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에 이어서…

이제는 지상파에서조차 유명무실해진 공채 제도는 공개코미디 ‘젊은 피’ 수혈에 대한 과업으로 이어졌다. 실제 공채제도가 사라지면서 희극인 지망생들도 많이 사라졌다. 언제 방송국의 러브콜을 받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무작정 소극장에서 버티기엔 미래가 불투명하기 때문. 다음 세대를 준비해야 하는 제작진 측에서도 신인에 대한 고민이 적지 않았다.

“예전에는 ‘코빅’ 공채로 신인을 뽑았는데 수급이 잘 안되더라고요. 한동안 정체기가 있었고, 요즘에는 대학로나 홍대 소극장에서 공연하고 있는 신인들을 데려오기도 해요. 사실 신인에 대한 걱정은 늘 있어요. 이건 저뿐만 아니라 이전에 ‘코빅’을 했던 분들도 ‘신인키우기’가 숙제였을 거에요. 근데 시청자들 눈에 익지 않은 신인이 나와서 웃음을 준다는게 사실 쉽지 않거든요. 그렇다고 학교처럼 무작정 키워줄 수도 없는 게 현실이에요. 그래도 최대한 기회를 많이 주려고 하고 있어요. 신인들 코너가 실제 현장 녹화 때 무대에 오르기는 해요. 다만 선배들이랑 역량 차이는 어쩔 수 없는 거 같아요.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편집되는 부분이 많고, 매쿼터 자체적으로는 신인들을 밀어주려고 하는데 쉽지가 않아요”

사실 ‘코빅’ 자체가 tvN 출신 개그맨들로 시작된 프로그램이 아니다. 지상파 3사 공개코미디가 위기를 겪으며 그나마 명맥을 이어오던 프로그램들이 줄줄이 폐지 됐다. 설 무대가 없어진 희극인들은 ‘코빅’에 모여 공개코미디 부활에 대한 의지를 불태웠다. 물론 3사가 모이기는 했지만 현재 ‘코빅'은 SBS 출신 개그맨들이 과반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과거 ‘웃찾사’와 다른 ‘코빅’만의 정체성이 만들어지고 있다.

“만들어야지 하고 만들었다기 보다 3사가 섞이면서 ‘코빅’의 색이 된 거 같아요. 초창기에는 3사 개그맨들이 뭉쳤기  때문에 회사별로 코너 대결을 하는 구조도 있었어요. 그런게 없어지고 지금은 구분이 안될 정도로 섞이게 됐어요. 수적으로 SBS가 많기는 하지만 그 사이에 MBC, KBS 출신도 있구요. 친한 개그맨들끼리 코너를 많이 하게되는 건 어쩔 수 없는 거 같아요. 멤버를 쪼개려고 노력은 꾸준히 하고 있어요. 하지만 인재가 한정돼 있고, 서로 잘하는 걸 하다보니까 반복이 되는 부분이 있어요”

코미디로 대성해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으로 진출하면, 아예 정통 개그를 떠나버리는 것과 달리 ‘코빅’은 박나래, 이용진, 양세찬, 양세형, 장도연 등이 여전히 터줏대감처럼 자리를 지키고 있다.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일부 시청자들은 매너리즘에 빠진 것 같다는 우려도 나타냈다.

“사람이 몸이 여러개는 아니잖아요. 개그맨들이 개그 프로만 하려고 방송을 하지는 않으니까. 그래도 굉장히 잘된 일이고 긍정적으로 보고 있어요. ‘공개코미디에서도 잘하지만, 예능도 잘해서 어떻게 웃기는 사람인지 보여주고 싶다’ 이런 욕구같은게 늘 있던 친구들이었는데, 올해 들어서 다 잘되기 시작해서 너무 좋아요. 프로그램 자체적으로는 연습실에 3~4일 나오던 친구들이 이제 스케줄 때문에 이틀밖에 못 나오고 하다보니 재미가 덜 할 수는 있어요. 하지만 공개코미디가 예능인을 키우는 역할도 해야하는 거니까요”

역설적으로 말하면 이제 ‘코빅’ 아니라도 불러주는 곳이 많지만, 일주일 내내 코너를 짜느라 고민해야 하는 공개코미디를 떨치지 않고 여전히 지키고 있다는 의미기도 했다. 예능과는 또다른 공개코미디의 매력을 놓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프로그램에 대한 애정도 느껴졌다.

“벌써 ‘코빅’도 9년이 됐는데 세월이 많이 쌓였잖아요. 출연진들끼리 워낙 친하고, 연습실에 있는 시간이 길거든요. 집처럼 왔다갔다 해요. 녹화 끝나고 모이는 것도 좋아하고, 공연하고, 같이 코너짜고 이런 것들이 있으니까요. 양세형씨가 ‘여기에 오는 게 제일 기분 좋고, 설렌다’고 하더라고요. 방청객도 직접 만날 수 있고 반응도 볼 수 있기 때문에 더 그렇지 않을까요”

이제 내년이면 벌써 10주년이 되는 ‘코미디빅리그’. 끝으로 최종적인 목표에 대해 물었다. 김민경 PD는 “저 혼자서 이야기 하기에는 너무 큰 주제인 거 같아요”라고 웃어보였다.

“저는 이루지 못했는데 다음주자가 있으면 좋을 거 같아요. 지금처럼 많은 예능인들이 양성돼서, 현재의 신인들 역시 예능 러브콜을 받았으면 좋겠어요. 저는 그런게 이 프로그램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있다고 생각해요. 여기서 잘 크면 그런 사람이 될 테니까. 그런 사람이 계속 양성될 수 있는 선순환 구조가 될 거 같아요“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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