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목소리가 담벼락을 넘으면 집안이 망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보수적이었던 조선시대. 이런 배경을 뒤집고 주체적인 여성상을 그려낸 MBC ‘신입사관 구해령’(연출 강일수, 한현희/극본 김호수)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신세경은 ‘구해령’을 통해 조선의 첫 문제적 여사(女史) 구해령을 그려냈다. “모든 것들에 대한 일침”이라고 이번 작품을 해석한 신세경은 “꼭 성별에 대한 문제만은 아니라고 생각해요”라고 드라마를 관통하는 메시지에 대해 전했다.

“처음에 대본을 봤을때 굉장히 무해하고, 억지로 갈등을 조장하지 않고, 연기하는 캐릭터들에게 폭력적인 강요가 없는 드라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 그걸 마지막까지 잃지 않고 유지해온 게 자랑스러워요. 여자 캐릭터 간의 관계를 그릴 때도 라이벌 구도나 갈등이 아닌, 서로 이해하고 보듬어주잖아요”

수려한 외모 때문에 신세경 이름 석자를 떠올리면 청순한 로맨스물 여주인공이 먼저 연상되는 사람이 많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녀의 출연작을 늘어놓고 살펴보면 캐릭터들의 공통분모를 찾을 수 있다. 바로 ‘할 말은 하는’ 여성 캐릭터라는 점.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를 선호하냐는 말에 정작 본인은 “꼭 그런 부분이 (작품선택의) 첫번째 고민은 아니에요”라고 전했다.

“캐릭터만 놓고 드라마를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닌 거 같아요. 작품 전체의 이야기도 고려해야 하고 제작진 분들과의 호흡도 상상을 해봐야 하고 모든게 종합적으로 맞았을때 작품을 하게 되는 거잖아요. 반응이 좋았던 작품들이 여자 캐릭터가 주체적이라는 공통점이 있었던 것 뿐이에요. 캐릭터의 성향을 첫번째로 두고 고민하는 편은 절대로 아니에요”

사실 ‘구해령’은 신세경과 차은우의 로맨스물인 동시에 여사 구해령의 성장기를 담고 있기도 하다. 그래서 가슴 시린 로맨스보다 구해령과 이림(차은우)이 ‘진실’을 추적하고, 또 ‘직장’ 예문관이라는 공간 속에서 여러 인물들과 갈등을 통해 깨달음을 얻어나가는 서사가 주를 이뤘다. 조선시대에게 ‘직업’을 가진 여성으로 살아가는 구해령을 만들며 신세경은 스스로의 고정관념을 깨닫기도 했다.

“저 역시도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이 있었던 거 같아요. 사실 현대 사회라를 배경으로 한다면 전혀 거리낌이 없었을텐데, 조성시대 여성이다 보니 고정관념이 있더라고요. 구해령은 앞뒤 안 재고 지르는 성격이잖아요. 근데 ‘조선시대인데 이 정도 수위를 해도 되나’ 고민을 하고 있더라고요. 그런 지점이 중반부를 지나면서부터 자유로워진 거 같아요. 드라마 전체가 구해령이라는 캐릭터의 서사와 감정을 잘 따라주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신세경은 예문관을 통해 좋은 직장 동료들도 만났다. 바로 박지현, 이예림, 장유빈이 그 주인공. 같이 임하는 신도 워낙 많았고, 여사들의 이야기를 다루다보니 자연스럽게 우정도 두터워졌다.

“저희들끼리는 호흡이 너무 좋았어요. 각각 캐릭터가 성향이 다르고, 그런 부분이 잘 살아야 한다고 생각을 했기 때문에 상의를 많이 했어요. 후반부에는 맞춰 보지 않아도 될 정도로 쿵짝이 잘 맞아서 재밌게 찍었어요. 예문관이 인물이 많잖아요. 각자 특징과 성향이 잘 살아야 예문관 사건이 재미있게 다가올 거 같았어요. 개인적으로 많이 아끼는 공간 중에 하나에요”

이런 노력 덕분에 주연급 배우들 뿐만 아니라 조연들도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특히 설금 역의 양조아는 남다른 존재감을 드러내며 신스틸러에 등극했다. 이 밖에도 성지루, 허정도 등 그야말로 일당백 배우들의 향연이 펼쳐졌다.

“양조아 선배님이랑 촬영하는 게 매번 놀라움의 연속이었어요. 연극 무대에서 빛이나는 선배님이라는 이야기는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모든 신마다 놀라움을 주실 줄은 몰랐어요. 양조아 선배님의 행동들이 굉장히 참신하잖아요. 예상할 수 없는 리액션을 창조해가시기 때문에 기대감을 가지고 보는 거 같아요”

이런 좋은 분위기 속 촬영 덕분일까. 신세경은 ‘구해령’을 단순히 한 작품을 끝냈다는 보람이 아닌, 자신의 자랑으로 받아들였다. 그리고 배우로서의 청사진을 그려보기도 했다.

“이 작품을 하면서 정신적인 고통없이 온전히 연기에 대한 고민만 할 수 있어서 좋았거든요. 내가 가진 가치관에 어긋나지 않은 작품이 있구나 싶었어요. 배우는 여러가지 옷을 입었다 벗었다 하다보니 언제까지 가치관에 맞는 작품만 할 수 없겠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왕이면 ‘구해령’같은 작품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②에 이어집니다.

사진=나무엑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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