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욕을 많이 먹은 건 처음인 거 같아요. 예상은 했지만 그걸 뛰어넘더라고요. 외국인 분들도 SNS에 와서 댓글을 남기시는데 의미를 모르지만 왠지 악플인 거 같아요.(웃음) 반응이 너무 뜨거워서 깜짝 놀랐어요. DM도 많이 보내시고. 그래도 드라마에 몰입을 하셨다면 그건 너무 다행인 거 같아요. 현장에서 연기할때 상윤오빠랑 둘이서 ‘아무도 우리를 이해 못하고 욕을 할 거야, 그래도 우리 캐릭터에 최선을 다하자’ 했어요. 근데 오빠도 많이 속상한가봐요”

SBS 월화드라마 ‘VIP’(극본 차혜원/연출 이정림)에서 표예진은 나정선(장나라)의 남편 박성준(이상윤)의 불륜녀이자, 성운백화점 부회장 하재웅(박성근)의 혼외자 온유리로 분했다. 백화점 시식코너에서 VIP 전담팀으로 발령되어 차가운 시선이 부딪힐 때만 하더라도 온유리는 ‘최약체’ 캐릭터 같아 보였다. 하지만 ‘이상윤의 여자’라는 사실이 드러나며 이에 이입한 시청자들의 악플에 시달려야 했다.

“저에게는 진짜 큰 도전이었어요. 큰 역할을 해야 하는 캐릭터였고, 보여줄 게 굉장히 많았어요. 온유리 시절부터 하유리로 변해가는 과정도 있었고, 성준이랑 정선이 사이에서 삼각구도를 펼쳐야 했으니까요. 굉장히 어렵고 벅차게 느껴질 때도 있었는데 그만큼 욕심이 나더라고요. 기존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서 좋은 기회라고 생각을 해요. 이런 역할이 언제 나한테 올까, 싶었는데 한번에 다양한 결을 보여줄 수 있는 역할이었던 거 같아요”

사실 표예진이 데뷔 후 맡아온 캐릭터들은 맑고 순수한 20대를 표현하는 경우가 많았다. ‘쌈, 마이웨이’에서는 오래된 커플 사이를 흔드는 존재기는 하지만 그마저도 악의가 없었다. 일일극 첫 주연을 맡았던 ‘미워도 사랑해’에서는 성장형 캐릭터를, ‘김비서가 왜 그럴까’에는 아무것도 모르는 사회 초년생이었다. 때문에 이런 큰 반전과 어두운 내면을 감추고 있는 배역에 표예진이 캐스팅 됐다는 것도 의아했다.

“왜 저한테 주셨을까요. 사실 저도 정확하게 이야기를 들은 적은 없어요. 다만 처음 미팅했을 때 되게 유리같았다고 하시더라고요. 제가 어떻게 미팅을 했는지 잘 기억이 안 나요. 그 미팅에서 유리가 성준이의 그녀라는 이야기를 듣고 놀랐어요. 뭔가 어려움이 있어도 포기하지 않고 이겨내고 외유내강 같은 느낌? 온유리의 그런 면은 저랑 닮아서 그걸 보신 건가 싶기도 해요”

내연녀 역할을 연기하기에 조금 어린 나이가 배우 입장에서는 마음에 걸릴 수도 있었지만, 표예진은 과감하게 이를 받아들였다. 배우에게 강렬한 배역이 낙인처럼 남는데 대한 두려움, 그리고 배역으로 인해 받아야 하는 비난도 부담이었겠지만 표예진은 시나리오를 믿었다.

“제가 처음 시놉을 봤을 때는 초반 온유리에 대한 설명만 있었어요. 어떻게 살아왔는지 정도만 있었죠. 미팅을 가서 성준이와의 관계에 대해서 듣고 오히려 좀 재밌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런 새로운 캐릭터도 저한테 도전인데 훨씬 더 많은 모습을 보여줄 기회가 되겠다. 좀 더 입체적이고 재밌겠다고 생각을 하고 이미지에 대해서는 걱정을 안했던 거 같아요. 저는 되게 좋아했어요. 그래도 다음 작품에서는 마음이 건강한 캐릭터를 하고 싶기는 해요. 이렇게까지 어둡고, 힘들고, 불륜까지 한 캐릭터는 아마 당분간 안하지 않을까 싶어요(웃음)”

사전제작으로 이미 촬영이 끝난 후 드라마를 보다보니 표예진도 시청자 입장에서 작품을 볼 수 있었다고. 자신의 정체를 주변에도 함구한 탓에 박성준과 온유리의 포옹이 담긴 8회 엔딩이 방송된 이후에는 연락이 쏟아졌다고 털어놨다.

“8부 엔딩에 표유리가 박성준의 여자로 밝혀질 때 저한테도 되게 세게 체감이 느껴졌어요. 제가 찍었는데도 보고 너무 충격을 받아서 놀랐어요. 사람들이 이렇게까지 반전으로 느낄지 몰랐는데  다음날까지 이슈가 되더라고요. 잘 된 건가, 성공한 건가, 좋은 반응인가 정신이 없었던 거 같아요. 친구들도 욕을 했어요. 제가 미리 안 알려줬거든요. 정선이가 그렇게 잘해주는데 그러면 안된다고 하고, 엄마는 속상해 하셨어요. 엄마는 댓글같은 걸 좀 걱정하신 거 같아요. 댓글을 직접 보신 거 같기도 하고요. 근데 제가 괜찮다, 드라마를 열정적으로 봐서 그렇다고 했어요. 안심을 시켜줬어요. 지인들은 다 드라마 잘 보고 있다고 응원해주시니까 그런 건 또 좋아하시더라고요”

나정선의 관점에서 온유리는 세상 둘도 없는 악녀였지만, 사실 온유리도 마음 붙일 곳 없는 불쌍한 캐릭터였다. 유일한 가족이었던 엄마를 잃고, 재벌 아버지의 집으로 들어가지만 어디까지나 이방인의 입장이었다. VIP 전담팀에 몸담고 있었지만 구성원들과 어울리지 못했다. 회사에서도 집에서도 그리고 유일하게 사랑한 남성과의 사이로 눈치를 봐야하는게 일상이었다.

“유리는 어디에 있어도 내자리가 아니라는걸 알지만 버티려고 하니까 더 외로웠던 거 같아요. 사실 유일한 희망이었던 엄마가 돌아가시고 나서 남은 건 성준이 하나였고, 아버지가 있긴 하지만 그 가족은 유리를 환영하지 않잖아요. 가족 식사 신을 찍을 때도 되게 많이 외로웠어요. 또 선배님들이 워낙에 잘하시니까 그 장면에서는 정말 긴장해서 밥이 안 넘어가더라고요. 아빠랑 장면에서도 상처를 많이 받는 장면이 있었는데 되게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유리가 불쌍한 척 하는건 아니고 스스로 안쓰러워서 그런 외롭고, 슬프고 그런걸 많이 표현했던 거 같아요. 저는 조금 속상해요. 저는 방송볼 때마다 너무 슬프거든요. 물론 잘못을 하기는 했지만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고 이해를 했는데 안타까운 거 같아요”

②에 이어집니다.

사진=팬스타즈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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