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지훈(36)은 가벼운 듯 묵직한 존재감으로 스크린을 압도해 온 배우다. 그랬던 그가 지난 겨울 ‘신과함께-죄와 벌’에선 내내 가볍고 ‘날티(?)’나는 모습으로 관객들에게 큰 웃음을 줬던 그가 이번 ‘신과함께-인과 연’(감독 김용화)에선 천 년 전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비극과 희극을 연기, 전작에선 감춰왔던 역량을 100% 발휘한다.

 

개봉(8월1일)을 며칠 앞둔 무더운 날,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주지훈을 만났다. 직접 대면한 그는 ‘신과함께’ 속 해원맥처럼 장난기 넘쳐보였지만, 진지한 이야기를 할 때는 눈빛을 싹 바꾸며 올곧은 가치관을 드러냈다. 한 마디로 바꿔 말하자면 ‘진국’이다.

무려 1440만 명의 관객을 극장으로 이끌었던 ‘신과함께-죄와 벌’의 빅 흥행을 과연 ‘신과함께-인과 연’이 이어갈 수 있을지 많은 팬들이 궁금증을 품고 있다. “전편의 흥행이 부담이 되지 않느냐?”는 첫 질문에 대해 주지훈은 커다란 자신감을 드러냈다.

“사실 전편은 7개의 지옥, 형벌, 사연 등등에 대한 설명이 굉장히 많았죠. 그래서 배우들끼리는 1, 2편의 시나리오를 읽고 나서 ‘2편이 재밌는데, 1편이 너무 약하지 않을까?’라는 얘기를 하곤 했어요. 그런데 1편도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시는 걸 보고, 2편도 많이들 좋아해주겠다고 확신했습니다.”

 

이번 ‘신과함께-인과 연’에서는 스토리나 CG에 대한 칭찬은 물론, 주지훈이 맡은 해원맥에 대한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전작에선 원작 웹툰 속 해원맥과 달리 무게감이라곤 ‘1’도 찾아 볼 수 없는 캐릭터에 의문을 표하던 이들도 이번 작품에선 태도가 달라졌다. ‘드디어 해원맥의 진가가 발휘됐다’는 이야기까지 흘러나오고 있을 정도니 말이다.

“2편에서 해원맥의 변화폭이 굉장히 크지요. 내내 가볍기만한 모습이 아니라, 이젠 무게감도 갖췄어요. 사실 1편에서 해원맥의 모습이 어색하다고 하시는 팬들을 보고 ‘2부에서 본격적으로 얘기가 나와요’라고 말하고 싶어서 입이 너무 근질근질했어요.(웃음) 제가 예전에 드라마 ‘궁’을 하면서 느꼈던 건, 원작을 살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얼마나 잘 바꾸느냐도 중요하다는 것이에요. ‘신과함께’에선 해원맥 캐릭터가 그 변화의 열쇠가 아니었나 싶어요.”

1, 2부를 함께 찍는 힘든 환경, CG 기술을 활용한 어색한 촬영 등등 ‘신과함께’에 출연한 배우들은 하나 같이 입을 모아 ‘힘들었다’고 이야기한다. 특히 2부에서 현재와 과거를 넘나드는 건 물론, 유쾌함과 진중함을 오가는 모습을 선보인 주지훈에게도 역시 편한 촬영은 아니였다.

