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이런 맛은 없었다. 이것은 갈비인가 통닭인가”라는 명대사를 낳은 ‘극한직업’이 올해 1월 개봉해 천만 관객을 돌파하며 코미디 신드롬을 일으켰다. ‘극한직업’ 제작사 어바웃필름이 또 하나의 코미디 영화를 내놓았다. ‘해치지않아’는 올해 초에 이어 내년 초에도 코미디 바람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 1PICK: 동물이 된 인간들, 기가 막힌 설정의 신선함

‘해치지않아’는 동물원 동산파크를 살리기 위해 동물 없이 동물 탈을 쓴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이 한 문장으로 ‘해치지않아’는 예비 관객들의 이목을 사로잡기 충분하다. 그리고 그 기대는 영화에서 현실이 된다. 동명의 인기 웹툰을 한 만큼 원작의 재미를 살리면서 주요 스토리를 잘 끄집어내 스크린에 옮긴 티가 난다.

‘달콤, 살벌한 연인’ ‘이층의 악당’으로 9년 만에 돌아온 손재곤 감독은 자신의 장기인 코미디를 제대로 발휘했다. 인간이 동물 탈을 쓰고 동물 연기를 한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재미를 주며 배우들의 실감나는 동물 행동들이 더해져 웃음은 배가 된다. “에이 말도 안 돼”라는 말이 나올 수 있지만 실제로 사람들이 현실에서 박제된 동물들을 보면 깜짝 놀라듯 영화도 판타지가 아닌 현실에서 충분한 설정으로 보는 이들이 이해할 수 있게 한다.

# 2PICK: 안재홍→강소라, 동산파크 티키타카 바르셀로나급!

동물 변장이 주는 재미도 가득하지만 동산파크 직원들의 케미도 눈부시다. 안재홍은 그동안 여러 작품에서 봐왔던 모습을 더욱 진화시켰다. 진지함에 왠지 모르게 코믹함이 녹아들어 있으며 사람 냄새 넘치는,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강소라 또한 똑 부러지고 반듯한 이미지에 욕설을 내뱉는 빈 구석도 보여 웃음을 자아낸다.

무엇보다 박영규의 ‘무조건 내 탓’ 자학 개그, 김성오와 전여빈의 썸 케미가 극을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이들의 동물 연기 또한 눈을 사로잡는다. 특히 김성오가 맡은 고릴라는 진짜 고릴라처럼 연기해 놀라울 정도다. 안재홍이 연기한 북극곰은 콜라 명장면을 탄생시키며 웃음 폭탄을 터뜨린다. 전여빈은 나무늘보와 ‘착붙’으로 이질감마저 느끼지 않게 한다. 박혁권, 장승조 그리고 특별출연한 한예리는 악역으로서 신스틸러의 매력을 마음껏 발산한다.

# 3PICK: 사람이 먼저냐, 동물이 먼저냐...쉽게 판단할 수 없는 자연의 세계

‘해치지않아’는 동산파크 5인방의 동물원 살리기, 동물로 변신한 직원들의 열연 등 재미포인트들이 있지만 이를 관통하는 메시지도 존재한다. 북극곰에게 콜라를 던지는 사람들, 고릴라에게 돌을 던지는 이들, 동물과 사람의 가치를 돈으로 보는 것 등 인간이라면 해선 안 될 일들이 영화 속에서 펼쳐진다.

동산파크 사람들은 개인의 행복보다 동물들의 기쁨에 더 우선순위를 둔다. 이와 반대되는 사람들이 바로 태수(안재홍)이 다니는 로펌의 윗선들이다. 또한 대기업 오너들이기도 하다. 돈, 권력을 주무르는 이들과 돈, 권력 앞에 무릎 꿇는 사람들. 이는 영화적인 상황이지만 현실도 이와 다르지 않다. 사람이 동물보다 못한 대우를 받고, 동물도 인간의 도구가 될 때가 있다. 영화에서 “동물이 돼서 우리에 들어가보니 내가 마치 감옥에 있는 듯한 느낌이었어”라는 박영규의 대사가 있다. 이 한마디로도 ‘해치지않아’는 코미디에 담은 메시지를 관객들에게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 러닝타임 1시간 57분, 12세 관람가, 1월 15일 개봉.

사진=‘해치지않아’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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