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말에 “차차 생각해야죠”라고 불투명한 대답 밖에 내놓을 수 없는 N포 세대. 이들에게 연애란 어떤 의미일까? 상처받기 싫은 남자 준호(심희섭)와 내어줄 건 마음뿐인 은지(정혜성)의 씁쓸한 현실공감 로맨스가 이번 겨울 관객들을 찾아왔다.
‘메이트’(정대건 감독)는 준호와 은지가 데이트 어플을 통해 만나며 시작된다. 목적이 뻔한 준호와 달리 은지는 취재를 위해 데이트 어플에 접근한다. 일상의 작은 해프닝 정도로 여겨지던 일회성 만남은 잡지사 회식자리에서 프리랜서 일하는 준호와 은지가 재회하며 필연으로 엮이게 된다.
내일을 보장받지 못하는 프리랜서인 준호에게 연애는 사치일 뿐이다. 때문에 준호는 함께 잠자리를 하면서도 그 상대를 연인으로 규정하지 않는다. 책임감과 의무감을 벗어난 연애를 제안해오는 준호를 밀어내기만 하던 은지는 어느새 그에게 마음을 열게 된다. 친구도, 연인도 아닌 이들의 관계는 빠르게 끓는점을 향해 달려간다.
하지만 현실이 버거운 준호는 다음 단계로 넘어갈 용기를 내지 못한다. 스치듯 “같이 살까?”라고 제안했다 냉담한 준호의 반응에 지레 겁을 먹은 은지마저 일보 후퇴하며 관계는 조금씩 틀어진다. 연애 감정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는 준호는 이제 그만하자며 돌아서는 은지를 붙잡지도 못한다. 다만 자신이 그토록 싫어하던 질척이는 모습을 드러내며 주변을 배회할 뿐이다.
‘메이트’는 대단히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는 결코 아니다. 다만 기시감이 들 정도로 누구나 한번쯤 겪어봤을 연애의 순간들을 스크린에 펼쳐놓는다. 침대 위에 누우면 세상의 전부인 것처럼 안락하지만 누군가와 함께하기에는 한없이 작은 자취방, 술 기운에 주고받는 묘한 뉘앙스의 대화 등등. 언젠가 경험했거나 내 주변 사람의 이야기일 것만 같은 서사를 섬세한 감성으로 풀어낸다.
그래서 연애의 단 꿈에 빠지기 보다 마음 한구석이 서늘해지거나 이야기의 흡인력에 빠져 동질감을 느끼게 된다. 준호와 은지가 만나 ‘메이트’로 발전하기 까지 일련의 과정이 조금 더 짜릿하고 설레게 느껴지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애둘러 감정을 포장하지 않고 날것 그대로의 연애를 선보인다.
정혜성은 ‘메이트’를 통해 영화 연기에 첫 도전장을 내밀게 됐다. 예쁘고 귀여운 캐릭터만 줄곧 만날 수 있었던 드라마와 달리 대사를 통해 점진적으로 인물의 디테일을 완성해가며 성공적인 스크린 신고식을 치렀다. 최근 드라마에서 훈훈한 캐릭터로 여심저격에 성공한 심희섭을 모처럼 영화관에서 만나는 재미도 빼놓을 수 없다.
신예 감독들의 등용문으로 자리매김한 KAFA의 2019년 첫 장편영화 ‘메이트’는 오는 17일 관객들에게 첫 선을 보인다.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9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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