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한국 오페라 70주년을 맞이하는 의미 깊은 해다. 4월을 맞아 오페라의 대향연이 여기저기서 울려퍼진다. 시대의 급격한 흐름에도 흔들리지 않는 탄탄한 서사와 음악, 출연 가수들의 드라마틱한 연기, 심금을 울리는 아리아 선율에 취하고 싶다면 공연장으로 발걸음을 옮겨보자.

 

 

◆ 관능적으로...국립오페라단 ‘마농’

국립오페라단은 화려하고 관능적인 음악으로 유명한 프랑스 오페라 '마농'(4월5~8일·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을 29년 만에 한국 무대에 올린다.

프랑스 소설가 아베 프레보의 자전적 소설 '기사 데 그리외와 마농 레스코의 이야기'를 원작으로 화려한 삶을 동경한 시골소녀 마농과 귀족 데 그리외의 격정적 사랑을 그린 마네스의 대표작이다.

낭만적인 음악과 18세기 파리 '벨 에포크'(풍요롭고 아름다운 시대)의 화려한 문화를 보여주는 작품이지만 워낙 작품 규모가 방대하고 특유의 예술적 느낌을 제대로 살려내기가 쉽지 않아 국내 무대에서 거의 공연되지 않았다. 마농의 욕망과 무절제하게 질주했던 짧은 삶, 결국 남자들의 욕망으로 파멸돼 가는 모습은 시대를 초월해 소구력을 갖는다.

주인공 마농 역은 루마니아의 신예 소프라노 크리스티나 파사로이우와 손지혜가 번갈아 연기한다. 데 그리외 역은 스페인 테너 이즈마엘 요르디와 유럽무대에서 활약 중인 테너 국윤종이 맡는다. 독일 출신 지휘자 서배스천 랑 레싱이 포디움에 서 코리안심포니를 이끈다. 1만~15만원. 문의: 1588-2514

 

 

◆ 현대적 재해석...서울시오페레단 ‘투란도트’

서울시오페라단은 푸치니 탄생 160주년을 기념해 ‘투란도트’(4월26~29일·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선보인다. 1985년 창단 이래 지난 33년간 한국 오페라계 초연을 이끌며, 고전의 재해석에 힘써온 서울시오페라단이 ‘투란도트’를 공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무대는 당인리발전소(현 서울복합화력발전소)를 작품의 모티프로 문명의 파괴가 휩쓸고 간 미래의 시공간을 세종대극장 무대에 펼쳐놓는다. 극중 칼라프 왕자는 기계문명의 파괴와 재앙으로 삶의 터전을 잃은 채, 빙하로 뒤덮인 생존자들의 땅에서 공주 투란도트와 조우한다. 지난 100여 년간 해외 유명 오페라극장들이 베이징의 자금성으로 상징되는 중국풍 배경을 고수해온 것과는 확연히 다른 파격 설정이다.

관객들은 작품의 핵심인 ‘투란도트의 3가지 수수께끼’를 칼라프 왕자와 함께 풀어가는 가운데 각자 처한 현실 속 문제에 도전하며 해답을 찾아가는 여정에 동참하게 된다. 여기에 전주시향 상임지휘자 최희준이 성남시향과 함께 작곡가 푸치니 음악 본연을 최대한 살릴 예정이다.

소프라노 이화영·이윤정(투란도트 역), 테너 한윤석·박지응(칼라프 역), 소프라노 서선영·신은혜(류 역) 등 국내 실력파 중견 성악가들과 유럽 오페라극장에서 활약 중인 기대주를 한 무대에서 만나볼 수 있다. 티켓가격 2만~12만원.

 

 

◆ 우아함의 극치...라벨라오페라단 ‘가면무도회’

라벨라오페라단은 베르디 오페라 ‘가면무도회’(4월27~29일·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를 올린다. 제9회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의 개막작이기도 하다.

베르디의 중기 걸작으로 꼽히는 오페라 ‘가면무도회’는 1792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실제로 일어난 국왕 구스타프 3세 암살사건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세계적인 이탈리아 지휘자 실바노 코르시가 지휘봉을 잡는다. 또한 감성적이면서도 정확한 연출로 유명한 이회수 연출가가 함께한다. 친구 레나토의 아내를 남몰래 사랑하는 총독 리카르도 역은 국윤종 김중일, 레나토 역은 박경준, 최병혁, 레나토의 아내 아멜리아 역은 이석란, 강혜명이 맡는다.

대부분 여성을 중심으로 한 사랑이야기인 여타 베르디 오페라와 달리 남자의 관점으로 이야기가 펼쳐지는 점이 이채롭다. 인간의 다양한 감정을 비롯해 우아하면서도 아름다운 음악과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다. 제작진은 18세기 당시 유럽의 무도회 모습과 의상·소품 등을 그대로 재현해 화려한 미의 극치를 보여줄 예정이다.

사진= 서울시오페라단, 국립오페라단, 라벨라오페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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