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과 ‘기생충’이 결국 일을 냈다. 후보에 오른 6개 부문에서 각본상, 국제영화상, 감독상, 작품상까지 무려 4관왕을 기록했다. 이에 4차례 무대에 오른 '기생충' 팀의 수상소감도 화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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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10일, 한국시간) 미국 LA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본상과 국제영화상에 이어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작품상과 감독상까지 총 4관왕에 올랐다. 한국영화 뿐 아니라 아카데미 시상식 역사에도 길이 남을 대기록이다.

봉준호 감독은 먼저 각본상을 받은 뒤에는 “시나리오를 쓴다는게 고독하고 외로운 작업이다. 국가를 대표해서 쓰는 건 아닌데, 이 상은 한국이 받은 최초의 오스카 상이다”라며 한국 최초 수상이라는 것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이어 “언제나 많은 영감을 주는 아내에게도 감사하고, 저의 대사를 멋지게 화면에 옮겨준 지금 와있는 멋진 기생충 배우들에게도 감사드립니다”라며 가족과 배우들과 수상 영광을 함께했다.

봉준호 감독과 공동 각본을 집필한 한진원 작가는 “봉준호 감독, 부모님께 감사드린다”는 말로 포문을 열었다. “미국에 할리우드 있듯이 한국에는 충무로가 있다. 충무로 모든 필름메이커들,스토리텔러들과 이 영광을 나누고 싶다”라며 한국 영화인들과 함께 수상의 기쁨을 나누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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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수상은 국제영화상(전 외국어영화상)이었다. 또 다시 무대에 오른 봉준호 감독은 “이 카테고리 이름이 바뀌었다. 외국어영화상에서 국제영화상으로 이름 바뀐 뒤 첫번째 상을 받게돼서 의미가 깊다. 그 이름이 상징하는 바가 있는데, 오스카가 추구하는 그 방향에 지지와 박수를 보낸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국제장편영화상은 지난해까지 외국어영화상으로 불렸으나, 올해부터 이름이 변경됐다. '외국'이라는 단어가 글로벌 영화 제작 환경에서 맞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이후 봉감독은 함께한 배우, 스태프들에게 영광을 돌렸다. “함께 만든 멋진 배우와 모든 스태프들이 모두 와있다. 사랑하는 송강호님, 이선균, 최우식, 장혜진, 박명훈, 박소담, 이정은 멋진 배우들”이라며 배우들 한명 한명의 이름을 호명하며 고마움을 전했다.

이어 “시네마토그래퍼 홍경표, 프로덕션 디자이너 이하준, 에디터 양진모 그리고 모든 예술가들에게 찬사를 보낸다. 그리고 저의 비전을 실현할 수 있게해준 바른손, CJ, 네온의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봉 감독은 마지막에 영어로 "오늘 밤은 술 마실 준비가 돼 있다. 내일 아침까지(I am ready to drink tonight, until next morning)"라고 말했고 환호와 박수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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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는 쟁쟁한 거장들을 제치고 감독상을 수상했다. 봉 감독은 "좀 전에 국제영화상을 받고 오늘 할 일은 끝났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너무 감사하다. 어렸을 때 제가 항상 가슴에 새겼던 말이 있다. 영화 공부를 할 때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라고 책에서 읽었다. 그 말은 마틴 스콜세지의 말이었다"고 했다. 이에 카메라가 마틴 스콜세지를 비추자 참석자들은 기립박수를 보냈고, 마틴 스콜세지 역시 미소와 함께 손을 흔들며 화답해 감동을 줬다.

봉 감독은 "제가 학교에서 마틴 영화를 보면서 공부를 했던 사람인데, 같이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영광이다. 상을 받을 줄 몰랐다. 제 영화를 아직 미국 관객들이 모를 때 항상 제 영화를 리스트에 뽑고, 좋아하셨던 '쿠엔틴 형님'(쿠엔틴 타란티노)도 계신데, 너무 사랑하고 감사하다. 쿠엔틴 '아이 러브 유'"고 외쳤다.

끝으로 “같이 후보에 오른 토드 필립스나 샘 멘데스 등 다 제가 존경하고 사랑하는 감독님이다. 오스카에서 허락한다면 이 트로피를 텍사스 전기톱으로 잘라서 나누고 싶은 마음이다”라고 말해 존경을 표함과 동시에 큰 웃음을 끌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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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감독상까지는 내심 기대했지만 작품상은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모두의 예상을 깨고 봉준호 감독과 ‘기생충’은 작품상마저 손에 거머쥐었다. 할리우드 영화가 아닌 외국 영화가 작품상과 감독상을 동시에 탄 건 아카데미 역사에서 초유의 일이다.

'기생충' 제작사인 곽신애 바른손이앤에이 대표는 "시의적절한 역사가 쓰여진 것 같다. 아카데미 위원의 결정에 경의를 표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투자배급사를 대표해 단상에 오른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은 "'기생충'에 참여해주신 모든분들께 감사하다. 많은분들이 저희의 꿈을 만들기 위해 지원해줬다"고 인사했다.

이어 "정말 정말,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한국 영화를 보러 가주시는 관객들에게 감사하다는 것이다. 주저하지 않고 저희에게 의견을 얘기해주셨으면 좋겠다. 그런 의견 덕에 저희가 안주하지 않을 수 있었다. 이같은 의견 덕에 많은 감독과 창작자들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감사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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