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장범준이 홀로 만성리 검은모래해변에 들렀다가 감흥에 젖어 만들게 됐다는 ‘여수 밤바다’. 멜랑콜리한 목소리로 외쳤던 ‘나는 지금 여수 밤바다’에 훅 이끌려 떠난 여수 혼행, 바쁜 일정 탓에 주중에 짬(불과 24시간)을 내 KTX로 3시간 남짓 달려 순천을 지나 전남의 항구도시 여수에 도착했다.

361개의 섬으로 이뤄진 이곳은 도심 곳곳으로 바닷길이 열려있다. 섬들이 방파제 역할을 해 바다가 아닌 호수처럼 잔잔한 물결이 일렁이고, 섬과 섬을 잇는 다리와 그 다리들을 밝히는 색색조명이 이 도시를 감싼다. 낮에도 아름답지만 밤이 더욱 아름다운 이유다. 혼행객이어도 연인과의 커플 여행이어도 아니면 가족여행이어도 만족도가 높은 곳이란 생각이 들게 된다.

춘(春) 3월이 열린 지 얼마 되지 않은 날 아침 10시55분 기차편으로 용산역을 출발해 여수 엑스포역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2시. 바로 건너편 엑스포(세계박람회) 단지 입구 쪽에 캡슐호텔 다락휴가 자리하고 있다. 정확한 위치는 엑스포 국제관 D동 3층이다. 역에서부터 도보로 5분 정도 걸린다. 해외가 아닌 국내에서 캡슐호텔 이용은 처음이라 이런저런 호기심과 기대감이 솟구쳤다.

워커힐 호텔앤리조트가 지난해 8월 오픈한 다락휴 여수점은 인천국제공항 제1·2터미널에 입점한 캡슐호텔과는 차별화된 콘셉트를 지향한다고 한다. ‘도시여행자 플랫폼’이라는 캐치프레이즈에 걸맞게 젊은 여행자들이 추구하는 효율성과 작은 행복을 충족시킬 수 있도록 기존 다락휴의 공간에 특급호텔의 서비스, 정보 교류 및 교통 편의성을 더했다.

캡슐호텔 하면 일본의 그것이 곧바로 연상된다. 캡슐 안에 들어온 듯 딱 한 사람이 누울 수 있는 공간에 매트리스와 이불, 작은 TV·오디오시스템이 장착된 도쿄와 오사카 등지의 캡슐호텔은 도시 여행자들이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숙박형태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개인 라커를 비롯해 공용 라운지와 TV시청 공간, 대욕탕(목욕탕), 식당이 구비돼 하룻밤을 지내는데 불편함이 없었다. 반면 내부 공간이 숨 막힐 듯 비좁고 캡슐이 위아래, 옆으로 다닥다닥 붙어있어 소음과 사생활 보호라는 측면에서 불편함이 있었다. 캡슐 안에 현금을 놔두고 잠시 휴게실을 이용했다가 도난당했던 오사카에서의 씁쓸한(?) 추억도 있기까지 하니.

다락휴는 ‘호텔’에 방점을 찍은 느낌이다. 프런트 데스크에서부터 호젓하다. 간단한 체크인 수속을 밟은 뒤 2가지 타입의 객실(총 56실)로 입실하면 된다. 스탠다드형은 2.7평에 더블침대와 기능성 베개, 다용도 데스크와 의자, 샤워실과 화장실, 하만카돈 블루투스 스피커, 에어컨(난방기 겸용)이 구비돼 있다. 샤워실에는 친환경 샴푸, 클렌저, 생수 2통이 어메니티로 비치됐다. 남해바다를 바라볼 수 있는 오션뷰형은 4평 크기에 2.7평형과 달리 거실 용도로 활용할 수 있는 여유 공간이 작게나마 마련됐다.

체크인 시간은 오후 3시, 체크아웃은 오전 11시이며 객실요금은 스탠다드 8만5000원(비수기), 12만5000원(성수기)이며 오션뷰는 10만5000원(비수기), 14만5000원(성수기)다.

일본 캡슐호텔과 달리 룸 안에서 자기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점을 비롯해 로비에 마련된 커뮤니티 라운지가 있어 간단한 레크리에이션 기구를 이용해 게임을 즐기거나 통창 쪽에 마련된 안락한 다인용 소파에 앉아 봄이면 붉은 동백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그 유명한 오동도와 여수 바다 풍경을 바라보며 담소를 나누고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이곳에서는 아침마다 무료 조식을 즐길 수 잇는데 커피와 주스, 토스트, 버터와 잼이 제공된다. 이어진 라이브러리 존에서는 300여 권의 장서를 골라보며 커피와 음악을 즐길 수 있다.

호텔에 인접한 건물 1층에는 편의점(오후 10시면 문을 닫는다)이 있어 간단한 식음료 제품을 구입할 수 있으며 엑스포 건물 내 식당가에서 여수의 유명한 게장백반, 한정식, 생선구이, 낙지탕탕이, 물회 등을 간편하게 맛볼 수 있다.

호텔 내 컨시어지 전면에 위치한 키오스크에서는 셀프 체크인&아웃이 가능하며 18개의 유료 짐 보관함이 있어 체크인 전이나 체크아웃 이후 짐을 맡겨둔 채 편하게 여행을 이어가는 게 가능하다. 컨시어지에선 SK렌터카를 할인가로 이용할 수 있다. 이용 12시간 혹은 24시간 전에 온라인 예약을 하면 체크인 시 다락휴 전용 주차장에서 바로 차량 픽업이 가능하다.

다락휴 투숙의 장점은 여수 엑스포역에서 가까워 편하게 KTX 이용을 할 수 있다는 점과 아울러 빅오쇼, 아쿠아리움, 엑스포 아트갤러리와 컨벤션센터, 오동도 등 현지 관광명소와 가까운 거리에 위치한 점이다.

특히 오동도의 경우 호텔 앞쪽 방파제를 따라 도보 10~20분 정도 걸어가면 도착할 수 있다. 걷기가 불편하면 입구 쪽에서 출발하는 동백열차를 이용하면 된다. 또한 엑스포 바로 앞에 여수를 둘러볼 수 있는 버스투어(데이&나이트) 정류장이 있어 간편하게 이용 가능하다.

반면 객실 안에 TV가 없어 무료할 수 있는 점, 흡연공간을 마련해놓지 않아 엑스포 광장으로 내려가 한쪽 귀퉁이에 마련된 흡연실을 이용해야 하는 번거로움, 편의점과 식당가가 문을 닫는 저녁 늦은 시간대엔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곳이 마땅히 없다는 점, 환경보호를 위해 칫솔·치약을 제공하지 않아 3000원을 지불하고 프런트 데스크에서 구입해야 하는 점 등은 불편 요소였다. 

사진=싱글리스트, 워커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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