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상반기는 큰 제작비가 들어간 대작 드라마들이 연이어 쏟아졌다. 지상파, 종편, 케이블 가릴 것 없이 ‘기대작’ 타이틀을 건 작품들이 안방 시청자들을 찾아갔지만 절반의 성공이라는 말도 무색할 정도로 이렇다 할 결과를 얻지 못했다.
여기에 케이블, 종편 드라마에 권위를 빼앗긴 지상파들이 파격편성으로 역습을 꾀하기 시작했다. SBS는 금토드라마로 블루오션을 노렸고, MBC는 ‘10시대 드라마’ 관습을 깨고 9시로 앞당겼다. 주말드라마 최강자 KBS 역시 미니드라마에 힘을 싣기 시작했다. 어느 때보다 폭풍같았던 2019 드라마를 정리해봤다.
◆ 시청률 사각지대를 찾아라! 지상파 파격편성
지상파의 파격편성은 우선 그 결과만 놓고 보자면 긍정적인 효과를 이끌어냈다고 볼 수 있다. SBS 첫 금토드라마 ‘열혈사제’는 2049 평균 시청률 7.6%를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만화를 보는듯한 연출과 코믹한 캐릭터들이 폭발적인 인기를 모으며 드라마 자체적인 성공은 물론 출연진들에게 인지도를 선물했다. 드라마의 파격편성 성과에 힘입어 SBS는 16부작 예능 ‘리틀 포레스트’를 각 사 메인 드라마 각축장인 10시에 배치할 계획이다.
MBC는 ‘예쁜누나’ 안판석 감독과 정해인의 재회로 화제를 모은 ‘봄밤’을 시작으로 9시대 드라마 새 시장을 열었다. 현재 ‘봄밤’은 시청률과 화제성을 끌어올리며 후반부에 접어들었고, ‘검법남녀2’는 시즌1을 뛰어넘는 인기를 구가하며 9시대에 안착했다.
때문일까, 2019년 상반기 채널별 주요시간대 2049 시청률을 살펴보면 SBS가 2.50%, KBS2가 2.08%, MBC 1.65%로 1~3위를 차지했다. 이어 tvN 1.49%, JTBC 1.34%가 이름을 올렸다. 물론 여기에는 파격편성만 역할을 한 건 아니다. 주말극 포맷을 평일 미니로 끌어온 ‘왜 그래 풍상씨’, ‘황후의 품격’이 자극적인 전개라는 혹평 속에도 시청률 꽃을 피웠다.
◆ 믿고 보는 대작 드라마? 시청자가 찾는 건 ‘웰메이드’
대작 드라마들은 연이어 고배를 마셔야 했다. 상반기 기대작으로 손꼽힌 작품들 중 대부분이 시청률은 물론 화제성 면에서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 가장 최근의 예를 들자면 tvN ‘아스달연대기’를 꼽을 수 있다. ‘아스달연대기’는 김원석PD와 김영현, 박상연 작가를 필두로 장동건, 송중기, 김지원, 김옥빈 등 주조연 호화캐스팅, 500억대 제작비가 투입으로 일찍이 기대를 받았다. 일반적인 드라마에 비한다면 결코 낮은 시청률은 아니지만 6%대 후반~7%대 초반을 벗어나지 못하며 기대 이하의 지표를 나타냈다.
대표적으로 ‘아스달연대기’가 손꼽힐 뿐 다른 대작 드라마도 투자 대비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은 마찬가지.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 특집 드라마로 선보인 MBC ‘이몽’은 제작비가 200억대로 추산되고 있지만, 지상파의 파격적인 투자에도 불구 시청률 5%대에 머물고 있다. 회당 제작비가 7억원에 달한다고 알려진 ‘아이템’은 대세배우 주지훈을 주연으로 내세웠음에도 불구하고 최고시청률이 4.9%에 그쳤다.
반면 ‘웰메이드’ 드라마들이 시청률과 화제성에서 놀라운 성과를 성취했다. JTBC ‘SKY 캐슬’은 첫방 1.7%에서 최종회 최고 시청률 23.8%를 넘는 기염을 토해내며 종편 드라마 역사에 새로운 기록을 남겼다. 김혜자에게 백상예술대상의 영예를 안긴 JTBC ‘눈이 부시게’는 첫방송 시청률의 3배에 달하는 9.7%로 종영을 맞이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12부작의 짧은 호흡이라는 것을 감안했을 때도 빠른 속도로 시청률이 상승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 OCN가 시작한 시즌제 레이스, 지상파도 합류
시즌제에 대한 움직임도 올해 상반기 드라마에서 두드러지는 대목. 당초 ‘신의퀴즈’ 등 ‘오리지널’을 내세운 OCN은 물론이고 지상파 역시 시즌제 드라마를 선보였다. 박신양의 부상, 주연 배우와 제작진의 불화 등 꾸준한 잡음으로 아쉬움을 남겼지만 KBS2 ‘동네변호사 조들호2: 죄와 벌’은 동시간대 1위로 선방을 했다. MBC ‘검법남녀2’는 시즌1보다 높은 화제성, 그리고 한층 더 탄탄해진 배우들의 케미로 월화드라마 시청률 1위를 고수하고 있다.
시즌제는 기존의 고정 시청자를 안고 간다는 면에서 안정적이기도 하지만, 또 다른 의미로 세계관과 콘셉트를 이어가는 작품도 눈길을 끈다. 최근 종영한 OCN ‘구해줘2’의 경우 기존 시즌을 벗어나 새로운 이야기를 재탄생시켰다. 굳이 연속성을 꼽자면 종교에 대한 맹신과 이를 이용하는 절대악의 대립이 전부. 반면 ‘보이스3’는 시즌2 결말을 이어받아 이야기가 전개됐다.
◆ “작품은 많은데 배우가 없다”
비단 TV드라마뿐만 아니라 웹드라마로 시장이 확대되며 1년에 쏟아져 나오는 작품의 수를 헤아리기 힘들 정도. 아직 웹드라마는 제작비나 시장 크기에서 TV드라마에 비해 체구가 작지만 실력있는 신예들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데 혁혁한 공을 세우고 있다. 정작 문제는 TV드라마의 좁은 캐스팅 보드에서 나타나고 있다.
한 드라마 관계자는 “요즘은 어딜 가도 작품은 많은데 배우가 없다는 소리를 듣는다”고 전했다. 수요 대비 공급이 없다보니 배우의 가치는 날로 올라가 출연료가 치솟고 있다는 것. 제작사 입장에서는 캐스팅이 어느 정도의 대열에 올라서야 원활한 투자를 받을 수 있지만, 주연롤을 맡길 배우가 한정적이라는 지적이다. ‘대박 드라마’ 한 편이면 광고 등 부수입으로 1~2년씩 공백을 가지는 배우들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때문에 이런 배우의 출연료를 맞추기 위해 제작비 과반이 지출되거나, 제작 자체가 무산되는 경우도 줄을 잇는다. 드라마 관계자는 “채널은 늘어 났지만 그만큼 제작여건이 아직 갖추어지지 않았다”라며 “좋은 대본도 캐스팅이 약해 빛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씁쓸할 뿐”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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