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큼 다양한 필모를 가진 신예가 있을까. 윤종석은 2017년 OCN ‘구해줘’로 데뷔, 이후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손 the guest’, ‘왕이 된 남자’에 출연했다. ‘왕이 된 남자’ 방송을 앞두고는 영화 ‘얼굴들’이 개봉했다. 비록 조연이지만 포스터에 당당히 얼굴까지 실린 ‘주연급 조연’이다.

“제 필모를 돌아보면서 저도 깜짝 놀랄 때가 있어요. 운이라고 생각해요. 첫 작품때부터 워낙 쟁쟁한 선배님들과 함께할 수 있어서, 열심히 따라가다 보니까 좋은 작품에 나오게 된 거 같아요. ‘왕이 된 남자’도 여진구 배우나 장광 선배님 등 제가 사극이 처음인 걸 아시니까 현장을 편하게 해주려고 많이 노력해주셨어요. 거기서 힘을 많이 받은 거 같아요”

윤종석은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쉬지 않고 일했다. 인터뷰를 진행한 날도 ‘왕이 된 남자’ 마지막 촬영일로부터 일주일이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하지만 윤종석은 “체력적으로 힘들지는 않고, 마음이 허한 부분은 있어요. 현장에서 워낙 잘 챙겨주셔서 저는 매번 놀러가는 기분이었거든요. 마지막 촬영날에는 그런 곳에 갈 수 없다는 게 느껴지니까 너무 아쉬웠어요. 아직 여운이 남아있는 거 같아요”

윤종석이 맡은 호위무사 장무영은 끝내 하선(여진구)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받친다. 시청자들은 ‘그럴 줄 알았다’면서도 ‘그래도 살려주지’라며 장무영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나타내기도 했다.

“죽지 말라는 댓글도 봤어요. 감사하더라고요. 16부 대본을 받아보고 장무영이 죽는 걸 알았어요. 장무영이 신의를 저버리지 않는 캐릭터이기도 하고, 일상에서 그런 친구나 동료있으면 너무 좋잖아요. 그런 생각으로 바라봐주신 거 같아요”

사실 ‘왕이 된 남자’ 이전에 윤종석이 출연한 작품에서 분량이 절대적으로 많은 건 아니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종석은 유난히 눈에 튀는 배우였다. ‘예쁜누나’에서는 정해인의 회사동료 승철, ‘손 the guest’ 최신부, 사극 첫 도전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캐릭터를 찰떡같이 표현한 ‘왕이 된 남자’ 역시 그랬다.

“‘예쁜누나’ 때는 승철이라는 인물을 두껍게 만드려고 노력했던 거 같아요. 정해인 배우가 했던 서준이라는 인물이랑 승철이가 대비를 줘야 한다고 해서 의상도 많이 차이를 두려고 했거든요. 그런 부분도 일조를 하지 않았나 싶어요. ‘왕이 된 남자’는 제 첫 사극이거든요. 수염이 안 어울릴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잘 어울려서 저의 새로운 모습이 보여서 뜻깊은 시간이었어요. 한동안은 그 수염 달고 사진도 많이 찍고 했었거든요”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에서는 김인권이 도부장 역을 맡아 광해(이병헌)를 호위했다. 배역 이름은 다르지만 실상 윤종석이 맡은 장무영과 일맥상통하는 역할. 윤종석은 “우선 ‘왕이 된 남자’를 찍을 때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부담감이었어요”라고 털어놨다.

“첫 사극장르 도전이라는 이유도 있었지만, 사극 장인이라고 불리는 분들 앞에서 제가 잘 어우러질 수 있을까하는 두려움이 컸어요. 보통 호위무사하면 묵직하고 조용한 인물을 표현해야 하는데 제 연기가 어떻게 보여질까하는 걱정도 많았어요. 김인권 선배님이 도부장을 연기하셨잖아요. 감독님께서 ‘장무영을 새롭게 만드려고 한다. 이건 윤종석이라는 배우가 하는 거니까 어디서도 보기 힘든 인물이 나올 거다, 그러니까 너를 믿고 하라’고 말씀해주셨어요”

윤종석은 아직 대학생 신분이다. 본격적으로 매체에서 연기를 시작하면서 한예종을 휴학했다고, 계속해서 작품에 임하게 되며 현재는 학업으로 돌아가기가 조금씩 힘들어지고 있었다.

“학교를 돌아가고 싶은 마음은 당연히 있어요. 아직 연기를 더 배우고 싶은 마음도 있어서 나중에 기회가 되면 시간을 내서라도 학교를 잘 다니고 싶어요. 동기들이 많이들 응원해주기도 하고, 또 작품 속에서 수염 달고 나오는 모습을 보고 놀리기도 해요”

이런 이야기를 들어서일까. 윤종석이라는 사람에게서 작품에서는 미처 보지 못했던 발랄하고 또 유쾌한 20대의 얼굴이 보였다. 청춘물도 잘 어울릴 것 같다는 말에 윤종석은 “저도 꼭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구해줘’ 같이 학원물도 좋지만, 발랄한 학원물도 해보고 싶어요. 코미디도 꼭 해보고싶은 욕심이 있거든요”라고 털어놨다.

비록 학교에 다니지는 못하지만 스터디를 통해 지금도 꾸준히 연기에 대해 공부하고 있다는 윤종석. 그는 “스터디 멤버들이랑은 꾸준히 만나고 있어요. 오늘도 만나기로 했어요”라고 밝혔다.

“제가 매번 역할이 다 저랑 멀리있는 인물들을 표현하다보니까 한계가 있더라고요. 아무리 열심히 해도 저 같다고 느껴지기도 해서 친구들한테 도움을 많이 받고, 주변 사람들한테도 조언을 많이 듣는 편이에요. 스터디도 학교를 휴학하고 그런 계기로 만들게 됐어요”

이렇게 열일하는 배우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주변의 조언은 무엇이었을까. 윤종석은 “예전에도 좋은 선배님들의 이야기가 정말 많았는데 가장 최근에는 권해효 선배님 말씀이 기억에 남아요”라고 전했다.

“남들 앞에서 인기가 많아지려고 노력하는게 배우가 아니라 내가 여기서 어떻게 연기해야하는지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고민해야한다고 말씀해주시더라고요. 오래 연기하신 선배님 이야기를 들으니까 느끼는 것도 많고, 마음을 다잡게 된 계기가 됐던 거 같아요”

②에 이어집니다.

사진=싱글리스트DB(라운드테이블 지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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