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너가 된 좀비들이 달리기 시작하면 심장이 요동친다. 정적인 것으로 여겨져 오던 사극 장르가 크리처 무비의 속성을 만나는 순간 전혀 다른 세계를 구축해내며 시너지가 폭발했다. 6부작으로 첫 번째 시즌을 선보인 ‘킹덤’이 이룩한 성과다.

25일 넷플릭스를 통해 190여개국에 27개 언어 자막과 함께 첫 선을 보였다. 공개 당일에는 종일 포털사이트 검색어를 오르내리며 동영상 서비스 기업 넷플릭스에 접근이 비교적 용이한 2~30대의 관심을 끄는데 성공했다. ‘킹덤’을 기다려온 유저들이 정주행을 거의 끝냈을 26일에는 ‘킹덤 시즌2’가 또다시 포털사이트에 등장하며 인기를 체감하게 했다.

물론 ‘킹덤’이 흠잡을 곳 하나없이 완벽한 작품은 아니다. 많은 시청자들이 지적한 문제점은 바로 의녀 서비 역의 배두나, 중전 역의 김혜윤의 연기력. 배두나의 연기 경력이 결코 짧다고 할 수는 없지만 사극은 ‘킹덤’이 첫 작품. 여기에 김혜윤이 신예인 걸 감안하다면 고개가 끄덕여지는 대목이다. 하지만 시청자 입장에서 팽팽한 극의 흐름을 끊는 지적을 외면할 수는 없다. 분명 시즌2 제작에서 제작진이 염두에 두고 가야할 대목이다.

그렇다면 글로벌 시청자들의 반응은 어땠을까. 넷플릭스로 ‘킹덤’을 본 프랑스 유저는 우선 연기력에 대해 큰 이견이 없었다. 한국어에 대한 이해가 없기 때문에 한국 시청자들이 지목한 어색한 대사처리 등은 문제가 되지 않는 듯 했다.

조선이라는 시대적 배경에는 높은 관심을 보였다. 국내 감독들을 통해 이미 한국 영화는 프랑스 현지에도 널리 알려졌지만 ‘킹덤’과 같은 역사물을 낯설게 다가갔다. 그러나 오히려 이 새로움이 외국인들의 눈에는 신비함으로 다가간 눈치다. 한복을 입고 달리는 좀비는 다소 이질적이지만 재미있는 요소 중 하나로 꼽았다.

한국인도 이해하기 힘든 당쟁을 조학주(류승룡)와 이창(주지훈)의 왕권 다툼으로 매끄럽게 정리하며 전개를 이해하는데 무리가 없었다는 설명이다. 오히려 넷플릭스에서도 서비스 되고 있는 ‘베르사유’, 혹은 ‘튜더스’ 시리즈가 더 역사적인 지식을 요한다고.

좀비를 배고픔이라는 소재로 엮어낸 것에도 호평이 이어졌다. 크리처물이 그려온 좀비와 인간의 대결구도를 벗어나, 정치적인 이야기를 유연하게 풀어냈다는 평가다. 애초에 ‘킹덤’을 내수용이 아닌 글로벌 콘텐츠를 생각했다는 넷플릭스의 계산이 어느 정도 맞아떨어지는 부분이다.

국내 시청자들 역시 좀비의 높은 퀄리티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다소 잔인하다고 느낄 정도로 디테일한 분장이 회당 20억이라는 제작비의 힘을 실감하게 만든다. 6부작이라는 낯선 호흡에도 불구하고 시즌1이 이창과 조학주의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는 순간 막을 내리며 벌써 다음 시즌에 대한 궁금증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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