같다고 추측했다. 다방 수입이 좋아 돈 씀씀이가 커서 의심을 받았다는 것.

용의자 송 모씨는 "경찰이 불러주는 조서를 받아 썼다"며 "잡히자마자 차에 타서 맞으면서 갔다. 군용 모포에 싸여서 곤봉으로 이십 몇 대 맞았다"고 회상했다. 또한 그는 계속되는 자백 강요 때문에 자해까지 했다고 주장했다. 송 모 씨는 자해로 피가 철철 나는 상황에서 경찰이 119 대신 일반 차량으로 몰래 병원에 데려갔던 일에 대해 "화가 난다"고 했다. 

또다른 용의자 김 모 씨는 "많이 맞았다. 죽겠더라. 감옥 가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김 모 씨는 경찰이 불러주는 대로 조서를 작성했다고 했다. 마지막 용의자, 당시 육군 상병이었던 박 모 씨는 권총으로 피해자를 살해한 혐의를 받았다. 박 씨는 "군대에서 쫓겨나게 만들었다. 멀쩡한 사람을 바보 만들었다"고 했다. 박 씨는 헌병대 조사를 받았고 가혹 행위는 없었으나 자백을 강요받았다고 말했다.  

당시 수사했던 경찰들에게 폭행에 대해 묻자 한 경찰은 "신변 보호 대기조가 있었다. 지휘부가 몇 명인데 맞는 걸 다 봤겠냐.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한 담당 형사는 체포 과정에서 뺨을 때린 적은 있지만 폭행은 없었다고 했다. 오히려 허위자백을 강요한 것이라면 어떻게 사건에서 알 수 없는 내용을 쓸 수 있겠냐고 반박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이 사건의 핵심은 총기다. 수사가 제대로 흘러갔다면 틀림없이 총기를 발견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송 씨가 알고 있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경찰이 박 씨를 무슨 재주로 찾아내냐. 송 씨 아이디어로 김 씨, 박 씨가 등장하는 시나리오가 꾸며진 것"이라고 했다. 경찰이 만들어낸 진술이라면 권총의 행방에 대해 용의자들의 말이 계속 바뀌고, 명동에서 암거래로 권총을 구입했다고 진술이 바뀐 것이 설명되지 않는다.   

그런데 지난 2005년 3월 청와대 국민 신문고에 하나의 글이 올라온다. 대전 강도사건 주범의 친구라며 "친구 박상현이 총으로 쏘고 그 외 4명 정도가 더 있다"고 범인의 실명을 거론했다. 박상현은 용의자 송 씨의 친구 박 모 상병의 이름이었다.

제작진이 해당 글 게시자 황 모 씨를 찾아가자 다소 당황한 모습을 보였다. 황 씨는 돈을 쉽게 쓰는 친구들의 모습에 의아함을 느껴 범행을 의심했고 가스총을 봤다고도 말했다. 횡설수설하던 황 씨는 “저는 다 모른다. 이준석이나 이런 애들을 만나보시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했다. 박 상병 역시 당시 전화 통화로 여자친구에게 "이기성이 가명을 썼더라고. 준석이라고"라며 이준석에 대해 언급한 적 있었다.

하지만 제작진이 이준석의 존재를 묻자 용의자 송 모 씨와 박 모 씨는 "잘 모르겠다"고 했다. 권일용 동국대 교수는 "공범이 많다. 주범이 역할을 분배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당시 활동하던 젊은 건달들 입장에서 보면 전설적 사건이 됐을 수 있다. 이 사건에 대해 들은 사람이 많을 수 있다. 그들 중 일부가 제보할 여지가 있다"고 향후 사건의 행방을 예측했다.

사진=SBS '그것이 알고싶다' 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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