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으로 여고생이 사망했지만 법과 주변 사람들은 이를 외면했다.
8일 방송되는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지난해 9월 13일 전남의 한 모텔에서 16세 여고생 한수정(가명)양이 사망한 채 발견된 사건을 추적했다. 검거된 가해 학생 2명 이외에 수정양의 시신에는 제3자의 유전자가 나왔다. 수정양의 사인은 급성알코올중독으로 추측되며 과거 수정양이 여러 학생에게 집단 성폭행을 당한 사실이 밝혀졌다.
하지만 경찰은 집단 성폭행 당시 단순 주취자 신고로 처리했다. 경찰은 “주취자들이 말을 제대로 못하고 옷을 제대로 못 입은 상황이 많았다”며 “응급조치가 필요하다고 느꼈지만 따로 외상을 확인하진 못했다”고 말했다. 그날 경찰과 의료진 모두 범죄 사실을 알아채지 못한 건 학생들이 입고 있던 옷을 다 처리했기 때문이었다.
그 이후 수정양에게 학생들의 노골적인 메시지가 전달됐다. 가해학생들은 모텔에서 사망한 수정양의 상태를 정말 몰랐을까. 가해자 성범(가명), 주왕(가명)의 선배는 불안해 하던 그들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었다. 가해학생들에게 다급한 전화를 받은 후배들도 있었다. 모텔에 들어가 수정이의 상태를 확인하라는 것이었다. 메시지 내용에는 가해학생들이 수정이가 죽었을 수도 있다고 남겼다.
또한 가해학생들은 ‘강간 살인’이란 단어의 뜻도 찾아봤다. 단순히 강간만 했으면 ‘강간’을 찾아봤을 거지만 가해학생들의 검색 방법이 의심됐다. 재판부의 판결은 뜻밖이었다. 성폭행 한거는 맞지만 수정이의 죽음에는 책임이 없다며 무죄를 선고한 것이었다. 가해학생들이 아니라면 대체 누가 수정이를 죽음에 이르게 한 걸까.
집단 성폭행 재판 2심 첫 공판이 있던 날 1심에서 실형과 집행유예를 받은 가해학생들은 형량이 무겁다며 전원 항소를 했다. 피해자 변호인은 “가해학생들이 피해자 부모님에게 합의를 부탁했다”고 밝혔다. 집단 성폭행 가해학생 중 보근(가명)의 부모님은 자신의 아들이 성폭행을 하지 않았고 집행유예도 억울하다고 제작진에게 말했다.
또 다른 가해학생 일석(가명)의 부모님은 “아들이 뇌전증 있다. 그 일 이후로 심해져서 치료도 못 받고 있다”며 혐의 자체를 부인했다. 모텔에 있었던 주왕이의 이웃은 “아이가 어떤 경위로 모텔에 들어갔는지 모르는 상태로 사람들이 탄원서를 써줬다”고 말했다. 제작진이 주왕이의 집을 찾아가자 경찰이 찾아왔다. 주왕이의 부모가 신고한 것이었다.
성범이의 아버지는 “잘못한 거 맞다”며 “피해자에게 미안하다”고 전했다. 또한 성범의 아버지는 직접 손편지를 유가족에게 전했다. 그는 “애들이 죽이려고 한 건 아니지않나”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나는 솔직히 마음 약해서 애를 못 때린다. 이제 고등학생이고 컸다 생각했는데 이런 일이 발생해 힘들다. 우리 아들 진짜 착하다”며 자식을 감쌌다.
더 안타까운 건 주민들의 반응이었다. 가해학생들의 잘못보다 피해 학생의 잘못을 이야기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수정이가 행실을 잘못해서 일어난 일이라고 말했다. 가해학생들이 모텔을 나서기 전에 동영상을 찍었고 체액이 발견되자 추행 사실을 인정했다. 또한 추행하면서 수정이가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이런 진술에도 1심에도 과실 치사가 인정되지 않아 전문가들은 이상하다고 전했다. 사실 이미 치사량의 술을 고의로 먹은 것만으로도 과실 치사가 인정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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