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가에는 한동안 음식과 여행, 외국인을 소재로 한 예능 프로그램이 대세를 이뤘다. 여전히 이들 소재는 계속되고 있지만 인기는 한풀 꺾이는 모양새다. 대신 올해는 스포츠를 소재로 한 예능과 드라마가 큰 호응을 얻었다. 이 흐름은 내년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사진=JTBC '뭉쳐야 찬다' 제공

# 축구, 농구, 야구...인기 스포츠와 만난 방송가

올해 스포츠 예능의 시작을 알린 건 JTBC ‘뭉쳐야 찬다’였다. 여행 프로그램 ‘뭉쳐야 뜬다’에 출연한 김용만, 김성주, 정형돈, 안정환의 농담같은 말로 기획된 프로그램은 그야말로 '대박'을 터뜨렸다.

'전설들의 조기축구'라는 콘셉트를 표방하며 씨름황제 이만기, 농구대통령 허재 등 각 종목의 레전드 선수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허재와 이형택 등 멤버들의 인기상승과 더불어 안정환 감독의 지휘 아래 오합지졸에서 원팀으로 발전하는 모습은 웃음과 감동을 전했다. 

여기에 용병시스템을 도입하고 스피드 스케이팅 황제 모태범, 마린보이 박태환 등 젊은 선수들로 전력을 보강하며 프로그램도 진화하고 있다. 룰도 제대로 모르던 엉성한 선수들이 날로 발전, 1승에 점점 가까워지는 것과 비례해 시청률은 꾸준히 상승 중이다.

사진=KBS 2TV '으라차차 만수로' (위) SBS '스토브리그' 제공

거의 비슷한 시기에 출발한 KBS 2TV ‘으라차차 만수로’도 아쉬운 시청률에 비해 높은 화제성을 자랑했다. 잉글랜드 13부 리그에 속한 첼시로버스 구단주가 된 배우 김수로가 선수들을 지원하며 구단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방송 직후 첼시로버스 팀과 선수들에 대한 관심이 이어졌고, 시즌2를 바라는 시청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 연예인 축구단이 국내 풋살팀과 풋살 대결을 펼치는 SBS 플러스 '다함께 차차차'도 현재 방영 중이다.

야구는 예능 대신 드라마로 시작했다. SBS 금토드라마 '스토브리그'는 꼴찌팀에 새로 부임한 단장 백승수(남궁민)와 팀이 새롭게 성장하는 과정을 그린다. 스포츠를 소재로 하지만 야구 자체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구단 프런트 직원들의 노력을 보여주는 동시에 여러 사회문제에 공감하게 만들며 인기를 얻고 있다. 여기에 남궁민, 오정세, 박은빈 등 배우들의 생생한 연기력까지 더해져 몰입도를 끌어올리며 회를 거듭할수록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사진=SBS '핸섬 타이거즈' 제공

인기스포츠 축구, 야구에 이어 농구를 소재로 한 예능 프로그램도 내년 1월 시작된다. SBS ‘진짜 농구-핸섬 타이거즈’는 농구 코트에서 벌어지는 진정성 있는 이야기를 보여주는 리얼 농구 예능 프로그램이다. 이제는 예능인으로 자리를 굳힌 농구 레전드 서장훈이 감독을 맡는다. 

여기에 배우 이상윤, 서지석, 아스트로 차은우, 쇼리, 줄리엔 강 등이 농구팀 멤버로 참여하고 매니저로 레드벨벳 조이가 함께하며 힘을 실어줄 예정이다. 이들 역시 개인으로, 팀으로 발전하는 면모와 비록 서툴지만 코트 위에 땀방울을 흘리는 노력을 통해 재미와 감동을 안겨줄 것으로 기대된다.

사진=KBS 2TV '씨름의 희열' 제공

# 씨름, 마라톤...비인기종목도 주목!

축구, 농구, 야구 등 대표 인기스포츠뿐 아니라 비인기 종목과 결합한 시도도 인상적이다. 최근 시작된 KBS 2TV ‘태백에서 금강까지-씨름의 희열’은 씨름의 부흥을 이끌고 있다. 씨름 체급 중 경량급에 속하는 태백급과 금강급 선수들이 천하장사 타이틀을 두고 벌이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다.

매회 짜릿한 명승부와 화려한 기술, 개성 넘치는 선수들의 매력으로 화제를 얻고 있다. 특히 박정우, 허선행, 황찬섭, 손희찬 등 우월한 근육질 몸매에 젊고 잘생긴 선수들은 여성 시청자들의 마음까지 사로잡으며 시청률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

tvN에서는 마라톤을 내세웠다. 내년 1월 방송될 ‘RUN’은 배우 지성을 필두로 강기영, 황희, 이태선이 함께하며 기록을 위한 질주가 아닌 일상의 즐거운 달리기를 위해 아름다운 러닝 스팟을 찾아 함께 달리는 리얼리티 예능이다. 

사진= tvN 'Run' 제공

러너가 된 네 사람은 국내외에서 달리기 여행기를 선보이고 나아가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열리는 국제 마라톤에 도전한다. 현재 2030 세대가 열광하는 트렌디한 스포츠 러닝과 네 출연진의 만남이 신선한 즐거움을 선사할 전망이다.

방송가가 '스포츠'로 눈을 돌린 이유는 뭘까. 이미 먹방, 쿡방 혹은 외국인이나 여행을 소재로 한 프로그램들이 범람하며 식상해진 상황에서 새로운 소재가 필요해졌다. 여기에 2018 월드컵 독일전 승리와 U-20월드컵 준우승, 손흥민 류현진 등 글로벌 무대를 누비는 선수들의 활약까지 겹쳐지며 자연스레 스포츠에 대한 전 국민적 열기를 예능으로 끌어오려 한 것으로 풀이된다.

단지 그 이유가 아니더라도 스포츠는 '각본 없는 드라마'라는 수사처럼 재미와 감동을 동시에 전해줄 수 있는 장점이 있기에 예능과의 시너지를 기대한 점도 이유로 꼽힌다.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새로운 종목, 선수들이 '예능의 힘'을 업고 화제의 중심에 설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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