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론 멜로디 없이 목소리만으로 부르는 노래가 더욱 가슴 깊이 와닿는 법이다. 전쟁영화의 범주로 볼때 ‘1917’이 그렇다. 대규모 전투장면이나 총알이 빗발치는 스펙터클로 꾸미지 않았다. 대신 2시간 동안 인물을 따라 예측불가한 여정을 함께하게 만들며 그 끝에는 묵직한 진심으로 뜨겁게 가슴을 울린다.

# 1PICK : 마술같은 ‘원 컨티뉴어스 숏’

일반적인 영화는 여러 장면을 이어붙여 보여준다. 반면 ‘1917’은 인물의 동선을 따라 시작부터 끝까지 한 번에 촬영한 듯 이어진다. 원 컨티뉴어스 숏은 장면을 나눠 찍은 후 하나로 보이도록 섬세하게 이어붙이는 촬영 기법이다. 그 효과는 가히 마술적이다.

로저 디킨스 촬영감독은 "스토리 순으로 촬영했고 장면 연결을 위해 구름이 뒤덮인 하늘 아래서 찍어야 했다"고 밝힌 바있다. 이러한 노력은 실제 전쟁터로 관객을 데려가 스코필드와 블레이크의 여정에 참여하듯 느끼게 만드는데 성공했다. 언제 어디서 적이 나타나고 총알이 날아올지 알 수 없는 상황은 극도의 긴장감을 유지시키며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 2PICK : 리얼함의 극치, 꽃이 더욱 아름다운 이유

영화는 화려한 기교로 꾸미지 않았다. 최대한 리얼함을 살려 전쟁의 비극을 재현한다. 두 인물의 여정을 따라가다보면 비극적인 참상을 끝없이 볼 수 있다. 썩어 문드러지고, 물에 불어 형체를 알아보기 힘든 시신들은 인간이 지닌 단 하나의 아름다움도 찾아볼 수 없게 만든다. 하지만 어둠 속에서 빛은 더욱 밝게 빛나는 법. 참혹한 현장에 흩날리는 꽃잎과 드넓게 펼쳐진 푸른 초원은 인간의 잔혹한 상황과 대비되며 비극을 더욱 강렬하게 전한다.

두 인물의 여정도 마찬가지다. 자칫 목숨을 잃을 위기에 처한 블레이크의 형과 수많은 아군을 구하기 위해 두 사람은 어떤 고난이라도 뚫고 가야한다. 미션을 위한 절실함으로 어둠속을 전진하는 두 사람이 그 여정의 끝에서 어떤 아름다운 꽃을 맞이할지 궁금하게 만든다.

# 3PICK : 훈장이라는 쇳조각, 누구를 위한 전쟁인가

아군을 구할 명령을 전하기 위해 적진을 뚫고 달리는 블레이크와 스코필드는 고비마다 서로를 일으켜 세워주며 뜨거운 동료애를 보인다. 그들은 서로에게뿐 아니라 다른 부대 아군, 민간인과 도우며 위기를 헤쳐나간다. 심지어 적군을 만났을 때도 해치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러나 전쟁이라는 상황은 인간을 잔혹하게 만들었고 이는 더 큰 안타까움을 전한다.

병사들은 단지 가족이 있는 집으로 돌아가고픈 마음뿐이다. 하지만 누구 것이든 관심도 없는 땅을 위해 목숨을 걸고, 단지 죽지 않으려 상대를 죽여야 한다. 간접적으로 짐작만 할 뿐인 전쟁터로 관객을 데려간 영화는 도대체 누구를 위한 전쟁인지, 왜 서로를 죽여야 했는지 고작 쇳조각일 뿐인 훈장을 위해 왜 목숨을 걸어야 하는지 느끼게 한다.

‘1917’이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무려 10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대중에게 조금은 낯선 두 주연배우 조지 맥케이, 딘-찰스 채프먼은 임무를 수행하려는 의지와 뜨거운 동료애, 전쟁에 대한 두려움을 복합적으로 담아 훌륭하게 연기한다. 짧지만 강렬한 등장을 보이는 콜린 퍼스, 베네딕트 컴버배치, 마크 스트롱도 반가움을 안긴다. 무엇보다 ‘1917’이 담고 있는 것은 리얼함을 통해 전하는 진심이다. 그것은 뜨거운 동료애일 수도, 삶에 대한 의지일 수도, 인간의 잔혹함일 수도 있다. 뭐가 됐든 묵직하고 강렬하게 관객에게 전해진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러닝타임 1시간59분, 15세관람가, 2월19일 개봉.   

사진=영화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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