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7년 만이다. 가수 비가 아닌 배우 정지훈으로 스크린에 복귀할 때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만큼 정지훈은 관객에게 어떤 영화로 자신의 연기를 보여줄지 고민했다. 그가 선택한 작품은 ‘자전차왕 엄복동’(2월 27일 개봉)이었다. 무대 위 카리스마는 잠시 놓고 순박하고 강인한 엄복동으로 분해 열정 가득한 정지훈의 얼굴을 있는 그대로 드러낸다.

‘자전차왕 엄복동’은 일제강점기 당시 전 조선 자전차 대회에서 일본 선수들을 제치고 당당히 1등을 차지해 조선인들에게 자긍심과 독립운동 열기를 고취시킨 엄복동의 이야기를 다룬다. 정지훈은 엄복동이라는 실존인물에 대한 궁금증과 시나리오를 읽으며 그 당시 조선인들이 겪었을 고통을 느끼며 작품에 임하게 됐다.

“처음엔 엄복동이 실존인물인지 몰랐어요. 2016년 12월쯤 이범수 선배님이 시나리오 하나를 주셨죠.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스포츠영웅, 국민영웅에 대한 이야기구나’라는 생각이 확 들었죠. 그순간 2002 한일 월드컵이 떠올랐어요. 박지성, 안정환 등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온국민을 들썩이게 만들었잖아요. 엄복동도 그런 사람 중 한 명이라고 생각해요. 전면에 나서서 독립운동을 한 인물은 아니지만 조선인에게 자부심과 긍지를 안겼죠. ‘이런 스포츠영웅을 알아야 되지 않나’라고 느끼게 됐어요.”

엄복동은 누구인가? 엄복동에 대해 여러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정지훈은 “전 조선 자전차대회에서 우승한 실존인물‘이라고 못박았다. 엄복동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가 전해지지 않으면서 정지훈은 스스로 캐릭터를 만들어나가야 했다. 본인이었다면 일제강점기 당시 엄복동이 어떤 사람이었을지 고민하고 연구하면서 스크린으로 탄생시켰다.

“실존인물을 연기하는 건 참 힘들었어요. 엄복동에 대한 기록이 많지 않아서 어떤 성격을 가지고 행동하는 사람인지 알 수 없었죠. 마치 흰 도화지에 제가 그림을 그려넣는 기분이었어요. 이순신 장군님은 ‘난중일기’가 있고 다른 위인들도 자신들의 위인전이 있잖아요. 신문사 자료도 요청하고 주변 분들에게 협조를 많이 구했죠. 엄복동이 객사했다는 말도 있고 6.25 전쟁 때 포탄을 맞았다는 설도 있었지만 전 조선 자전차대회에서 1등을 한 건 사실이었어요.”

스크린에서 보여진 엄복동은 순수함 그 자체의 인물이다. 정지훈은 “물지게를 지는 장면에서 뒤뚱거리고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물 한잔 먹으며 땀이 찬 고무신을 자연스럽게 씻는 모습도 자연스러운 연기였다”며 엄복동을 촌스럽게 그렸다고 전했다.

“오히려 캐릭터가 촌스러워서 좋았어요. 저는 가수 활동을 할 때 무대에서 멋있어 보여야하고 세련된 모습을 보여주는데 갑자기 후줄근하게 스크린에 등장하면 관객분들이 적응하실까 고민했어요. 하지만 이 캐릭터를 완벽하게 표현하기 위해서는 순박한 청년 엄복동 그 자체가 돼야 했죠. ‘정지훈이 저런 연기도 가능하구나’라는 평가를 듣는 게 목표예요.”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자전차 경주’다. 제작진은 일제강점기 당시 자전차(자전거)를 만들어야했고 정지훈을 포함해 자전차를 타는 배우들은 모두 자전거 훈련을 받아야했다. 훈련량은 정지훈이 평소 운동하는 것보다 배로 많았다. 말 그대로 ‘지옥 훈련’이 따로없었다.

“자전거 훈련은 저와의 싸움이었죠.(웃음) ‘내가 왜 이런 걸 해야하지’라고 생각할 정도로 힘들었어요. 스케줄도 딱히 정해지지 않았어요. 해 뜨면 훈련을 시작하고 해 지면 마쳤죠. 무려 10시간 넘게 자전거 위에 앉아있었어요. 제가 유산소운동 하나는 자신있었는데 이 훈련을 하고 나서 자전거가 보기 싫어지더라고요.”

“액션연기는 합이 정해져 있어요. 하지만 자전차 경주 장면은 정확하게 합을 맞추기 어려워요. 몸으로 부딪히며 경쟁하는 장면에서 실수 한번하면 트랙을 한 바퀴 다 돈 다음에 다시 찍어야했죠. 자전거는 쉽게 컨트롤하기 어렵잖아요. 액션을 하면서 자전거 중심을 잡아야하니까요. 한 컷 건지려면 2~3일은 자전거를 타야했죠. 그 노력이 영화 속에서 잘 보여진 것 같아요.”

정지훈이 말하는 ‘자전차왕 엄복동’의 강점은 무엇일까. 그는 “엄복동이라는 인물을 관객들에게 전하는 것 자체가 목표”라고 말했다. 그만큼 엄복동이란 인물이 자세히 표현됐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저희 영화가 옛날 향수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 속에서 잔잔한 감동을 느끼고 엄복동이라는 인물을 알게 될 수 있을 거예요. 한마디로 전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 저희 영화가 개봉하고 나서 일주일 뒤에 ‘캡틴 마블’이 개봉하더라고요. 어떻게 될지는 지켜봐야겠죠.”

②에서 이어집니다.

사진=레인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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