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트시네마의 안정적이고 독립적인 시네마테크 전용관 마련을 위해 2005년에 처음 시작한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가 올해로 15주년을 맞았다. 이번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는 개봉 100주년을 맞은 ‘칼리가리 박사의 밀실’ 연주 상영을 시작으로 3월 1일까지 총 37편의 영화를 상영한다.

사진=시네마테크 제공

김지운, 김홍준, 변영주, 오승욱, 이경미, 이해영, 전고운, 정성일 등 8명의 친구들이 추천한 영화, 관객들이 직접 뽑은 관객들의 선택작, 작가를 만나다, 그리고 특별 상영 섹션을 포함해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는 다채로운 시대, 국가, 장르, 개성의 영화들을 마련했다.

올해 시네마테크가 친구들에게 물어본 추천작의 테마는 ‘규칙과 예외’다. 세상이 요구하는 규칙은 때로 공정과 정당함의 요구처럼 보이지만, 동시에 억압과 검열의 기제로 작동하기도 한다. 그리고 모든 창작자들은 기존의 규칙 속에서 특별한 예외의 순간을 만들어내며 놀람과 감동을 안겨주는 역할을 한다. 서울아트시네마는 ‘규칙의 요구와 예외의 자유’ 사이에서 가장 탁월한 성취를 이룬 작품들을 부탁했고, 8명의 친구들은 14편의 영화를 선정했다.

클로드 소테의 ‘겨울의 심장’, 크리스 마르케의 ‘A.K.’, 존 포드의 ‘집으로 가는 먼 길’, 시드니 루멧의 ‘네트워크’, 버나드 로즈의 ‘캔디맨’, 알렉 케시시안의 ‘마돈나: 진실 혹은 대담’, 도리스 되리의 ‘사람들’, 케네스 앵거의 ‘스콜피오 라이징’ 등과 함께 규칙과 예외 사이의 긴장을 가득 느낄 수 있는 라인업이 준비돼 있다. 서울아트시네마 역시 에릭 로메르의 데뷔작 ‘사자자리’를 통해 이 문제를 함께 고민해보고자 한다. 

사진=(왼쪽위 시계방향) '네트워크' '칼리가리 박사의 밀실' '은하비디오' '찬실이는 복도 많지' 스틸컷

2020년을 맞아 서울아트시네마는 ‘21세기의 영화’라는 어려운 질문을 관객들에게 던졌다. 지난 20년간 가장 새로운 영화의 상을 제시한 작품, 가장 도전적인 작품의 목록을 관객들에게 받았고, 이중 투표에서 1, 2위를 차지한 커스틴 존슨의 ‘카메라를 든 사람’과 왕빙의 ‘철서구’를 상영하게 됐다. ‘디지털’과 ‘논픽션’이라는 흥미로운 교집합 속에서 동시대 영화의 생생한 현주소를 확인해볼 수 있을 것이다. 

‘작가를 만나다’와 특별 상영 섹션도 빼놓을 수 없다. 개봉 20주년을 맞은 배창호 감독의 ‘정’, 특유의 직설적인 화법으로 강한 인상을 남긴 정지영 감독의 신작 ‘블랙머니’,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흑백버전을 상영하고 영화 작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다. 그리고 지난해 세상을 떠난 브루노 간츠의 기일인 2월 16일에 그의 대표작 중 한편인 ‘백색 도시’를 상영하며, 최근 복원을 마친 지가 베르토프의 초기작 ‘혁명을 기념하며’도 준비돼 있다.

필름 상영의 영화적 의미와 물질적 조건을 고민하기 위해 일본의 ‘커뮤니티 시네마 센터’와 마련한 ‘F 시네마’ 섹션, 서울아트시네마의 든든한 동료인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와 준비한 ‘해피 인디 투게더’ 섹션까지, 서울아트시네마는 다양하고도 특별한 영화들로 관객들을 맞이한다. 

제15회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는 3월 1일까지 종로 3가 서울극장 내 1층에 위치한 서울아트시네마에서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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