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이 한국영화 최초로 골든글로브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6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베벌리힐즈 베벌리힐튼 호텔에서 제77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이 열렸다. 이날 한국영화 최초로 골든글로브 감독상, 각본상,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오른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했다.

‘기생충’은 각본상, 감독상 수상엔 실패했지만 한국영화 최초로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 수상이라는 역사를 썼다. 영화와 드라마를 통틀어 한국 콘텐츠가 골든글로브상을 받은 것은 ‘기생충’이 최초이며, 후보 지명 자체도 최초였다.

봉준호 감독은 수상 직후 소감을 통해 “놀라운 일이다. 믿을 수 없다. 나는 외국어로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어서, 통역이 여기 함께 있다. 이해 부탁드린다. 자막의 장벽, 장벽도 아니다. 1인치 정도 되는 장벽을 뛰어넘으면 여러분들이 훨씬 더 많은 영화를 만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오늘 함께 후보에 오른 페드로 알모도바르 그리고 멋진 세계 영화 감독님들과 함께 후보에 오를 수 있어서 그 자체가 이미 영광이다. 우리는 단 하나의 언어를 쓴다고 생각한다. 그 언어는 영화다”라고 벅찬 소감을 밝혔다.

영화부문 드라마 작품상은 샘 멘데스 감독의 전쟁 영화 ‘1917’에게 돌아갔다. ‘1917’은 감독상과 작품상까지 받으며 2관왕에 올랐다. 드라마 여우주연상은 ‘주디’에서 할리우드 전설 주디 갈란드를 연기한 르네 젤위거, 남우주연상은 ‘조커’ 호아킨 피닉스가 차지했다.

이날 시상식의 주인공은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였다. 이 영화는 뮤지컬코미디 작품상, 남우조연상(브래드 피트), 각본상(쿠엔틴 타란티노) 등 3관왕에 오르며 최다 부문 수상작이 됐다. 한국계 미국 배우 아콰피나는 ‘더 페어웰’로 뮤지컬코미디 여우주연상을, ‘로켓맨’에서 엘튼 존으로 분한 태런 에저튼은 남우주연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외에도 ‘결혼이야기’ 로라 던과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브래드 피트가 각각 남녀조연상 수상자로 선정됐으며 ‘잃어버린 세계를 찾아서’가 장편애니메이션상, ‘조커’가 음악상, ‘로켓맨’이 주제가상 주인공이 됐다.

한편 이번 시상식에서는 할리우드 내 여성영화인에 대한 문제와 호주 산불이 이슈됐다. 올해 시상식 감독상 부문에 단 한명의 여자감독이 후보로 오르지 못해 골든글로브는 비판을 받아왔다. TV부문 미니시리즈 여우주연상은 미셸 윌리엄스는 여성영화인의 명예와 현실을 이야기하며 현장에 있던 모든 영화인들에게 박수를 받았다.

호주 출신 배우 케이트 블란쳇은 작품상 후보에 오른 영화를 소개하러 나와 호주 산불의 피해를 언급하며 전세계 사람들의 도움에 감사한 마음을 드러냈다. ‘더 라우디스트 보이스’로 TV부문 드라마 남우주연상을 받은 러셀 크로우는 호주 산불 문제로 불참했다.

올해 골든글로브의 주인공이 ‘1917’과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가 되면서 2월에 있을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선 어떤 영화가 작품상의 영예를 안을지, ‘기생충’이 또 한번 역사를 쓸 수 있을지 기대를 높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