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의혹에 휘말린 정봉주 전 의원과 과거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여성의 증거 공방이 꼬리를 물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7일 처음 보도가 이뤄진 이후 양측은 한 치도 물러서지 않는 진실공방을 벌였고 결국 정 전 의원과 피해를 주장하는 여성의 목소리를 대변해온 프레시안은 서로를 각각 허위사실 유포,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검찰에 고소했다. 수사기관이 각자의 당일 행적, 관련자 증언과 목격자 진술을 조사해 법적으로 책임을 물으면 되는 사안이다.

그런데 그 뒤 벌어지고 있는 양측의 행동은 여러모로 이해하기가 힘들다. 정 전 의원은 당일 행적을 근접 취재한 포토그래퍼가 촬영한 780장의 사진이 있다고 밝혔고, 이 중 일부를 지난 22일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를 통해 공개했다. 하지만 2011년 12월23일 오후 1시~2시 사이 여의도 렉싱턴 호텔에 30~40분간 머물렀다는 ‘미권스’ 카페지기 민국파의 주장을 전면적으로 뒤집을 만큼 결정적 사진을 내놓지는 못했다. 또 다시 의혹과 설들이 무성해졌다. 실제 진보논객 진중권, 변호사 박훈이 정 전 의원의 해명에 대해 신랄하게 문제제기를 했다.

한겨레신문까지 가세했다. 당시 ‘나꼼수’ 녹음실 현장을 취재했던 자사 기자의 취재 메모를 바탕으로 정 전 의원이 1시부터 2시 사이 을지병원으로 병문안을 간 것이 아니라 서교동 ‘나꼼수’ 녹음실에 있었다며 정 전 의원의 알리바이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대신 민국파의 ‘1시~2시 렉싱턴 호텔 체류’ 증언은 신뢰도를 잃게 만들었다.

본인 해명과 제3자 증언이 나올수록 꼬여가고, 진실은 안개 속으로 파묻혀가는 시점에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여성이 27일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당시 렉싱턴 호텔 1층 카페 겸 레스토랑인 뉴욕뉴욕에서 오후 5시5분과 37분에 '기다리는 시간'이라는 문구와 뉴욕뉴욕 룸 안에서 찍은 셀카사진과 함께 체크인한 기록을 발견했다"며 "시간대 논란이 이 자료로 해소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한 사건 발생 시간에 대해 지금까지 침묵했던 이유에 대해 "시간대에 관한 명확하지 않은 기억을 내세우면 오히려 혼선을 가중시킬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고 해명한 뒤 "여전히 성추행 피해를 당했다는 제 말이 거짓이라고 주장하려거든 저를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고소하시기 바란다"고 정 전 의원에게 촉구했다.

과연 그의 말대로 그간의 시간대 논란이 이번 자료로 해소될 수 있을까. 안타깝게도 별로 그래 보이진 않는다. 본인이 있었다는 증거이지, 정 전 의원이 동석했음을 입증하는 구체적 증거는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 전 의원을 강제추행 혐의로 고소할 수도 있는데 “나를 고소하라”고 상대에게 촉구하는 것도 자연스러워 보이진 않는다. 정 전 의원이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며 프레시안 기자들은 고소하면서, 허위사실 유포의 원천일 수 있는 피해 주장자를 고소하지 않는 부자연스러운 행동과 동일한 이치다.

총체적으로 불가해한 이 사건을 둘러싸고 더 이상 소모적인 논쟁이 벌어지지 않기 위해선 당사자나 관계자들의 경우 언론에 나서는 대신 사법기관인 검경 조사에 응하는 것이 바람직할 듯 보인다. ‘진료는 의사에게’ 맡기듯이 ‘알리바이 공방은 공정한 수사기관’에 맡기자. 검찰 역시 최대한 신속하게 수사를 진행해주기를 촉구한다. 지리한 공방을 지켜보는 이들의 피로감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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