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 였을까. 관객이 배성우라는 배우를 ‘멋있다’고 느끼기 시작한 건. 올 추석 극장가에 흥행을 예고한 영화 ‘안시성’으로 배성우가 또 한번 스스로의 존재감을 입증했다. 조인성, 남주혁 두 꽃미남 배우 사이에서도 전혀 이질감이 없다. 작품에 자연스럽게 스며들면서도 톡톡히 자신의 매력의 매력을 발산한다.

추수지의 전투신이 정말 멋있었다는 칭찬에 배성우는 “분장팀과 의상팀이 멋있게 해주시지 않았나 싶어요”라고 미소 지었다. 그러면서도 영화에 대한 애정을 곳곳에서 드러냈다.
 

“(전투신에서) 고속을 걸어주신 그 장면은 굉장히 멋있다고 느꼈어요. ‘더킹’ 교통사고 장면에서도 초고속 카메라를 사용한 적이 있었어요. ‘액션’하면 차 옆을 큰 기계로 꽝 박으면서 실제 충격을 줘서 찍었거든요. ‘더킹’ 때는 1~2초 짜리 컷을 늘린 건데 ‘안시성’에서는 긴 장면을 잡아야 하니까 어려웠어요. 팬텀카메라는 써봤지만 로봇암이라는 장비는 처음이었어요. 우리나라에서 처음 쓰인 거라고 하더라고요"

영화 ‘안시성’은 결국 성민들의 안위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맞서 싸우는 리더 양만춘에 대한 이야기다. 배성우는 이런 양만춘의 지략가이자 든든한 동료 추수지로 열연했다. 평소 배성우가 생각해 온 ‘리더’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

“제가 딱히 리더의 입장이 되야 하는 직업은 아니에요. 근데 연극할 때는 큰형이나 큰오빠였던 경우가 많았어요. 서로 자기 의견을 많이 낼 수 있는 분위기가 좋다고 생각했죠. 배우의 연기를 최대치로 뽑을 수록 그만큼 플러스가 되는 거니까 머리를 맞대는 버릇이 되야 하지 않나 싶어요”
 

‘라디오스타’에서 스스로 밝혔듯 이제 배성우는 다작을 하기 어려운 롤의 배우가 됐다. 조연이 아닌 주연급으로 성장했기 때문. 한 작품에 조연으로 출연한다고 치더라도 과거처럼 감초가되는 ‘스쳐가는’ 역할이 아니다. 때문에 고민도 많아졌다.

“저는 여전히 한 컷 찍는 것도 고민이 많이 되고 어려워요. 고민의 폭이나 넓이가 많이커졌어요. 한 작품에서 소화해야 할 부분이 많이 생겼으니까요. 현장에 들어가서 많이 느꼈던 거 같아요. 조금 더 넓게 봐야하고, 들어가야 하고, 책임감도 생기고 배우로서는 연기하는 부분에서 더 즐거운 거 같다고 느껴요”

한때 다작요정으로 불렸다는 말에 배성우는 “요정은 아무리 들어도 너무 부끄러워요”라고 손사래를 쳤다. 그러면서도 어떤 다른 요정 수식이 필요할 거 같다는 말에 “손익분기점을 넘겼으면 좋겠고, 찾아와서 봐주시는 분들이 만족 했으면 좋겠어요. 만족요정? 그건 좀 재수 없을 거 같아요.(웃음)”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유난히 돈독한 ‘안시성’ 촬영 현장에서 박병은은 설현의 취향을 저격한 개그를 선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병은만 봐도 설현이 웃음을 터트릴 정도였다. 배성우는 단호하게 자신은 아재개그를 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저는 설현이 보다 주혁이랑 훨씬 더 촬영을 많이 했어요. 설현이랑 붙는 신은 몇번 없었어요. 후배들한테 인기? 박병은이 더 많았어요. 저보다 젊고, 갓 40대에 올라와서 30대 느낌이 남아있거든요”

동생 배성재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을 수는 없었다. ‘안시성’을 봤냐는 말에 “동생도 영화를 좋아해서 보기는 무조건 볼 거 같아요. 바빠서 놓치더라도 VOD라던가 그런걸로 꼭 보더라고요”라고 전했다.

“‘더 킹’ 같은 경우에는 마지막에 (울먹이면서 딸한테 사과하는 장면) 그건 뭐냐고 묻는데 저도 부끄러워서 얼굴을 못 들겠다더라고요. 추수지같은 역할은 그런 면에서 재미가 없을 수도 있겠네요. 인간적으로 보면 멋지기도 하고 화려하기도 하고 우직하니까. (동생이) 놀릴 게 있어야 되는데”

현재도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촬영으로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지만 배성우는 배성재의 중계 방송을 꼭 챙겨본다고 말했다.

“무조건 동생이 중계하는 방송을 보죠. 제가 본다고 시청률이 늘어나는 건 아니지만 0.1%라도 많이 보는 게 중요하니까요. 비법공유? 절대 없어요, 서로 너무 민망해서”
 

이제 누구도 배성우의 연기력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다. 그렇다면 배우 배성우는 관객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기억되고 싶을까.

“제가 경험을 쌓고 앞으로 해나가면서 바뀔 수도 있지만 지금 제 생각에는 작품 선택 잘 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좋은 연기나 모습을 보여드려야 하는 건 당연한 거 같아요. 재미있는 작품도 의미랑 결합되지 않으면 공허할 거 같아요. 왜 작품을 선택했는지 알겠고, 설득력 있다고 생각되는 역할을 잘 선택하는 것도 이제는 중요한 거 같아요. 배우가 선택받는 직업이지만 그 안에서 또 선택을 해야 하는 거니까”

사진=NEW 제공

저작권자 © 싱글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