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김윤석을 ‘배우’가 아닌 ‘배우 겸 감독’이라고 불러야 할 것 같다. 김윤석은 11일 개봉하는 ‘미성년’을 통해 영화감독 신고식을 치른다. 20년이 넘는 그의 연기 노하우가 연출에 고스란히 담긴 ‘미성년’은 유쾌하면서도 발칙한 이야기로 보는 이들을 잔잔한 드라마 속으로 빨려들게 만든다.
‘미성년’은 남편의 불륜 때문에 흔들리는 네 여성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불륜이라는 무거운 소재를 위트있게 다룬 김윤석은 평소 영화 연출에 대한 욕심을 드러내왔다. 그가 ‘미성년’이란 작품을 만나 감독으로서의 역량을 마음껏 펼쳤다. 그의 첫 연출 도전은 대중들의 큰 기대에 부응할 정도로 만족스러웠다.
“제가 2014년 겨울에 창작희곡발표회에서 이보람 작가의 작품을 봤어요. 평소에 영화 연출을 하고 싶었는데 그 작품을 보고 연출 결심이 섰죠. 어른들이 저지른 사건을 아이들이 해결하려는 시각이 정말 좋았어요. 저는 인간의 진정성에 관한 이야기를 항상 관객분들에게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그만큼 작품 속 드라마적인 부분과 캐릭터가 중요했죠.”
“‘미성년’이란 제목은 중의적인 의미가 있어요. 성년이 아니라는 의미와 아름다운 성년이라는 뜻이 있죠. 사실 스태프와 공모전을 할 정도로 제목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어요. 결국 이 이야기를 모두 담아낼 수 있는 제목은 ‘미성년’이라고 생각했죠.”
김윤석은 연출은 물론 대원 역까지 맡으며 배우로서도 활약했다. 하지만 그가 맡은 대원은 영화 속에서 염정아, 김소진, 김혜준, 박세진이 연기한 캐릭터들과 달랐다. 대원은 극을 이끌어가는 캐릭터가 아니었으며 비중도 적었다. 김윤석은 자신이 직접 대원을 연기하며 적은 분량에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대원 역은 많은 남자배우가 선뜻 나서서 출연을 결정하기 힘든 캐릭터에요. 또한 네 여자 캐릭터가 주연인 만큼 대원은 주조연에 가까운 캐릭터였죠. 그래서 대원을 제일 잘 알고 있는 제가 연출도 하면서 연기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대원이란 이름은 사전적으로 집단을 이루는 구성원을 뜻하면서 익명성을 가졌어요. 그래서 영화 속 대원은 대부분 뒷모습, 옆모습만 나오죠. 솔직히 아직까지 연출보다 카메라 앞에 서 있는 게 익숙해요.(웃음)”
“대원을 통해 캐릭터들의 분노가 유발되고 그것에 대한 조절이 굉장히 중요했어요. 분노가 영화를 장악해버리면 관객들이 네 캐릭터에 집중하지 못할까봐 신경쓰였죠. 대원을 안타고니스트보다 찌질한 남자로 설정해 부담스럽지 않고 극의 숨통을 틔우는 역할로 만들었어요. 중년남자 대원이 가족은 물론 세상 모든 사람에게 외면당하는 모습을 그리고 싶었죠.”
‘미성년’은 500대2 경쟁률을 자랑하는 신인배우 오디션으로 주목받았다. 오디션을 통해 김혜준과 박세진이 각각 주리, 윤아 역을 거머쥐었다. 김윤석은 주리, 윤아 캐릭터가 극을 온전히 이끌어가는 만큼 배우 오디션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또한 기성배우가 아닌 신인배우를 선택해 관객들에게 신선한 느낌을 주고자 했다.
“주리, 윤아 캐릭터는 신인배우로 캐스팅하려고 처음부터 마음 먹었어요. 저도 오디션을 많이 봤고 심사도 해본 배우로서 어떻게 하면 신인배우들이 떨지 않고 자신의 실력을 뽐낼 수 있을까 고민했어요. 그래서 오디션 3차에서 개별면담을 진행했죠. 오디션은 동전의 양면 같아요. 오디션만 잘 보는 배우도 있고 오디션에선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지 못했는데 나중에 다른 작품에서 보면 잘 하는 배우가 있잖아요. 면담을 통해 배우들의 개성이 전달되길 바랐죠.”
“저는 신인배우들이 연기를 잘하고 못하는 게 중요하지 않았어요. 극을 이끌어가는 주리와 윤아 캐릭터의 앙상블과 이미지가 중요했죠. 조금 서툴더라도 자기 목소리를 내는 사람을 뽑으려고 노력했고 결국 김혜준, 박세진 배우가 최종적으로 캐스팅됐어요.”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엔딩 장면이다. 주리와 윤아가 어른들에게 일침을 날리는 장면이기도 한 이 엔딩 장면을 놓고 김윤석은 많은 생각을 해야했다. 어떻게 하면 관객들에게 이 장면을 잘 전달할지 말이다. 엔딩을 놓고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고 말한 김윤석은 나름 하이라이트 신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엔딩 장면을 작가님과 서른 번 정도 고쳤어요. 이 장면 때문에 친한 감독님들에게 자문을 구하기도 했죠. 감독님들 피드백은 ‘이 장면 없으면 시나리오의 팔다리가 떨어져나간다’였어요. 엔딩을 본 관객분들이 충격을 받으실 수 있고 호불호가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걸 예상 못한 것 아니었어요. 다만 주리, 윤아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한번 생각해보실 수 있다고 믿어요. ‘미성년’ 속 어른들은 주리, 윤아에게 왈가왈부할 자격이 없잖아요. 아이들의 행동이 어른들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오길 바랄 뿐이죠.”
사진=쇼박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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