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이 실험적인 클래식 음악 축제가 펼쳐진다. 서울시립교향악단은 오는 23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IBK홀, 30일 오후 8시 롯데콘서트홀에서 현대음악 시리즈 ‘2018 아르스 노바 I&II’를 무대에 올린다.

2006년부터 시작한 ‘아르스 노바’는 우리나라 음악계에 동시대 최신 경향을 소개하는 현대음악 시리즈다. 전 세계에서 발표되는 음악들을 선별해 프로그램을 구성, 수준 높은 공연을 선사한다.

 

 

◆ 아르스 노바 I- 실내악: 고대문서

23일 ‘아르스 노바 I– 실내악’ 무대에서는 이번 공연의 지휘자이자 위촉 작곡가인 헝가리 출신 거장 페테르 외트뵈시의 ‘암석’으로 문을 연다. 프랑스 현대음악 거장으로 평가받는 피에르 불레즈의 60세 생일을 기념해 작곡된 작품으로, 그에 대한 헌정사를 다양한 음악적 텍스트로 펼쳐낸다. 동시대 음악의 독보적인 해석가인 그의 지휘를 확인해볼 수 있는 기회다.

이어 한국 작곡계 거목 이만방의 ‘회상’을 연주한다. 옛 가옥을 소재로 한국의 음악적 전통에서 유래한 남다른 음향을 선보인다. 현재 유럽에서 각광받는 프랑스 작곡가 마르크 앙드레 달바비의 ‘여섯 주자를 위한 고대문서’도 한국 초연된다. 달바비는 음향 스펙트럼으로 소리를 분석하고 새롭게 합성해 만들어진 재료로 작업하는 배음렬 작곡가 중 한 명이다. 옛 작품을 감각적으로 다시 쓰는 방식으로, ‘고대문서’는 르네상스 음악 거장 카를로 제수알도가 쓴 대담한 화성 위에 작곡가의 고유한 작곡을 덧씌웠다.

마지막은 오스트리아 작곡가 베아트 푸러의 ‘스틸’로 장식한다. 푸러는 2018년 ‘음악계의 노벨상’ 지멘스상 수상자로, 섬세한 뉘앙스와 정교하게 이끌어낸 에너지 흐름을 만들어내는 거장이다. ‘스틸’은 원형톱날을 가진 전기톱에서 모티프를 얻어 전기톱이 공전상태에서 보여주는 조용하고 낮은 소리부터 전기톱이 물체를 자를 때 발생하는 날카로운 소리를 음악적으로 표현했다.

이날 선보일 위촉작은 유도원의 ‘색채의 파편들’이다. 그는 시각적 인상을 청각적으로 옮기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한국의 대표 신진 작곡가로 주목받고 있다. ‘색채의 파편들’은 빛이 수면 위에 반사되거나 프리즘을 투과해 분산될 때 색채가 파편화되는 현상을 묘사한다.

 

헝가리 작곡가 겸 지휘자 페테르 외트뵈시 [사진=서울시향 제공]

 

◆ 아르스 노바 II– 관현악 ‘다중 우주론’

30일 공연에서는 라벨의 ‘표제’를 첫 곡으로 연주한다. 2대의 피아노를 위한 작품을 피에르 불레즈가 관현악 곡으로 편곡한 작품으로, 라벨 특유의 환상적인 화음과 뛰어난 묘사력이 돋보인다.

이어 9개의 짧은 곡들로 구성된 조지 벤저민의 ‘춤의 형상’을 연주하며 현재 앵테르콩탱포랭 음악감독을 맡고 있는 독일 작곡가 마티아스 핀처의 ‘다섯 개의 관현악곡’을 한국 초연으로 접한다. 핀처가 26세에 작곡한 이 작품은 긴장감과 고요함, 비극적인 음향이 극단적으로 대조된다.

대미를 장식할 작품은 페테르 외트뵈시의 신작 오르간과 해먼드 오르간을 위한 ‘다중 우주론’으로 아시아 초연된다. 작곡가인 외트뵈시가 직접 지휘를 맡고 이 작품을 초연한 이베타 압칼나와 라슬로 파상이 오르간과 해먼드 오르간을 각각 협연해 기대를 모은다.

외트뵈시는 ‘다중 우주론’에서 악기들과 악기 군을 무대 곳곳에 나눠 파격적으로 배치하거나 전자장치를 사용함으로써 기존 홀이 가지고 있는 가능성을 세분화해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오르간 소리는 무대 뒷면을 통해 나오는 반면 해먼드 오르간은 확성을 통해 객석에서 반사음으로써 무대로 흘러나와 두 악기의 소리가 음향적인 조화를 이루는 것을 꾀했다. 미지의 우주 공간을 날아다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한편 청중의 이해를 돕기 위해 23일과 30일 공연 시작 30분전부터 송주호 음악 칼럼니스트의 공연 전 해설 프로그램 ‘프리 콘서트 렉쳐’가 진행된다. 외트뵈시는 24일 오후 2시 서울시향 체임버 연습실에서 국내 작곡 전공생을 대상으로 한 ‘작곡 세미나’를 통해 자신의 작품에 대한 설명과 작곡 전반에 걸친 이야기를 들려준다.

 

사진=서울시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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