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민이 리비아 무장 세력에 납치된 사실이 사건이 발생한 지 27일 만에 알려졌다.

1일 외교부 당국자에 따르면 지난달 6일(현지시간) 리비아 서부 자발 하사우나 지역에서 무장민병대가 현지 한 회사의 캠프에 침입, 한국인 1명과 필리핀인 3명을 납치했다.

사건 발생 직후 이 회사 관계자가 피해 신고를 했다. 그러나 사건 발생 27일째인 현재까지 납치 세력과의 직접적인 접촉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런 가운데 납치 피해자들로 추정되는 한국인을 포함한 4명의 동영상이 리비아 유력 매체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공개됐다. 2분 43초 분량의 영상에는 자신을 한국인이라고 밝힌 중년 남성이 영어로 대통령에게 도움을 구하는 모습이 담겼다.

그러나 지금까지 납치세력은 뚜렷한 요구사항을 나타내지 않았으며, 이들이 누구인지 알려진 바도 없다. 현재로서는 납치세력이 리비아 지방 부족 세력 산하의 무장 민병대일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필리핀 국적의 피랍자들 역시 자국의 대통령을 언급했다.

정부는 이번 사건에서 우리 국민의 안전을 이유로 엠바고(보도 유예)를 요청해 유지해 왔으니 이날 엠바고를 해제했다. 동영상이 국내에 확산하면서 생기는 오해를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외교부 당국자는 1일 "이날 오전에 현지 유력언론의 페이스북을 통해 피랍자들의 동영상이 게재된 상황으로 해당 동영상의 국내 유입을 차단하기가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면서 "또 외국인 피랍자가 포함되어 있는 점, 엠바고 유지시 불필요한 의혹 제기 가능성 등을 감안해 엠바고를 해제했다"고 설명했다. 

외교부는 "특이한 것은 이번 동영상에서 납치세력이 자기 신원, 정체를 밝히지 않고 있고 특별한 요구사항도 없다는 것"이라며 "사건 발생 이후 총력 대응하고 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 정부의 기본적인 의무사항이라 안전에 최우선을 두고 리비아 정부와 현재까지 긴밀하게 공조체제를 유지해왔다"고 밝혔다.

사건이 뒤늦게 알려지자 외교부 기자단의 엠바고를 두고 논란이 일었다.

한편 정부는 외교라인을 통해 리비아 당국에 협조를 요청하고, 납치세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현지 부족세력 등을 통해 구조 노력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