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영화 ‘로마’가 제75회 베니스 영화제 1등상인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

8일(현지시각) 밤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리도섬에서 열린 제75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는 영화제 조직위원회는 폐막식에서 황금사자상 수상작으로 '로마'의 이름을 외쳤다.

‘로마’는 ‘그래비티’(2013)로 오스카 감독상과 작품상을 거머쥔 쿠아론 감독의 자전적 흑백 영화다. 격동기인 1970년대 멕시코시티에서 자신을 돌봐준 가정부들의 이야기로, 혼돈 속에서 정체성을 찾아가는 강렬한 주제의식을 담았다.

이미 작가관을 인정받은 감독의 작품으로 작품성 면에선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이 작품은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업체 넷플릭스가 제작한 영화이기에 더욱 눈길을 끈다. 그간 세계 주요 영화제 수상과는 거리가 멀었던 넷플릭스 영화가 칸, 베를린, 베니스 등 세계 3대 영화제에서 처음으로 상을 수상했다.

특히 지난해 봉준호 감독의 넷플릭스 영화 '옥자'가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하면서 프랑스 극장업계의 반발을 샀던 일을 떠올려보면 경천동지에 가까운 일이다. 심지어 칸 영화제는 올해부터 넷플릭스 영화의 경쟁부문 진출을 사실상 전면 금지했다.

그러나 이번 베니스 영화제에서는 분위기가 달랐다. ‘로마’에 이어 또 넷플릭스가 제작한 코언 형제 감독의 영화 '더 발라드 오브 버스터 스크럭스'도 각본상도 수상했다. 이는 전통적 극장 배급 방식을 따라가지 않는 넷플릭스 영화가 이제 진짜 영화와 같이 인정을 받게 됐다는 의미를 지니는 일이다.

황금사자상의 뒤를 잇는 심사위원상은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더 페이보리트'에 돌아갔다. 영국 앤 여왕과 그를 둘러싼 여성 두 명 사이의 애정 관계를 그린 작품이다. 주인공 앤 여왕을 연기한 올리비아 콜맨은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남우주연상은 빈센트 반 고흐의 생애를 그린 '엣 이터너티스 게이트'에서 열연한 윌렘 대포가 수상했다.

사진: EPA=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