“육체적으로도 물론 힘들었지만, 저는 제작진, 배우들, 그리고 나를 신뢰하는 게 가장 힘들었던 것 같아요. 특히 CG 촬영은 안 해봤잖아요. 제가 허공에 칼질을 하는데, 도무지 이게 완성본이 가늠되질 않는 거예요. 우리 CG팀, 촬영팀이 잘 만들어 줄 것이라는 신뢰를 하기 힘들었어요. 또 ‘내가 지금 맞게 움직이고 있는 건가?’라는 부분도요. 물론 결과를 본 지금은 제작진들을 신뢰하게 됐어요. 다음에 또 한다면 그땐 더 믿고 의지해서 촬영할 수 있을 것 같아요.(웃음)”

 

이번 ‘신과함께-인과 연’에서 가장 눈에 띄는 지점은 바로 저승차사 해원맥-이덕춘(김향기)과 천 년 전 과거 자신들을 저승으로 데려간 차사 출신의 성주신(마동석)의 코믹한 호흡이다. 제작진, 동료 배우들, 그리고 자신에 대한 신뢰한다는 주지훈의 말에서 문득, 마동석-김향기와의 케미스트리가 궁금해졌다.

“영화라는 건 관객들에게 결과물로서만 평가를 받는 작업인데, 이번 (마)동석이형-(김)향기와의 작업에선 ‘만드는 과정’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여실히 깨닫게 됐어요. 우선 동석이 형은 이미 친한 사이니까요. 서로 한 장면에 대한 아이디어를 내는 데 거리낌이 없었어요. 솔직히 선후배 사이에서 아이디어를 내고 수용하는 게 쉽지 않은데, 동석이 형이니까 그 과정이 쉬웠던 것 같아요.

그리고 향기는, 정말 두말할 필요 없이 대단한 배우죠. 얼굴 하나 변하지 않는 능청스러움이 강점이에요. 저희 영화가 아무래도 멋진 척하려는 대사가 많아요. ‘괜찮느냐?’ ‘너 말이다’ 등등의 대사가 사실 오글거릴 수도 있는데, 향기가 받아주니까 진솔하게 여겨져요. 18살이 맞나 싶어요.(웃음)”

 

김용화 감독은 지난 시사회 현장에서 ‘신과함께-인과 연’에 대해 “화해와 용서에 관한 이야기”라고 전한 바 있다. 언뜻 어려울 수 있는 이야기지만, 주지훈은 “감독님 덕분에 이 어려운 이야기가 쉽게 풀린다”며 김용화 감독을 극찬했다.

“김용화 감독님 특유의 화법이 있어요. 끝도 없이 어려운 이야기를 다가가기 편하게 만드는 거죠. 영화로 따졌을 때, 해원맥은 고려시대 군인으로서 명령에 따라 사람을 죽여야 하는 인물이잖아요. 굉장히 불편할 수 있는 역사이죠. 하지만 감독님은 그에게 드라마를 만들어주세요. 스스로도 너무 큰 죄를 저질렀다고 용서를 못 구하는 해원맥이지만, 관객들은 그를 이해하게 되지요. 멋진 캐릭터라고 생각해요. 만일 그를 보고 ‘오늘 누구한테 사과해야겠다’는 생각이 드신다면, 그건 다 감독님 덕이지요.”

뒤돌아보면 주지훈도 벌써 15년차 배우다. 드라마 ‘궁’ 속 청춘스타의 면모부터 최근 ‘간신’ ‘아수라’ ‘좋은 친구들’ 등등 다양한 작품에서 명연기를 선보이는 등 오랜 시간동안 변화하기 위해 노력해왔음을 알 수 있다. 마지막 질문으로 그에게 연기 인생을 되돌아보면 어떤 생각이 드는지를 물었다. 잠시 고민에 하던 그는 이내 말을 이어갔다.

“지금부터 말씀드리면,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이건 참 자부할 수 있어요. 그리고 과거를 돌아보면 어느 순간순간 선택의 갈림길들이 있었는데요. 때로는 잘못된 선택을 하기도 했지만, 지금 열심히 살고 있는 걸보면 그래도 큰 그림으로 봤을 때는 옳게 가고 있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먼 미래의 내가 어떨까’라는 고민이 많았어요. 하지만 요즘엔 단순히 ‘어떻게하면 오늘을 즐겁게 살아갈까’라는 생각만 가득해요. 연기도 즐기면서 하려고요.”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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